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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 上/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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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은 한 낮인데도 회색빛깔에 뿌연 안개가 잔뜩 끼어있다.
창문에는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처럼 빗방울이 맺혀있다.
그래, 비가 온다.
비가 오는 한낮에, 나는 그제 서야 잠에서 깼다.
그리고 여느때와 같이 기지개를 펴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따뜻한 우유한잔을 마셨다.
그런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줌이라도 싼 듯한 찜찜한 기분,
나는 우리 집에 붙여져 있는 큰 전신거울 앞에서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맙소사.
시뻘건 피가 내 바지에 흥건히 적셔져 있었다.
맙소사. 생리시작이다.
나는 얼른 속옷과 잠옷바지를 갈아입었다.
생리시작이라는 생각을 해서인지, 혹은 이제야 생리통이 시작되는 것인지,
어쨌든 그렇게 갑자기 생리통이 시작되었다.
빌어먹을.
끊어질듯한 허리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나는 얼른 침대로 향했다.
이럴때는 차라리 자야된다. 아픔도 느끼지 못하도록 얼른 꿈이라도 꿔야된다.
나는 따뜻한 이불안에 푹 들어가, 얼른 대자로 쭉 뻗어누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하긴, 오후 2시까지 자버려서 잠이오면 그것도 이상하다.
그래도 나는 눈을 뜨지 않고, 이 생리통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자리에 계속, 계속 누워서
이 고통이 사라지기만을 원했다.
그러자 어느 샌가 고통은 사라지고 너무나도 생생한 기억들만이 내 머릿속을 이리저리 뱅뱅 돌고 있었다.
비오는 날, 생리통의 고통.
그리고 그날에 있던 이별의 고통.
나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내 두손가락으로 귀를 막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내 앞에 보이지 않았지만 감은 두 눈을 더욱 더 세게 감았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이 기억들은 내 자유의지로 점점 지우려고 애를 썼다.
그러자 내게 잠이 오기 시작했다.
잠이 오자 내 몸에 있던 힘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내 귀를 막고 있던 손의 힘도 점점 약해져갔다.
쏴아. 하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빗소리.
아직 온전히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힘이 풀린 내 두 눈에서는 주륵, 하고는 빗물처럼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그래서 또다시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눈을 계속 세게 감고 있을 걸,
하지만 다시 세게 감기에는 내게 오는 잠의 맛이 조금 더 달았다.
나는 내 볼을 타고 내려가는 그 느낌을 무시하고는 잠을 청했다.
내 신체는 내 기억보다 참 똑똑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나는 기억하지 않으려고, 혹은 기억에서 잊혀진 줄 알았지만,
그때의 표식이 잠깐이라도 스쳐가면 신체는 내 자신이 자각하기 훨씬 전보다 먼저 반응해버린다.
어쩌면, 그 반응으로써 나도 그때의 기억을 알아차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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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왜 멍때리고 있어 멍순아. ”
“ 야! 내가 멍순이라고 하지 말랬지!!! ”
“ 니가 맨날 멍하니 멍때리고 있으니깐 멍순이라고 부르지 임마. ”
그 애가 환하게 웃는다.
환한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버렸다.
그 애가 항상 나를 위해 준비해주는 레몬에이드 한잔을 손에 쥐고,
다른 한손은 그애의 한손과 꼭 붙들고는 나는 오늘도 어떤 특별한 날을 보낼지 생각한다.
그애와 내가 함께 있으면,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특별한 날이 된다.
그렇게 그애와 나는 마냥 행복한 커플처럼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길을 지나다니고 있다가
갑자기 그애가 또다시 나를 보며, 멍순아. 하구 부른다.
“ 이씨. 하지말라니깐!! ”
“ 하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
내 어깨를 토닥토닥 거리면서 애기 달래듯이 그앤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확 바뀌더니 나를 가까이 쳐다보며 묻는다.
“ 오늘 무슨날이게. ”
그리고는 기대심에 들떠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약간은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내가 무슨날인지 알지 못한다는듯한 표정을 짓자 그는 조금은 실망한듯한 표정이다.
“ 으휴 멍순이한테 내가 뭘 더 바라냐. ”
“ 이씨 니가 멍돌이구만! 내가 오늘을 까먹을거 같냐 바보야 ”
내 대답에 그애는 고개를 다시 돌려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손가락 열 개를 쫙 펴서 그애 앞에 보여준다. 그리곤 말한다.
“ 100일. 우리가 만난지 백일이잖아. ”
그애는 내 대답에 우와. 하며 눈이 똥그래진다.
정말 쉬운놈이다.
내 작은 대답에도 이렇게 기뻐해주는 이애는 정말 나한테 너무나도 쉬운놈이다.
그애는 나를 와락 안더니, 내 볼에 뽀뽀를 한다.
“ 우리 자기 최고! ”
그리고는 다시 내 손을 잡고선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간다. 거기다가 휘파람도 불고 있다.
하지만 내 얼굴이 빨개진건 모른다.
그애가 해버린 기습뽀뽀에 내 얼굴은 이미 막 담은 고추장처럼 시뻘개져버렸는데..
이 둔한놈은 그것도 모르고 좋다고, 룰루랄라 길을 가고 있다.
그러다가 띠리리링, 울리는 그애의 벨소리.
그애는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폴더를 젖혀 아주 큰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어라, 이거 여자 목소리 아냐?
“ 응 누나. 응응. 준비됐어? ”
그애는 아무 거리낌없이 내 앞에서 당당히 그 여자의 전화를 받았다.
어쭈, 내 앞에서 감히 대놓고 바람을 피시겠다?
“ 응, 당연하지 누나가 최고~ ”
나는 내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참지 못하고 그애가 한쪽 손으로 잡고 있던 것을 확 뿌리치고선 성큼성큼 먼저 길을 걸어갔다.
그러자 갑자기 내 모습에 당황한 그애가 전화를 성급히 끊더니 나에게 달려왔다.
“ 에? 뭐야~ 왜 먼저가냐 임마 ”
“ 그 여자랑이나 잘먹고 잘살아 ”
나는 그애를 밀쳐버리고서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려고 하자, 그애는 한손으로 자기 입을 막고 하하하, 웃는다.
그리고 나를 세 살배기 꼬마 바라보듯 바라보고선 또다시 막 웃는다.
“ 이씨. 왜웃어!!!!! ”
“ 아 진짜 너 너무 귀엽다. 하하 ”
그렇게 말하고는 그애는 내 어깨위에 그애의 크고 긴 팔을 떡하니 올려 어깨동무를 한다.
“ 죽기전에 치워 이거. 난 다른 여자랑 바람핀 놈 상대안해 ”
그러자 올려진 팔에 더 힘을 주며 내려놓지 않는 그애.
“ 임마, 사촌 누나야. 질투할 걸해라, 좀. 난 근친상간 안해. ”
“ 진짜 사촌누나..야? ”
“ 그래!!! 서방님 말 믿으세요 멍순씨? ”
“ 야!!!!!! 멍순씨 하지마!”
나와 그애는 그렇게 투닥투닥 거리며, 나도 모르게 화해를 해버렸다.
나는 그애가 올려놓은 크고 기다란 팔에 남겨진 체온이 좋아 아무말도 하지않고 어깨동무하며
그애와 시내 거리를 지나다가,
우린 우리가 자주가는 카페에 들렀다.
카페에 들어가니 갑자기 밖에서는 예상치 못한 소나기가 내린다. 주륵주륵,
하늘은 이미 희뿌옇게 색이 바래지고 있었다.
“ 비 되게 많이 올거 같은데... ”
“ 야. 그래도 다행이다, 카페에 먼저 들어와서 비는 안맞았잖아. ”
창밖에는 사람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상가에 들어가거나 우산을 쓰며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창에 손을 댄 채 그들을 조금 더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그애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남자 한명을 부르더니 귓속말로 무언가 속닥속닥 거렸다.
알바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지더니 잠시 후 조그마한 케이크를 가지고 왔다.
그애가 미리 준비해놓은 조그마한 케이크. 백일 케이크 였다.
나는 테이블 위에 그 조그마한 케이크를 놓고 촛불을 붙이기 위해 초를 하나 둘 꽂아두었다.
“ 근데 이게 다야? 우리 백일인데? ”
나는 사실 조금은 실망해서, 그애에게 실망한 내 모습을 살짝 비추었다.
백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파티도 없이 그냥 카페에서 케이크 하나.
백일이니깐 조금은 공주님처럼 멋진 대접을 받고 싶었는데..에이 조금은 실망이다.
하지만 그애는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이, 응. 대답하고는 휴대폰을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 야!! 휴대폰이 니 애인이냐! 그만 좀 만지작거려! ”
치 고작 케이크 하나만으로도 조금 서운한데, 남자친구는 카페에 들어온 후에 계속 누군가와 문잘 쓰고있다.
오늘은 백일인데..
나랑 너의 기념일인데, 뭐야. 나랑만 상대해주고 나를 제일 위해줘야 하는거잖아.
하지만 그앤 내가 살짝 삐진 말투로 말했음에도 아무런 미동도 않더니, 급기야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는 카페를 나가려 했다.
“ 야! 촛불은 끄고가! ”
“ 잠깐만 나갔다올게! 미안! 촛불은 있다가 다시 붙이자! ”
그리고는 정말로 나가버렸다. 그앤..
나는 타오르는 촛불을 후, 하고는 내 입김으로 금새 꺼버리곤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뭐야. 백일이라며..
하다못해 같이 있어주기는 해야 되잖아.
나는 괜히 서러워서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걸 꾹 참고 또다시 핸드폰 자판을 눌렀다 말았다, 반복을 했다.
그리고 무심코 다시한번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는 아직도 오고 있었다. 아니 아까전보다 더욱 더 많이 쏟아 붇고 있었다.
그애가 정말 많이 미웠지만, 비가 많이 오는 걸 보니 그애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우산도 없는데, 비 맞고 헤매는 거 아냐?
다시 한번 창을 만지며 그 창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이 손바닥에 전해짐을 느꼈다.
비오니깐 날씨 쌀쌀해질텐데, 빨리오지는..
그렇게 그애 걱정을 하는데 순간 내 아랫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창에 대고 있던 손바닥을 얼른 떼고선 배를 움켜지었다.
고통은 아랫배를 거쳐 윗배로, 그리고 허리까지 전해져오기 시작했다.
설마...생리통 아냐? 나는 설마,설마 하며 얼른 화장실로 항했다.
그리곤 화장실 안에서 급히 속옷을 확인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속옷에는 빨간 생리혈이 조금 많이 묻어있었다.
생리대도 없는데, 생리양은 점점 늘어날 것 같았다.
나는 카페에 일하는 알바생에게 상황설명 하고선 핸드폰과 지갑만 들고 가까운 편의점을 향했다.
다행히 카페에서 얼마 안떨어진 곳에 편의점이 있어서,
나는 우산 없이도 비를 별로 맞지 않고 그곳으로 뛰어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우산하나와 생리대를 구입하고서, 편의점 문 앞에서 우산을 펼쳐 카페로 향하려 했다.
그때 다시 한번 욱신거리는 아랫배.
아랫배의 고통으로 나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는데, 그때 어디선가 응급차 소리가 들렸다.
새하얀 그 차 위에서는 반짝거리는 불빛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 차는 엄청나게 큰소리로 그들의 위급상황을 알리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생리통의 고통도 잊은 채 멍하니 그 차를 바라보다가,
항상 그애가 하던 말처럼 멍때리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는 정신차리고서 카페로 향해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백일 기념 케이크가 올려져있는 ‘우리’의 자리에 앉아 그애를 마냥 기다렸다.
그리고 10분,
또다시 20분,
그러다가 30분.
카페 문이 열리고 드디어 그애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들어오는 건 그애의 친구들이었다.
색색깔의 고깔모자를 쓰고서 꼬마 애들이 쓸법한 장난감 나팔을 마구 불어대며,
어떤 애는 양손에 색색깔의 예쁜 풍선을 잔뜩 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어떤 애의 손에는 정말로 커다란 케이크에 정말로 큰 대형 초가 꽂아져 있었고,
그 커다란 케이크에는 내 이름과 그애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 니..들이 여기 왠일이야? ”
“ 왠일이긴!김민성 그자식이 의리타령하면서 니랑 백일된 거 도와주라 그래서 온 거 아냐 ”
“ 그래그래. 어쨌든 초나 불어 ”
나는 영문도 모른채 그 큰 케이크 위에 꽂아져있는 정말 큰 초를 후, 불고서 다시 한번 그 애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 그럼 김민성 친구들의 백일 축하 공연이 있겠습니다. ”
사람들이 아직 많은데, 그 애들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나를 바라보며 정말 열심히 노래를 불러주었다. (물론 자기들도 그러한 자신들의 노래에 심취하긴 했지만)
그러다가 노래가 끝나자 그때서야 정신을 좀 차렸는지, 그애를 찾는다.
내 남자친구. 민성이를
“ 뭐야 근데 김민성 이자식은 어디갔어? ”
“ 어? 그러게. 야 이 자식 어디 갔어? ”
나한테 되려 묻는 그애의 친구들.
“ 나도 몰라. 갑자기 전화 받고 나갔어 ”
사실 이렇게 백일 준비해준 그애의 정성에 조금은 감동받았지만,
아직 그애에게 삐진 게 덜 풀린 나는 조금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그애 친구들에게 대꾸했다.
“ 바보야 걔 커플링 찾으러 갔잖아 ”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그리고 그애의 친구들도 아 맞다. 하면서 수근거린다.
커플링? 무슨 커플링 이야기 하는거지?
내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커플링 이야기를 꺼낸 아이를 바라보자
그때서야 아차, 깜박했다는 듯이 눈을 똥그랗게 뜨다가 베시시 웃으며 내게 말한다.
“ 사실 비밀인데, 김민성이 너랑 커플링 한다고 그동안 알바 죽어라 뛰었거든. 지금 그거 찾으러 갔을거다 분명. ”
그리고는 검지손가락을 내입에 가져다대며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 어쨌든 넌 모른척해. 몰래 해줄려 했는데 니가 나 땜에 안거 알면, 난 죽은 목숨이야 흑흑. ”
그애가 커플링?
아까 삐졌던 마음은 모두 온데간데 없어져버리고선, 왠지 나 때문에 그동안 고생했을 그애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애의 친구들은 그애가 앉았던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아 그애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다 앉지 못해서 서있는 친구들도 몇 명 있었다)
나도 괜히 뻘줌해서 휴대폰 폴더를 열었다 닫았다 했지만, 그애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애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하지만 계속 신호만 갈뿐 그애는 받지 않았다.
그 순간, 맞은편에 있던 한 애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전화를 경쾌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다가 순간 굳어버린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그애의 친구.
그러한 목소리에 나는 마음이 괜시리 불안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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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헉.............
땀방울이 내 몸을 뒤덮고 있었다.
이미 등뒤는 척척하게 땀으로 젖어 버렸다.
꿈을 꿔버렸다. 그애의 꿈을.
그리고 그애의 꿈을 꾸면 꼭 악몽을 꾼것 마냥 나는 무섭고 힘이 든다.
나는 무거운 몸을 애써 일으켜 세워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차가운 물을 틀고 세수를 했다.
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고, 화장실에 킨 불을 끄고 나왔다.
그리고 쇼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TV에서는 요즘에 꽤 재밌다고 유명한 오락프로그램 하나가 재방송으로 나오고 있다.
나는 그것을 멍하니 쳐다보며 앉아 있는다.
그것이 웃기는지 웃기지 않는지는 상관하지 않은채 그저, 화면만 멍하니 쳐다볼 뿐이다.
아마도 그건 꿈을 잊기위해. 그앨 잊기 위해.
그 때, 띵-동,하며 누군가가 누른 벨소리가 들린다.
나는 아무런 의심이나 거리낌 없이 문을 열며 말한다.
“ 누구세요? ”
그리고 그곳에는 그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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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아파? ”
나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 왜그래? 진짜 엄청아프냐? 정신좀 차려 멍때리지말고 ”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한 그애의 표정과 말투.
나는 손을 뻗어서 그애를 만져보았다.
그리고 내 손끝으로 그애의 따뜻한 체온과 그애의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그애는 우리집으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고선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툭툭 털어낸다.
그애의 한손에는 우산이 들려져있다.
“ 밖에 비 많이 오드라. ”
그애는 신발을 벗고, 익숙하다는 듯이 내가 방금 전까지 앉아 있었던 쇼파로 향했다.
그리고 앉아서 내가 보고 있던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재밌다는 듯 깔깔깔 웃고 있는다.
“ 야 진짜. 유재석 쟤가 은근히 웃기다니깐 ”
이...상황..........도대체 뭐지?
나는 아직까지도 멍하게 그애를 바라보고 있는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애가 맞다. 저렇게 웃는 모습도, 저렇게 앉아 있는 모습도, 진짜 그애가 맞다.
“ 너 근데 어떻게 왔어? ”
“ 어떻게 오긴, 니가 아프다고 울며 불며 전화했잖아 멍순아~ ”
내가....전화했다고?
“ 아차! 너 아프니깐 내가 있다가, 김민성 특제 야채죽을 만들어 줄께. 너 또 내가 만든 죽 먹으면 뻑갈거다. 어떡하냐? ”
“ 뭐....? ”
“ 쯔쯔, 벌써부터 기대하긴. 기달려, 서방님 멀리서 와가지고 지금은 조금 피곤하다.
좀만 있다가 서방님의 멋진 솜씨 보여줄게~~ ”
나는 현관 앞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재빨리 내 앞에 있는 그애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애의 품에 확 안겨들었다.
그애가 맞다. 그애의 품이 맞다.
“ 어어? 뭐야 왜 앵겨~~애교 피워봐야 소용없어. 조금 있다 만들거야!! ”
“ 꿈이었나봐. 나 진짜 무서운 꿈을 꿨나봐 ”
“ 멍순이 또 악몽꿨나보네! 바보야 또 무서운 꿈 꿔서 울었냐? ”
“ 응응 ”
“ 어라? 진짜 바보네 이거.. 꿈가지고 울고말야 ”
나는 그애의 품을 더욱 더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애의 향기다. 이건 그애만 가지고 있는 냄새다.
“ 근데 멍순이 어디가 아픈거야. 전혀 아파보이지 않는데? ”
“ 어..? 그러게.. 나 별로 안아픈데.. ”
“ 뭐야. 내 얼굴 보고싶어서 뻥친거야????? ”
“ 응응 그런가보다. ”
무엇인지 무엇이 어떻게 된 건지 생각이 나진 않지만, 나는 아주 큰 악몽을 꿨나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프다는 핑계로 그애를 부른 거다. 그게 맞다.
그애는 계속 그애 곁에 떨어지지 않으며 붙어있는 나를 보며 피식피식 계속 웃고 있다가, 내 볼에 쪽, 뽀뽀를 한다.
그런 그애를 내가 빤히 쳐다보자, 오히려 그애가 얼굴이 빨개지며 부끄러워 한다.
“ 아, 아니..니가 너무 귀여워서 ”
그런 그애의 모습이 오히려 더 귀여웠다.
그래서 내가 그애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그애의 입술에 쪽, 내가 뽀뽀를 했다.
순간의 정적,
근데 그 정적이 무심한 정적이 아니라 행복한 정적이였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말을 할 수 없어서, 그래서 생기는 시간의 틈. 그런 정적이였다.
볼이 빨개진 그애가 갑자기 쇼파에서 벌떡 일어난다.
“ 야채죽. 맞다. 야채죽 해야지 ”
그리고는 부엌을 향한다.
그애는 너무나도 익숙하다는 듯이 우리집에 있는 도마를 꺼내고,
김치냉장고 안에있는 당근과 양파와 감자를 꺼내 잘게 다진다.
“ 우와, 너 진짜 잘한다. ”
“ 내가 뭐랬냐. 뻑간다니깐? ”
“ 여튼 띄워주면 안돼 이자식은. ”
“ 뭐 이자식????????? ”
소리는 치면서도 계속 음식에 집중하는 그애는 너무나도 멋있었다.
그래서 나는 또한번 그애의 볼에 뽀뽀를 해버렸다.
그러자 그애는 당황하면서 내 어깨에 양손을 올린다. 그리고는 내 몸을 뱅그르르 돌려, 쇼파쪽을 향하도록 했다.
“ 남편이 밥도 안하고 계속 뽀뽀만 하다가 가버리면 어떡하려고 그러냐! 그니깐 방해금물. 알았지?
퍼펙트한 야채죽 만들어야 된단말이야 ”
나를 쇼파에 앉히고는 이리저리 설교하는 그애.
알았어 알았어, 하고는 대충 둘러댔지만 난 아직도 그애가 나를 위해 죽을 만들고 있는 부엌만 바라보고 있다.
드디어 거의 완성이 되가는지 그애는 죽이 눌러 붙지 않도록 냄비를 휘휘 저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야채죽이 먹을만은 하게 되어가는지, 내게도 죽 냄새가 나름 맛있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애의 뿌듯한 표정.
죽을 휘휘 저으면서도 내게 브이자를 날리며 말을 건다.
“ 어때 서방님 음식 냄새 죽이지? ”
식탁 위에는 내가 열심히 행주로 반짝반짝 닦아서 수저와 젓가락을 두었다.
그리고 다 완성된 야채죽을 예쁜 접시에 담아 그애와 나, 한그릇씩 먹을 수 있도록 하였다.
“ 얼른 먹고 다 나아 ”
그애가 내게 죽 한 숟갈 떠주면서 걱정되는 눈빛으로 말한다.
“ 근데 나 진짜 안 아픈데? ”
나는 그래도 그애가 떠준 죽을 받아먹으며,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듯,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그애는 걱정이 된다는 듯 또 한번 죽 한 숟갈을 떠준다.
나는 또다시 넙죽 그 죽을 받아먹는다. 그리고는 이 상황이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바보처럼 헤헤 웃어버린다.
그렇게 죽을 다 먹고서는 우리는 그릇을 치웠다.
아마도 식기세척기 안에서 우리가 사용했던 그릇들은 살균세척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애는 내방으로 나를 불렀다. 그리고는 억지로 나를 침대에 눕혔다.
내가 덮기 싫다는데도 애써 내 위에 이불을 덮어주었다.
나는 졸지에 꼼짝 못하고 누워서는 그애가 내 배를 토닥거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 이씨 나 자기 싫다니깐? ”
“ 안돼. 푹 자야 빨리 나아 ”
“ 나 안아프다니깐??????? ”
그 때, 순간적으로 내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무엇인지 모르고 헤매다가 겨우 깨달았을때는 그 아픔이 전이되어 이미 허리와 옆구리까지 쿡쿡 쑤셨다.
아......맞다. 나 생리통이었지.............
“ 괜찮아...? ”
그애가 정말 걱정된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 응 괜찮아... ”
생리통의 고통은 다시 차츰 사그라들었고, 나는 침대에서 그애가 토닥여주는 손길에 점점 정말로 잠이들 것만 같았다.
그때 또 다시 오는 생리통.
그리고 순간, 그때서야 무언가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난,
그애에게 전화한 적이 없다.
그애에게 아프다고 한 적이 없다.
그애가 살아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이건......아마 꿈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지만 꿈이라고 해도 깨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깨지 않길 바래 억지로 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나를 쳐다보며 토닥거려주는 그애를 바라보았다.
이미 내 입술은 말하기도 힘들게 매말라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침을 꿀꺽 삼키고선, 일부로 좀 더 명랑하게 그애의 이름을 불렀다.
“ 민성아.. ”
“ 응. ”
그애는 아직도 나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나는 그애의 볼에 뽀뽀한다.
“ 민성아.. ”
“ 왜그래 부끄럽게 ”
나는 그애의 입술에 뽀뽀한다.
그리고, 키스한다.
그애의 입술은 나와 함께 포개어져 그렇게 그렇게 의미있는 시간들이 흘러간다.
그애는 살아있다. 나와 뽀뽀하며 키스하며, 이렇게 내가 만질 수 있는데,
어떻게 이게 꿈이란 거지.
난 이렇게 그앨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데
아까 야채죽 맛도 느낄 수 있었는데,
생리통도, 나 그 아픔도 알 수 있었는데, 이게 꿈이라면 정말 말도 안되는 꿈이다.
난 다시한번, 입을 떼어 이번엔 정말, 정말로...그애에게 물어본다.
“ 민성아...이거 꿈이지 ”
그리고 그애는...내게 웃으며 대답한다.
“ 응. ”
목이 메인다. 복숭아 씨 커다란 게 내 목에 콱 걸린 것처럼 난 숨을 쉴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는 다시 한번 그애에게 묻는다.
진실이 아니라도 좋아, 차라리 거짓말을 해.
“ 민성아....이..거 꿈이야? ”
“ 응. ”
하,
그래........원래 그애는 거짓말을 못한다.
알고 있었잖아. 그애에게 죄를 짓게 하지마. 거짓말 하게 하지말자.
하지만 알면서도 난 그애가 오히려 원망스러웠다. 잘 알면서도,
그애가 어떤 애인지 잘 알면서도, 난..난....원망스러웠다.
“ 민성아 너 왜 온거야. 차라리 오지 말지..왜 왔어. ”
나는 누워있던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침대에 걸터 앉은 그애를 두 손으로 내리치며 원망했다.
그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때리는 이 두 손을 붙잡지도 않고서 그저 맞기만 했다.
그렇게 그애를 때리다가 힘이 쭉 빠졌다.
꿈속인데도 눈물은 계속 계속 쉴새없이 흘러나왔다.
그래, 난 참 바보같이 이럴때에 침착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수도꼭지다.
그러자 계속 맞고 있던 그애가 내게 말한다.
“ 울지마 ”
나는 그런 그애의 말에 반항이라도 하듯 더욱 더 울어버렸다.
하지만 그애는 그런 날 한심하게 바라보지 않고, 그저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 나쁜..자식. ”
그리고 어렵게 내뱉은 단어. 나쁜자식
그애에게 하고싶은 말은 아니었다.
“ 미안.. ”
“ 니가 뭐가 미안해!!! 니가 뭐가 미안하단거야 이 나쁜놈아..!! 니가..니가... 뭐가.. ”
또다시 터져버린 울음에 끝까지 이어버리지 못한 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다.
그애는 나를 침대위에 도로 눕혔다. 그리고 다시 한번 토닥토닥 나를 재우려 했다.
그러자 어느새 내 울음은 그치고 울다 지친 갓난아이처럼 새근새근 잠을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재서야 그애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애도 울고 있었다.
“ 민성아...나 자면 너 갈꺼지.... ”
“ 응.. ”
“ 안가면 안돼? ”
“ 안되는거 알잖아 바보야. ”
“ 나 계속 자고 있으면 안되나? 그래서 계속 너 이렇게 만나면 안되나? ”
“ 안돼. ”
너무나도 가차없이 안된다고 한다. 그애는,
너무나도 딱잘라 말하니깐, 내가 더 이상 매달릴 수가 없게 해버린다.
아마 그앤 다 알고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일 거다. 내가 매달릴 수 있다는 거 아니깐,
바보같은 행동 잘하는거 아니깐....그앤 그래서 저러는거다.
“ 천국에서 보자 ”
그애가 하는 그 말로 난 이제 점점 잠이오려 한다. 더 이상 눈이 떠지질 않는다.
나도 모르게 조종되어지는 듯한 내 몸 때문에 짜증이 난다.
애써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피곤해져서 잠이 더 빨리 들려고 한다.
이 말은...꼭 해야 된다. 그래도 이 말은 해야 된다.
나는 쏟아지는 잠을 애써 붙들고서는 입을 떼어 그애에게 말한다. 겨우 겨우, 조금씩 천천히.
“ 민.성아...사랑해.. ”
그러자 그애의 손길이 느껴진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사랑스러운 손길,
그리고 그애도 말한다.
“ 나도 ”
-
밖엔 여전히 비가 온다.
꿈에서 깬 나는 누군가에게 급히 전화를 했다.
그리고 확인사살을 하기위해 정말 입에 모터를 단 듯 다다다다, 하고는 상대편에게 쉴새없이 물어대었다.
민성이 진짜 죽었냐고, 민성이 살아있는 거 아니냐고
그러자 상대편은 한숨과 함께 안타까운 목소리로 내게 대답해주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세계를.
“ 정신 차려....벌써 일년이다. 그건 사고였잖아. 잊어버려........민성이 죽은거 니탓 아니야. ”
그래...
민성이는 죽었다.
-
전화를 받던 민성이의 친구는 급히 달려 나갔다.
그리고 같이 왔던 색색깔의 고깔모자를 쓴 친구들 모두 이상한 상황을 감지했는지, 그 친구를 따라 달려 나갔다.
나도 그 친구들과 함께 어딘지 모를 그 장소를 향해 나갔다.
그리고 택시 두 대로 나누어 타서 도착한 그곳은 병원이었다.
그곳에서는 이미 민성이의 엄마 아빠께서 와 계셨다.
민성이 친구중에 어떤 한명이 그분들에게 달려 나가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았다.
그리고는 그분들에게 한마디 한마디,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끝으로 우리에게 달려올 때,
그는 입에 담아선 안 될 욕설을 마구 퍼부어대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애의 눈에는 눈물이 마구 고여 있었다.
나도 그 애에게 달려 나가 무작정 그를 추궁하였다.
“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 왜!!!!!!민성이 왜!!!!!!!!!! ”
“ 그 씨@#강도새끼가.....민성이를..........씨!@....그 새끼 잡히면 죽여버릴거야.......씨@#!.. ”
이미 울고 있는 그 애도 사건을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였다.
그 애를 더 추궁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울고 있는 그 애를 바라보다가, 서성거리다가 그러다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떤 이쁘장한 검은색 생머리의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민성이 여자친구? 하고는 물어보았다.
“ 누구.........? ”
“ 어떤 상황인지는 아직 모르죠? ”
“ ....민성이...어떻게 되요? ”
“................ ”
“ 민성이 왜저래요? 네?? ”
그녀는 흥분한 나의 손을 꽉 잡더니, 어디론가 끌고 간다. 그곳은 병원 내에 있는 매점 앞 벤치이다.
그녀는 매점 안에서 음료수 두 개를 사오더니, 내게 한 개를 건내 주었다.
그리고 입을 떼어 말하기 시작했다.
“ 음..있잖아, 우선 내 소개 먼저 할게. 난 민성이 사촌누나야. ”
“ ..민성이 사촌 누나요? ”
그녀는 음료수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였다. 그리고 또다시 힘들게 입을 떼어 말하였다.
“ 응....오늘 너랑 민성이 백일이라며, 그래서 민성이가 너 커플링 해준다구.. 그거 알고 있었어? ”
“ 네?...아..네 ”
“ 그래서... 우리집이 금은방 하거든, 민성이가 우리집에서 맞춘다구해서 오늘 커플링 가질러 왔거든. ”
“ 네.. ”
“ 커플링 그냥 공짜로 해도 되는데, 지가 정성이 없다면서 지돈 열심히 모아서 그 커플링 드디어 사가지고 갔단 말이야.. ”
“ .... ”
“ 근데 오늘 금은방에 강도가 들었어... ”
“ 네? ”
“ 그 강도가 금은방 다 털구, 민성이 손에 있던 커플링까지 가져가려했다? ”
“ .............. ”
“ 근데, 민성이가 그걸 못참은거지. 지가 어렵게 모은돈으로 산거, 강도가 한번에 훔쳐가니깐, ”
“ ......... ”
“ 강도가 총도 들고 있었단말야. 그래서....금은방 다 털어도 참고 가만히 있었던건데.....이 바보가....그때....빡돌아서.. ”
“ ................그래..서요? ”
“ 강도랑 몸싸움하다가 강도가..지도 모르게 총을 쏜거야.....민성이 배에.. ”
“ 언니... ”
“ 응.............. ”
“ ..민성이...죽어요? ”
“ .................. ”
“ 죽냐구요!!!!!!!!!!!민성이!!!!!!!!!!!!!!!!!!!!!! ”
“ ...............아마도...그렇게 될거 같애.. ”
그 언니가 민성이가 죽게 될거 같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질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고 하는데 눈물이 나질 않는다...내가 이상한건가?
아무말도 하지 못하겠다.
그저 비틀비틀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서, 찬물로 얼굴을 적셨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러다가 나는 세면대 앞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리고 걱정이 되었다. 민성이 엄마 아빠가...얼마나 슬프실까...얼마나...얼마나....
...얼마나 아팠을까 민성인........그 총알이 민성이 뱃속을 들어갔는데.....얼마나 많이 피흘린거야 민성아..
내 잘못이다. 카페에서...민성이 보내는게 아니었다.
그 때, 그냥 민성이 잡았으면 민성이는 죽지 않았을거다.
내 탓이다.. 그래....평소에 커플링, 커플링 노래 부르며 살지 않았으면, 민성이 커플링 사러가서 그런 봉변 안당했을거다.
민성이 죽은건 내가 잘못해서 그런거다....내 잘못이다...내 잘못이다.
머리가 핑글핑글 돌며,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졌다.
아마도 난 이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그대로 고꾸라 쓰러진거겠지..
-
민성이 죽은게 내탓이 아니라는 상대편의 말에.
나는 민성이가 우리집와서, 나와 함께있었던게,
나에게 아프지 말라며 야채죽 끓여주고, 나와 뽀뽀하고, 나와 키스하고, 그랬던 그 모든게 꿈이었다는걸 깨달아버렸다.
사람은 알면서도 진실이 아니길 바랄때가 있다.
그래서 모르는 척 진실을 벗어나려고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번번히 그때마다 내가 알게된 것은 그렇게 해서 진실을 비켜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 진실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창 밖에 드디어 비가 그쳤다.
아직은 배가 아프긴 하지만 생리통도 조금씩 아픔을 덜해가는 것 같다.
나는 내방으로 향해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둔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반지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민성이꺼. 하나는 내꺼.
그 중 내 것을 꺼내 나는 내 약지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그 반지에 살짝 입술을 대었다.
그애는 아마 이걸 바랬던거다. 내가 힘들어하고 울고 괴로워하는 거, 더 이상 하지 않는 거.
천국에서 보자는 그애의 말은 필시, 그앤 지금 천국에 있다는거다.
그러니깐 슬퍼하지도 괴로워하지도, 그럴 필요조차 없다는거다.
내일은 교회를 가서 그애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나도 언젠가는 그애 옆에 갈 수 있도록,
그러니깐 더 이상 슬퍼할 필요가 없도록.
그리고 그애가 죽어버린날. 내가 못했던 그말,
사랑해..
꿈속에서나마 할 수 있게 돼서 그래서 다행이다.
그리고 그애의 마지막말.
나도.
“ 민성아 사랑해 ”
“ 나도 ”
첫댓글 아....진짜....너무 슬퍼요... 벌써 눈물이 금방고여버리고...
오랜만에 쓰는 소설에 이 귀중한 댓글 감사드려요^^
헉...........슬프다 ㅠㅠ 잘봤어요ㅠㅠ 힝
봐주셔서 감사해요! 거기다 댓글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