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李가 대통령 돼선 안 된다”며 범행
[증오정치 바이러스]
‘남기는 말’이라는 8쪽짜리 변명문… ‘○○놈’ 등 정치권 혐오 표현 가득
전문가들 “확신범 유형에 속해”
“李 대구오면 작업” 협박전화男 추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피의자 김모 씨가 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부산=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김모 씨(67)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경찰청 수사본부가 김 씨로부터 압수한 ‘남기는 말’이라는 제목의 8쪽짜리 문서에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혐오 표현이 다수 담겨 있다. 특히 부동산 등 경제 정책 실패와 대북 관련 정책 등을 비판하면서 ‘○○놈’ 등 욕설과 거친 표현을 썼다고 한다. 특히 김 씨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역사’, ‘사명감’ 등 단어를 언급하며 범행을 정당화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당일인 2일 김 씨를 현장에서 체포하며 김 씨의 외투 주머니 안에서 이 문서를 발견해 압수했다. 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되기 전 김 씨가 언론에 스스로 밝힌 ‘8쪽짜리 변명문’이다. 경찰은 “김 씨가 문서 내용과 비슷한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전날 혼자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서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인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숙박업소에 머물렀던 사실도 파악했다.
경찰은 4일부터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김 씨의 경찰 진술과 심리 상태를 분석 중이다. 조현병 등 정신병력이 있는지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도 시행하기로 했다. 또 경찰은 피의자신상공개심의위원회 등을 열어 김 씨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할지 다음 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김 씨가 8쪽 분량의 문서를 남긴 행태에 비춰 볼 때 ‘확신범 유형’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고 하는 것과 달리, 확신범은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믿고 이 같은 증거를 남긴다는 것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확신범은 자신의 행위가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착각하기에 도망갈 이유가 없다”며 “도망가는 것은 내 행위가 부끄럽고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의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선 동양대 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횡설수설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이 김 씨의 문서에 담겼다면 우선 정신 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성서경찰서는 5일 오후 이 대표에 대한 추가 협박 전화를 건 남성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한 공중전화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성이 서울경찰청 112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이번 총선에 이 대표가 대구에 오면 작업한다”고 밝혔다.
부산=김화영 기자, 부산=강성명 기자, 김소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