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풍경
해나/김효숙
고단한 육체가 영혼을 짓누르고
늘어진 다리가 집으로 향할 즈음
서녘에 기다렸던 해도 하품을 하며
땅거미를 부여잡고 하소연한다
길가에 불빛 하나 둘 마중나와
웃음 속 나그네 반갑게 대하고
가로등도 함빡 미소 띄우며 환한 얼굴 내민다
어느덧 지친 발걸음은
기다리던 문패가 반기고
보글보글 김치찌개 노래가 시작되면
가족들 웃음소리 어둠 속 흘러나와
쩌렁쩌렁 울리는 행복이 주인공 된다
별빛이 가족 위한 꿈을 부풀려 주고
달빛이 가족사랑 아름답게 채색하기 시작하면
백열등이 하나 둘 어둠 속 마실 나감에
고단한 하루도 피곤함을 다 접고
긴 꿈길 속으로 포근한 여행을 떠난다
해 나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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