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조용하고 긴 산책길이 있는 공원을 거닐다 쉬고싶어 술 한병과 오징어깡 한 봉지를 사들고 한쪽 구석에 놓인 3 인용 긴 의자 한쪽에 자리잡고 막 과자 봉지를 열어 한모금 마시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단정한 차림의 젊은 아주머니 한 명이 다가와 같은 의자 끝 자리에 앉았습니다. 아주머니는 봄날의 따뜻한 햇볕을 즐기려는듯 매우 한가로와 보였습니다. 미안해서 아주머니 쪽을 쳐다보지 않고 왼손에 든 술병을 조금씩 비우며 오른 손만 내려 과자를 하나씩 집어 먹습니다. 과일이라도 되면 좀 드시라고 말이라도 해볼텐데.
그런데 한참만에 만져지는 과자가 왠지 너무 빠르게 준다 싶습니다. 곁눈질로 살펴보았습니다. 이럴수가! 옆자리 아주머니가 내 과자를 슬쩍 집어먹고 있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장난치나? 설마 계속 먹겠나 싶어 무시하고 다시 과자를 꺼내 먹었는데 계속해서 아주머니의 손이 슬쩍 슬쩍 다가와 과자를 집어 먹었습니다.
눈은 무릎 위에 놓인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신경은 온통 과자와 얄궂은 아주머니에게 쏠려있었습니다. 과자 봉지는 빠르게 비어져 마지막 몇 개만 남아 있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아주머니가 나를 좋아해서 일부러 그러나보다. 이런 일은 살다 살다 처음이네. 가슴이 뛰고 흥분되어 제정신이 아닙니다. 저손을 덥석 잡고 '반갑습니다!' 라고 말할까. 망설인 끝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머니를 똑바로 쳐다봅니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반응이 기가 찹니다.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씨익 웃으며 조용히 돌아서 걸어갑니다.
뭐 이래! 가버리면 어쩌자는거야? 따라가야 하나.
그때 다시 보니 내가 열어놓은 오징어깡이 거의 온전하게 산책가방 옆에 고스란히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그제야 과자를 훔쳐 먹은 사람이 아주머니가 아닌 자신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자기 것을 빼앗기면서도 아무 화도 안냈고 마지막에는 부드럽게 웃으며 조용히 가버린 것이었습니다.
남의 것을 빼앗아 먹으면서도 엉뚱한 생각을 해서 책은 한 쪽도 다 못보고 붉으락 푸르락 설랬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비록 과자 하나로 벌어진 작은 사건이었지만 그런 경솔한 실수가 중요한 일에 벌어졌다면 아주 안 좋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첫댓글 마음속으로 너무 경솔 했군요..ㅎ
좋은 뜻이 담긴 글" 모셔갑니다. 감사^^
똑 같은 얘기 본적 있어요
이미 알고 있는 결말인데도...아닐꺼야 하면서 읽었거든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 난다는게
신기합니다.
ㅎ~
me too
@지~니 좀 그렇지.
ㅎ~
@북앤커피 지도 똑 같았구만유~
잘 읽었읍니다.ㅎㅎ^^*^^감사.
ㅎㅎㅎ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