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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라기공원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은 "쥬라기 공원"으로, 2편 "잃어버린 세계"와 "쥬라기 공원3"는 각각 2편, 3편으로 명시했습니다.
"못난 3편을 본 관객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
* 줄거리
쥬라기 월드은 뭐랄까, "쥬라기공원 시리즈스럽지 않게" 시작합니다. 형제인 잭과 그레이가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는 동물원 겸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되죠. 이전 3편에서는 오프닝을 통해 공룡 습격으로 최소한 한 명이 죽거나 심하게 다쳤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이례적입니다. 새로 바뀐 타이틀만큼이나 분위기도 바뀐 느낌이죠. 지금까지 쥬라기 공원 시리즈들이 "지금부터 이놈(공룡)들이 나온다. 기대되지?"라며 시작됐다면, 쥬라기 월드는 "니들 공룡보러 온 거 다 알아 ㅋㅋㅋ 앞으로 보여줄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라는 느낌입니다.
잭과 그레이 형제는 공원 운영진 중 하나인 이모 캐런에게 맡겨지지만, 캐런은 바빠서 이들을 돌볼 새도 없습니다. 쥬라기 월드의 최신 "작품"인 인도미너스 렉스(Indominus Rex)가 대중공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죠.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동물 및 공룡들의 유전자를 조합해 만든 인도미너스는 그 어떤 육식공룡보다도 크고, 강하고, 영리한 공룡입니다. 놈은 너무나 강해서 같이 만들어진 다른 인도미너스조차도 잡아먹고 혼자 크게 됩니다.
본작은 잭과 그레이가 공원을 방문하던 중 인도미너스가 머리를 써서 우리를 탈출하면서 생기는 난리에 대해 그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빠서 조카들 나이도 모르는 이모, 이혼을 앞두고 있는 부모, 사춘기인지 동생에겐 관심도 없는 형 잭, 그리고 그레이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게 된다는 쥬라기 공원 특유의 "가족 테마"에도 충실히 하고 있죠.
* 망작 이후의 명예회복을 노린다
이 작품은 시리즈 유일한 명작이자 최고흥행작인 쥬라기 공원 1편(이하 쥬라기 공원)을 매우 의식하면서도, 이를 따라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듯 보입니다. 이에 걸맞게 쥬라기 공원을 본 관객들이라면 흥분할 만한 요소들이 곳곳이 배치되어 있죠.
쥬라기 공원을 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벨로시랩터의 비상한 두뇌, 공룡 테마파크라는 신선한 아이디어 등이 기억에 남았을 겁니다. 어린 관객들이 상상할 법한 "진짜 저런 공원이 있음 얼마나 재밌을까? 물론 무너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벨로시랩터는 얼마나 똑똑할까? 개보다 훨씬 똑똑하면 훈련시킬수도 있을까?"란 상상들이 눈 앞에서 펼쳐집니다. 그런 면에서 쥬라기 월드는 일종의 거대한 팬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특히 누구나 인정하는 쥬라기 공원의 "제왕" 티렉스가 시리즈 최악의 평가를 받는 3편에서 말도 안되는 굴욕을 당한 이후 화려하게 명예회복을 하기도 하죠. 작품 초반에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인 티렉스의 정수리만 보여주곤 카메라를 돌렸던 만행은 이후 이어질 카타르시스를 위한 추진력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의 단순한 카피캣이 되지 않게 애를 씁니다. 쥬라기 공원 티셔츠를 입은 부하직원을 갈구던 캐런처럼 말이죠. 설정, 스케일 모두가 다르게 이어지며, 비교적 수직적인 "액션 서바이벌 스토리"는 "재난극"의 요소를 다소 섞어넣으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로 이어집니다.
그 결과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영화적 완성도는 제가 볼때 그리 높다고 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영화적 클리셰가 넘치고, 등장인물들의 설득력 낮은 행동, 이상한 동기, 다소 유치한 개그, 이상하게 행동하는 동물들 등 단점도 많습니다. 특히 플롯 자체가 흔한 가족 영화스럽거나, 절정 부분의 진행이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쥬라기 월드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무리수"를 두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명작이 되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그저 재밌는 이야기를 통해 공룡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사실 관객들이 보러 온 게 그것이기도 하고요.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플롯은 언제나 부가적 요소였습니다. 주인공은 공룡이었죠. 다만 2,3편의 경우 너무 엉성하게 스토리를 엮어서 보는 입장에서 방해가 된 것 뿐입니다.
제가 좋게 본 것이 이런 태도였습니다. 사실 쥬라기 공원 1편 자체도 무게를 잡고 명작이 되려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간단한 플롯과 적절한 긴장감, 적절한 페이스의 전개를 통해 달려나가는 "액션활극"이었죠. 다만 훌륭한 구조, 적절한 요소의 배치, 획기적인 기술을 통한 공룡 묘사로 길이남을 명작이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쥬라기 월드는 1편의 완성도에는 현저히 못 미치더라도 그 정신만은 출중히 계승하고 있다고 봅니다. 2,3편도 사실 어느 정도 계승하긴 했습니다만, 완성도가 워낙 처참해서.... 다만 낮은 품질의 자기복제에 가까웠던 이 작품들과 달리 쥬라기 월드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면서도 이 정신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 영화의 주역급 공룡들 (티렉스의 명예회복)
아무튼 본작에서 나오는 인도미너스 vs 티렉스의 싸움은 이 점을 훌륭히 해결하고 있습니다. 두 공룡의 파워를 봤을때 설득력 있으면서, 무게감과 긴장감도 있고, 무엇보다 두 거대한 공룡의 멋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특히 "9번 방사장의 문을 열어!"란 대사와 함께, 그 뒤에서 무엇이 걸어나올지 영화관의 관객들이 다 알고 있는 그 상황에서 전율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인공인 티렉스에 대한 대접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티렉스가 몇분간 스크린 위에 출몰했는지 여부는 상관없습니다. 누가 봐도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제왕"은 Tyrannosaurus "REX" 니까요.
* 인도미너스 렉스. 완벽하진 않지만 괜찮은 악역
얘기가 나온 김에 인도미너스 렉스에 대해서도 논하고 싶습니다. 사실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의 공포"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1편의 영웅(?) 티렉스도 사실 공포의 존재로서 등장했고 (러닝 타임 내내 공포를 주기도 했고), 2편에서도 마찬가지였죠. 3편의 주둥이 긴 놈도 뭐 공포감을 조성하는 역할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3편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새로운 "공포의 군주"가 티렉스의 압도적 존재감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영화에서 묘사된 스피노사우루스가 티렉스 이상의 힘을 자랑했다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캐릭터" 스피노사우루스는 "캐릭터" 티렉스의 존재감을 지우는데 실패했고, 놈이 인간들을 위협할때마다 관객들은 전작에서 티렉스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다만 클라이막스의 강물 씬은 제법 훌륭했다고 봅니다.
이런 면에서 인도미너스의 등장은, 인조공룡이란 점에서 (단순히 사람이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유전자 구조 자체를 아예 인공적으로 만들었단 점에서) 아쉬움은 남았지만 저는 오히려 이게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티렉스보다 강하고, 별 짓거리를 다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진짜 공룡이 아니니까요. 티렉스가 주던 공포를 재생산하는 대신, 약간 다른 종류의 공포를 주는 악역입니다. 그리고 단순한 강함 외에 "어떤 걸 할 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추가했습니다. 쥬라기 공원의 또 다른 주역인 벨로시랩터가 주던 것이죠.
티렉스보다 강한 주제에 위장색도 쓰고, 열감지도 하는데 똑똑하기까지 해서 사람 머리 꼭대기에서 논다.... 너무 황당해서 짜증이 날 정도입니다. 근데 짜증이 나지 않는 것은 놈이 진짜 공룡이 아니란 점 때문이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주역은 놈이 아닌, 우리가 알고 사랑하던 진짜 공룡들이란 점입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스피노사우루스가 많은 안티들을 모은 건 티렉스와 랩터의 자리를 빼았았기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반면 인도미너스는 압도적인 스크린 타임에도 불구하고 주역 자리를 뺏진 않았습니다. 이 점에서 제작진이 영리하게 대처했다고 봅니다.
* 단점
그 외에 공룡들의 행동 묘사, 크기 묘사 등에서 문제가 있죠. 무슨 모사사우루스가 그렇게 큽니까?? 다만 이 부분은 공룡들의 유전 정보가 완전하지 않고, 다른 동물들의 유전정보를 조합해 만든 사실상 키메라란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본작에서 대사를 통해 회사 측이 "더 크고 강하게 만들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사실 이건 인도미너스의 경우지만, 쥬라기 공원 운영진의 방향이 그렇게 세팅되어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죠.
또한 전체적으로 어린이 관객들을 인식한 것인지 조금 유치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점도 있고, 스토리 구성도 치밀하다고 하긴 힘듭니다. "랩터 부대"는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우리를 그렇게 무섭게 했던 그 랩터들과 힘을 합쳐 싸운다는 점은 분명 흥분되는 내용이었지만, 그 과정이 다소 어색하거나 유치하다고 볼 수 있는 면도 있었죠.
전체적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페이스가 들쭉날쭉한 점도 있고요.
* 총평
저는 처음에 그레이가 꼬마의 마음으로 쥬라기 월드를 봤을때, 1993년 어린 나이에 처음 쥬라기 공원을 봤을 때로 돌아가 설레임을 느꼈습니다. 이후 공원이 많이 바뀌었다는데 조금 놀라고 실망했지만,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굳이 옛날 공원으로 억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이 전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쥬라기 월드가 쥬라기 공원 1편에 미치지 못하는게 대체적인 평가인데, 저도 동의합니다. 이 작품은 완성도 뿐 아니라 은막에서 처음 공룡들을 거의 완벽히 묘사했다는 점, CG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작이니까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 작품은 1편을 능가하려고 만들어진 작품이 아닙니다. 1편의 우월성은 인정하되, 1편을 카피하거나 뛰어넘으려고 발악하는 대신 1편의 가진 본질을 계승하기 위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건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서 이들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목적이죠. 스티븐 스필버그가 처음부터 역사적인 명작을 만들고자 쥬라기 공원의 메가폰을 잡은 건 아닙니다.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거죠. 모든 명작이 그렇듯이요.
그런 면에서 쥬라기 공원은 명작은 아닐지언정 "재밌는 영화"란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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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개인적으로 인도미너스 렉스는 캐릭터 포지셔닝에 실패했다고 봅니다.
인도가 초반에 내세운게 최상위 포식자 주제에 카모플라쥬나 열감지 회피능력등 피식자들이나 가질 법한
보조옵션에 높은 지능을 가졌단 점이었죠. 그런데 카모플라쥬 능력에 대한 연출도 부족했고 중반부터는
그냥 일반 티렉스랑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차별화가 안 되었달까요.
우리 탈출씬부터 지능을 많이 부각시켰는데 그것에 관련된게 중반부턴
거의 안 나왔던게 꽤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랩터까지 합성된 놈이라면 티라노완 움직임도 좀 달랐으면
더 좋았을 것 같고요.
네, 일리있는 말씀이십니다.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있었죠. 인도미너스의 능력에 대한 묘사도 좀 빈약했고...The next big thing에 대한 포석이 좀 빈약하게 깔린 면도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인도미너스가 어느 정도 티렉스와 차별화를 이뤘다고 봅니다. 랩터가 공포심을 준게 "숨어도 소용없다"란 점인데 인도미너스는 열감지를 통해 그 점을 계승해서 티렉스와 랩터가 혼합된? 긴장감을 주진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티렉스의 존재감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요.
아무래도 영화의 메인 악역인만큼 인도미너스에 대한 평가에 따라 이 영화를 즐겁게 보냐, 아니냐가 갈리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