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밧드의 일곱 번째 모험'(1958)과 '살인자의 해부'(1959)에 출연했던 가수 겸 여배우이며 나중에 팝스타 빙 크로스비의 아내가 된 캐서린 크로스비가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미국 영화 매체 데드라인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크로스비 가족의 대변인은 전날 밤 캘리포니아주 힐스보로의 자택에서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1933년 11월 25일 텍사스주 웨스트 컬럼비아에서 올리브 캐서린 그랜드스태프로 태어난 고인은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를 졸업한 뒤 미인 대회에서 수상하며 부상으로 윌리엄 홀든과 할리우드 스크린 테스트를 받는 기회를 얻었다. 1953년 캐서린 그랜트란 이름으로 연예 활동을 시작해 뮤지컬 드라마 'So This Is Love'(1953),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Rear Window, 1954), '와일드 파티'(1956) 등에 얼굴을 내밀었다.
빙을 만난 것은 고향마을 신문이 할리우드 기사를 내보낸다며 인터뷰를 의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영원한 클래식이 된 '화이트 크리스마스'(1954) 촬영 현장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한 것이 사랑으로 발전, 1957년 결혼식을 올렸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조금 다른 얘기를 들려줬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7년 계약을 맺은 뒤 그 스튜디오 주차장을 걷고 있었는데 미래의 남편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는 2014년 공영 라디오 PBS 인터뷰를 통해 빙이 "안녕 텍스, 왜 그리 바쁜데?”라고 말 걸어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가 왜 자신을 텍사스 출신으로 오해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차 한 잔 마시자고 해 차를 마셨는데 "그의 크고 푸른 눈을 들여다 보고 15분쯤 뒤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결혼 뒤 남편을 따라 가톨릭으로 개종했는데 두 번째 부인이며 무려 서른 살 연하였다.
간호사와 교사 일을 하면서도 스크린에 얼굴을 비쳐 'Operation Mad Ball'(1957), '신밧드의 일곱 번째 모험'과 '살인자의 해부', 그리고 'The Initiation of Sarah'(1978) 등에 얼굴을 내비쳤다. 그리고 빙의 크리스마스 스페셜 공연에 가족과 함께 출연하곤 했다.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 토크쇼 '캐서린 크로스비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1996년 브로드웨이 연극 'State Fair' 재공연 무대에도 올랐다.
빙이 1977년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세 자녀 해리, 메리, 너대니얼, 그리고 많은 손주들과 살아 와 이번에 유족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