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투쟁으로 타락한 사제들(펌)

[진정한]

크리스마스는 성당이나 교회보다 백화점에 더 빨리 찾아온다. 성탄절이 가까워오면 신자들의 영성(靈性)보다 거리의 상혼(商魂)이 더 민감해지고, 고난의 메시아가 십자가를 지기 위해 탄생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징글벨 소리로 시끌벅적한 ‘메리 크리스마스’의 흥겨운 밤이 되곤 한다.

　그러나 성탄절의 세속화(世俗化)를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성탄은 교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성전의 사제관(司祭館)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세속의 한복판, 혼잡한 여관의 말구유가 그의 첫 삶의 자리였다. ‘세상의 빛이요 소금’인 교회도 세계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한다. 세속사회와 소통하지 못하는 종교는 맛을 잃어 길가에 버려진 소금이나 다를 바 없다. 북한의 끊임없는 무력도발과 극심한 국론분열의 갈등으로 우울하기만 한 이때, 성탄이 주는 위로와 소망, 그 평화의 메시지야말로 우리 사회에 가장 반가운 소식일는지도 모른다.

　동방의 박사들은 편안히 앉아서 메시아를 맞지 않았다. 페르시아를 떠난 박사들은 수많은 낮과 밤을 사막의 칼바람과 싸우며 머나먼 광야를 건너와 아기 예수를 만났다. 이것이 첫 번째 크리스마스다. 거리마다 온통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으로 휘황찬란한 이 땅의 성탄절에도 사막을 건너는 수고의 피땀이, 저 초라한 말구유의 겸손이 살아 숨쉬고 있는지,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구미(歐美) 기독교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하면서 가난한 민중, 억압받는 소외계층에게 ‘역사 속에 참여하는 하나님’을 선포한 남미의 해방신학은 종교의 사회적 책임에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들었지만, 과격한 계급투쟁과 폭력적 혁명이념의 오류로 말미암아 세계와의 소통을 스스로 막아버리고 말았다.

　종교의 사명은 정치체제나 권력구조를 변혁시키는 데 있지 않다. 그 사명은 오히려 종교 스스로가 먼저 변혁되는 데 있을 것이다. 사회가 교회에 바라는 것은 ‘예수 천당’이나 ‘성령 축복’을 새긴 기복(祈福)의 팻말이 아니라 ‘나눔의 손길, 섬김의 발걸음’이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착한 행실’을 요구했다(마태 5). 한 사람의 신자로서 부끄럽게 고백하건대, 다른 누구보다 먼저 나 자신의 참회가 절실한 대목이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분쟁이 있는 곳에 평화를 심는 것이 종교의 사명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독교는 수십 개의 교파, 수백 개의 교단(敎團)으로 갈라져 있을 뿐 아니라, 법정에는 교회 관련 송사(訟事)가 끊일 날이 없다. 무슨 낯으로 평화의 소식을 전할 것인가? 연말이면 어김없이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곤 하는 이 나라의 국회에는 또 무슨 입으로 화합과 일치를 요구할 것인가?

　성탄절을 앞두고 가톨릭교회마저 내분에 휩싸였다. 정책과 종교의 문제를 분별하자는 추기경의 말씀에, 정의를 구현한다는 어떤 사제들이 “정부를 편드는 남모를 고충이라도 있는가”라고 빈정거리며 용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 당찬(?) 사제들이 핵무기를 등에 업고 동족을 마구 살상하는 무신론자들을 감화(感化)시키기 위해 단 한 번의 촛불기도회라도 열었다거나, 토끼풀을 뜯다가 끝내 굶어 죽은 북한처녀를 눈물로 애도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정의의 사제들이야말로 저 불의(不義)한 절대권력을 편들어야 할 남모를 고충이라도 있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사제여, 당신이 바로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이오. 그분이 다시 이 땅에 오신다면 당신은 또다시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을 것이오.” 카잔차키스의 소설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다’에서 가난한 목동이 세속에 물든 사제에게 내뱉은 질책이다. 2000년 전 유대 민중을 선동하여 예수를 사형대로 몰아간 것도 정략적(政略的) 술수에 능란한 대제사장 가야바였다. 영성을 잃은 채 기복에 매달리거나 정치투쟁에 골몰하는 종교인은 예수를 다시 십자가에 못 박는 타락한 사제와 다를 것이 없다.

　교회가 세상에 전해야 할 성탄 메시지를 거꾸로 교회를 향해 전하는 이 건방진(?) 목소리는 한국 교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안타까운 기대에서 나온 것임을 밝혀둔다. “역사상 그리스도인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그런데 그는 십자가에서 죽었다.” 마르크스의 이 말을 부끄럽게 만들 책임은 교회와 성당에 있기 때문이다.

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대표·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신철세]

교의 방향이 과연 바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가 “ 역사상 그도인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그런데 그는 십자가에서 죽었다.” 문구가 비 교인 나에게 와 닿는 글입니다 진정한

[한병찬]

명 판결과 같은 논리로 사제님들 알아 들었으면 좋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