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족들과 충주시 소태면 오량리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 느티나무"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중에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 스페셜티코너에 납품을 하고 있는 커피 로스팅하는 카페가 충주에 있다고 하는데, 아느냐고? " 말입니다.
한동안 서울에서 직장생활할 때,
동료들과 수망로스팅과, 팬로스팅을 배우러 다니고 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면서
강한 호기심이 발동하였습니다.
친구의 말로는 "카페느티나무"가 납품한 <아체골드>라는 커피를 갤러리아 식품관에서 사왔는데,
정말 환상적인 커피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주말 게으름을 피우는 딸아이와 유치원꼬마를 데리고 토요일 점심 무렵, 중앙탑에서 막국수를 먹고 소태로 향했습니다.
소태가는 길은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름답습니다.
남한강이 그래도 개발의 도마에 오르지 않고 보존된 것에 대해 감사하고, 목계의 늠름한 소나무들의 생기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목계는 올해 메밀 축제가 열리는데, 대한민국 유일의 섬 형태의 장터였고, 60년대 중반까지 뗏목길이 열리어 강원도와 서울의 물산을 실어나르던 곳입니다.
오랫만에 나섰지만 목계는 서글프도록 아름답습니다. 지금은 적송만이 장터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물길은 아직도 옛날을 추억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사진은 목계와 목계와 연결되는 지천계곡의 계절 사진입니다.
물안개의 아름다움과 자연하천의 원형을 보시려면 꼭 목계로 오십시오.
꽃
중앙탑에서 10여분 달려 목계를 지나니 소태면사무소가 나오고 조금 올라가니 "로스터리 카페 느티나무"가 나왔습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
청룡사지로 향합니다. 고려조에 창건된 청룡사지는 한 때 조선5대 대장경을 보관하는 중요한 사찰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보1점과 보물3점, 지방문화재 2점이 한 공간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가히 문화재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데, 관리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볼 수 있을 만큼, 허술하기 짝이없습니다.
그래도 소나무 오솔길을 따라 걷는 재미는 청량감을 넘어 호젓하고 호사롭기까지 합니다.
길가에 막 피어나기 시작한 구절초와 달개비곷들이 지천입니다.
다문다문 피어있는 구절초는 처연하고 담백하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딸아이가 자전거를 꼭 가져와서 꼭 타고 싶다고 성화입니다.
그만큼 걷기도 좋고, 가을 자전거를 타도 좋을 만큼 한적하고 여유롭습니다.
두시간 정도를 문화재와 놀고 걷다가 조금 내려가면 청룡사지입구에 '느티나무카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적잖이 놀랐습니다.
대지 4000평에 들어선 카페의 규모에 놀랐고,
지은 집이 건축설계일을 하는 제가 보기에도 놀랄만큼 잘 지은 집이었습니다.
지붕의 오리지널 징크며, 외벽의 케뮤사이딩 등이 충주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최고급 건축자재들이었습니다.
경량 목구조로 지은듯힌 이 건물을 보는 순간
한 때 목구조를 공부하던 시간과 열정이 확 몰려옵니다.
충주권에서 아직은 아니다 싶은 목구조방식을 통해 어림짐작해도 140평은 됨직한
건물을 지은 주인장은 과연 누굴까?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더욱 화려하고 유니크한 성당과도 흡사한 구조였습니다.
지붕고가 6m가 넘는 구조는 목구조에서 상당히 난해한 작업인데, 컬러타이를 시공하면서 꽤 많은 고생을 했을 법한 맛배지붕입니다.
커피를 주문하고자 했으나
우선은 화덕에서 피자를 꺼내는 모습을 본 딸아이가 피자먼저 주문을 해 달라고 성화입니다.
커피 주문은 미루고 '고르곤졸라' 피자 한 판을 먼저 시켰습니다.
맛이요. 환상이었습니다.
화덕에 막 구워낸 노릇노릇한 피자는 풍미가 장난이 아니었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네덜란드한 염소치즈인 '고다'치즈를 40%이상 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밀가루도 캐나다산 적맥을 수입하여 제분을 하고, 반죽을 아예 사과즙으로 한다고 합니다.
커피 주문을 했습니다.
까다롭습니다. 그냥 아메리카노는 별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산지별 커피의 특징과 로스팅 포인트 아로마, 바디감 등 전반적인 원두의 특징을 설명하고
고르라고 합니다.
커피 생두를 직접수입하는 이 로스터리샵은
아직 충주의 커피 문화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서 홍대 앞이나 가로수길에서
어울릴 듯한 이 모습이 낯설기만 합니다.
커피를 선택하고 다시 드립방식을 선택하고 커피잔과 필터까지 선택해야 주문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를 한 모금 입에 가져가는 순간.
머릿속이 백지가 됩니다.
예전에 서울에서 직장생활할 때, 그래도 여러 로스터리샵을 다녀봤는데,
아직까지 이런 커피는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코스타리카 '델솔'이라는 커피는 매우 여성스러웠지만 강한 바디감과 자몽향이
일품이었고, 제 친구가 저를 여기까지 가게끔 한 '아체골드'라는 원두는 이제까지 커피에 대한 상식
과 기준을 일시에 허물어버리는 대단한 커피였습니다.
젊은 주인장은 이태리에서 로스팅 공부를 2년정도 했다고 합니다.
로스터기 2대를 놓고, 커피 생두를 직접 수입하면서 서울에 납품을 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꿈과 같은 카페가 충주에 생겼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 번 다녀오시면 후회 안하실 것입니다.
파문과 같은 감동이 제가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게 하네요.
첫댓글 저두 충주에 산답니다. 이런 멋진까페 있는지 모르고 있었어요~저두 꼭 한번 가봐야겠어요~^^
즐감
아름답고 멋진 곳이네요~
"신의소원가"님께서 소개하신 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충주 소태면에 정말 멋진 커피전문점이 있군요
한번 꼭 찾아가 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참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하고, 글 참 잘 봤습니다.
학교를 충주에서 다녔읍니다
목계다리아래 소나무 아직 멋진가 궁금해요
꼭 한번오십시오. 그리고 다음 카페 검색에서 로스터리카페느티나무 입력하시면 많은 정보 있습니다
목계다리 아래 소나무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세월을 탓하지 않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