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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영폭포 보러 가다 – 진고개,노인봉,소금강
1. (노인봉에서 바라본) 왼쪽 뒤는 두로봉, 멀리 가운데는 응복산, 그 오른쪽은 만월봉과 복룡산
고독에 익숙해진 사람의 영혼은 서서히 자연의 사물이라든가 현상이 들려주는 수많은 침묵의 소리, 말없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 (…) 화강암의 나지막한 속삭임소리. 산줄기가 숨 쉬는 리드미컬한 소리. 골짜기의 상사목과
고샅길. 오미와 버덩. 줄기줄기 이어지는 산등성이와 비탈에서 울려오는 정감어린 속삭임소리. (…) 산에서 혼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냉철한 눈으로 샅샅이 살펴본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대자연의 무한한 힘을
찬양하는 성스러운 축전(祝典)을 베푸는 것이며, 영원한 가치를 지니는 예술작품을 그대의 가슴 속에 기쁘게 맞아
들이는 것임에 틀림없으리라.
―― 오이겐 귀도 라머(Eugen Guido Lammer, 1862~1945), 『청춘의 샘』(임종한 옮김, 수문출판사, 1989)
▶ 산행일시 : 2026년 7월 11일(토), 맑음, 더운 날
▶ 산행코스 : 진고개,노인봉,노인봉대피소,낙영폭포,만물상,구룡폭포,금강사,무릉계폭,상가지역
▶ 산행거리 : 도상 13.1km
▶ 산행시간 : 6시간 18분(10 : 04 ~ 16 : 22)
▶ 교 통 편 : 그랜드산악회(26명) 버스 이용
▶ 구간별 시간
07 : 15 – 강동역 3번 출구
09 : 00 – 횡성휴게소( ~ 09 : 11)
10 : 04 – 진고개, 산행시작
11 : 16 – 노인봉(老人峰, 1,338.1m)
11 : 28 – 노인봉대피소, 휴식( ~ 11 : 40)
12 : 42 – 낙영폭포(落影瀑布)
13 : 58 – 백운대
14 : 14 – 귀면암
14 : 45 – 구룡폭포
15 : 05 – 식당암
15 : 08 – 금강사
15 : 55 – 무릉계폭(창운)
16 : 12 – 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산 분소
16 : 22 – 상가지역, 산행종료, 버스 출발(17 : 37)
18 : 35 – 평창휴게소( ~ 18 : 50)
20 : 28 - 강동역
2. 산행지도
엊그제 전국에 걸쳐 많은 비가 내렸기에 오대산 소금강계곡의 낙영폭포를 비롯한 여러 폭포가 썩 볼만하겠다고 생
각했다. 서울의 유수한 안내산악회들이 당일로 노인봉과 소금강을, 혹은 무박으로 비로봉과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
을 넘어서 그리로 가기도 한다. 나는 우리 동네 안내산악회인 그랜드산악회를 종종 이용한다. 회비가 다른 산악회에
비하여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산악회 버스를 타러 가고 또 오는 것이 가깝고 쉽다.
주말에 버스전용차로가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약간 불안하였으나, 중부고속도로 타고 여주분기점에서 영동고
속도로로 진입하는 데만 잠시 빡빡했을 뿐 막힘없이 달린다. 진고개가 준령이다. 해발 960m. 구절양장 굽이굽이
돌아 오른다. 진고개 이름 유래가 비가 오면 땅이 질어서라기보다는 거기에 오르기가 너무 길어서가 아닐까 한다.
용문산 용문봉 남릉의 진등처럼. 버스는 몇 번이고 가쁜 숨을 토하며 오른다.
진고개 너른 주차장이 의외로 한산하다. 버스에 내리자 거센 바람이 맞이한다. 해는 먹구름에 가렸다. 상쾌하다. 그
바람이 등을 세게 떠밀어 엎어질 듯하며 계단 길을 오른다. 잠깐 숲속 길 올라 고위평탄지대이다. 전경인 노인봉의
너른 품이 시원하다. 그에 줄 이어 안기려는 등산객들이 개미떼 행렬로 보인다. 등로 주변은 여름 풀꽃이 한창이다.
개망초, 기린초, 큰까치수염, 숙은노루오줌, 간혹 긴산꼬리풀도 보인다.
야트막한 안부 지나고 울창한 숲속 길에 든다. 가파른 오르막에 데크계단이 시작된다. 무척 길다. 0.4km는 됨직하
다. 계단 폭이 넓어 오가는 사람의 교행이 가능하다. 우리보다 앞서 출발하여 노인봉을 오르는 등산객들을 연속해서
추월한다. 잰걸음 한다. 최대한 시간을 저축하여 이따 소금강계곡 폭포를 구경하는 데 쏟아 부을 예정이다. 산행
총무님은 공지에는 산행시간 7시간을 예정했으나 30분을 더 주겠다고 했다. 고마운 일이다.
데크계단 다 오르면 야자매트 깐 숲속 길이 이어진다. 이 길도 길다. 숨이 깔딱 넘어 갈 듯하여 △1,242.0m봉이다.
왼쪽(북동쪽)으로 방향 튼다. 이제는 평탄하다. 주릉 오른쪽 사면으로 난 등로다. 흐릿한 인적 쫓아 능선 마루금을
밟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지만, 거기라고 기화이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망이 트이는 데도 없다. 얌전히 등로 따른
다. 노인봉 1.7km. 이때는 선선한 바람도 한몫했다. 노인봉 직전의 1,311.8m봉은 눈으로만 넘는다.
┫자 노인봉대피소 삼거리에서 노인봉은 왼쪽 0.2km이다. 좁다란 돌길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붐비어 서로 길 양보
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슬랩 올라 노인봉 정상이다. 우뚝 솟은 화강암 봉우리가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
면 백발노인 같이 보인다 하여 ‘노인봉’이라 붙여졌다 한다. 정상 표지석과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섰다. 오늘은 노인봉 정상에서 조망이 모처럼 훤히 트인다. 상왕봉, 두로봉, 만월봉, 복룡산, 황병산, 매봉산, 발왕산
등등 모두 덩치가 큰 준봉들이다.
노인봉 아래 대피소로 내려와서 첫 휴식한다. 대피소에는 음주와 취사를 금하다고 경고문을 써서 붙여놓았고(적발
시 과태료를 물린다고 한다), CCTV 카메라(작동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하였다)가 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 오가
는 등산객들이 이곳에서 술을 마시려고 배낭을 풀다가 다시 챙겨 안 되겠다며 다른 데로 가자고 한다. 대피소 건물
앞에는 노거수 격인 돌배나무가 있다. 낙과가 몇 개만 보이고 나무에는 열린 게 보이지 않는다. 주변 풀밭에는 큰뱀
무가 한창이다.
3. 고위평탄지대에서 바라본 노인봉 가는 길, 노인봉은 왼쪽 봉우리 뒤에 있다
4. 노인봉 가는 숲속 길
5. 노인봉에서 조망, 멀리는 응복산, 만월봉, 복룡산
6. 중간은 철갑령
7. 왼쪽 뒤는 신배령(?)
8. 왼쪽 뒤는 두로봉
9. 멀리 왼쪽은 상왕봉, 맨 오른쪽은 두로봉
10. 황병산, 앞 능선은 소황병산으로 가는 백두대간
11. 왼쪽 뒤는 두로봉
12. 맨 오른쪽은 소황병산, 그 능선 뒤는 매봉산
13. 큰뱀무
14. 중간은 철갑령
큰뱀무(Geum aleppicum Jacq.)에 대하여는 ‘인천투데이(https://www.incheontoday.com)’의 2026.6.27.자
기사가 자세하다. 이를 인용한다.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 1922)에는 이 풀이 백두산부터 제주도까지 곳곳에 자란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일본 이름 오오다이콘소우(オオダイコンソウ, 大大根草)만 실렸을 뿐, 우리말 이름은 없다. 오오다이콘소우를
풀면 ‘(オオ·大) 무풀’이다. 뱀무를 가리키는 일본 이름이 다이콘소우(ダイコンソウ, 大根草)인데, 일본에서는 한자
대근(大根)을 다이콘이라 읽으며 바로 무를 뜻한다. (…)”
“큰뱀무는 뱀무보다 키가 커서 붙은 이름이다. 식물학자 이우철도 《한국 식물명의 유래》(2005)에서 ‘큰 뱀무라는
뜻의 일명(日名)’에서 왔다고 보았다. 일본 이름의 큰(オオ)을 그대로 우리말 ‘큰’으로 옮긴 셈이니, 적어도 머리에
붙은 ‘큰’만큼은 일본 이름의 그림자가 비친다.”
“그렇다면 ‘뱀무’의 무는 어떨까. 일본 이름도 무 잎을 닮은 데서, 우리 이름도 줄기 아래쪽 잎이 무 잎을 닮은 데서
무를 얻었다. 두 이름이 같은 자리를 본 셈이다. 다만 우리 이름이 일본 이름을 옮긴 것인지, 같은 풀을 보고 따로 무
를 떠올린 것인지는 잘라 말하기 어렵다. 뱀이 들어가는 이유도 또렷하게 알 수 없다. 식물 이름에 붙는 뱀은 뱀딸기
처럼 기본종보다 작거나 못하다는 뜻으로 쓰일 때가 있어, 무를 닮았으되 무만 못하다 하여 뱀무라 부른다는 추정이
있다. 한편으로는 뱀이 다닐 만한 습한 곳에 무 닮은 잎이 돋아 뱀무가 되었다고도 전한다.”
소금강계곡을 향한다. 노인봉 서쪽 사면을 잔도로 놓은 데크로드와 데크계단을 지나 북동능선을 내린다. 잠시 조망
이 트인다. 노인봉에서 본 산릉을 방향만 약간 틀었다. 노인봉대피소에서 술 마시지 못한 단체 등산객들이 곳곳에
자리 잡았다. 그들의 웃음소리에 나도 즐겁다. 능선은 북쪽을 향하고 그 1,241m봉 전에서 오른쪽(서쪽)으로 직각방
향 틀어 내린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계곡까지 매우 길고 가파른 데크계단 3곳과 철계단 1곳을 내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 백두대간 소황병산 연릉이 보이고는 깊은 숲속에 잠긴다. 무릎이 시큰거리게 내린다. 드디어
왼쪽 계곡에서 물소리가 잴잴거리고 조금 더 가자 오른쪽 계곡에서 우르르 들리더니 데크잔도 내려 낙영폭포다.
엊그제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수량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미폭(美瀑)이다. 한참을 머문다. 흐렸으면 좋았을 것
을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니 카메라가 무용이다. 낙영폭포를 시작으로 오작담, 광폭, 삼폭, 선녀탕, 만물상, 구곡담,
학유대 등이 이어지지만 안내판이 없어 알아보지 못하겠다.
곳곳이 이율곡이 거닐었음직한 계류다.
“푸르른 물은 낙엽도 발붙일 틈을 주지 않고 구비구비 돌아흐른다. 바위들의 모양도 천만 가지로 변하며, 산그늘 밑
에 나무그림자는 아지랑이와 섞여서 아스라이 햇볕을 가렸다. 나는 흰 바윗돌 위를 거닐며 때때로 일어나는 잔잔한
물결을 즐겼다.(…) 돌아오는 길에 열 발자국을 걸으면서 아홉 번을 돌아보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린
다.”(김장호의 『韓國名山記』)
백운대는 너른 암반에 오뚝하니 선 바위다. 주변 계류에는 세면 탁족하는 등산객들이 많다. 나는 산행종점에 가까워
서 은폐된 계류에 들 작정이다. 그늘진 폭포만 골라 사진 찍는다.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7~1584)의 「유청학산
기(遊靑鶴山記)」를 들어 그의 행적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곳곳에 있다. 이율곡은 학문이 높아, 평생을 벼슬자리에
서 거의 떠난 적 없고 또 안 해본 벼슬이 없다시피 하였다는데 그에게도 은일(隱逸) 사상이 있었다. 그가 벼슬길에
서 물러나 파주 율곡 혹은 해주의 석담(石潭)에 은거하던 시기에 지었다는 「낙빈가(樂貧歌)」가 어쩌면 34세 때
잠시 들른 이곳의 경치가 그 단초가 되지 않았을까? 다음은 그의 「낙빈가(樂貧歌)」 일부다.
청운(靑雲)은 저들이 즐겨도 백운(白雲)은 내가 좋아 하노라
죽장망혜(竹杖芒鞋)를 본대로 짚고 신고
천산만수간(千山萬水間)에 싫도록 오며 가며
있으면 죽이요 없으면 굶을망정
값없는 강산풍월(江山風月)과 함께 늙자 하노라
15. 왼쪽 뒤는 상왕봉, 맨 오른쪽은 두로봉
16. 왼쪽 뒤는 두로봉, 맨 오른쪽 뒤는 복룡산
17. 낙영폭포
21. 무명폭
구룡폭포는 놀기 좋다. 주변의 그늘진 너른 반석은 관폭대이기도 하다. 누구라도 깊은 소에 풍덩하고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기 마련이어서 목책 설치하고, 수영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눈 닿는 데마다 붙여놓았다. 구룡폭포 지나고
계곡출입도 엄금하였다. 오늘은 사실 엄청 더운 날이다. 서울 강남구청은 폭염경보로 오늘 특근하는 직원들이 야외
작업에서 철수하도록 지시했다. 차라리 산길을 계속 갔으면 나을 뻔했다. 땀은 온몸에 줄줄 흐르고, 포말 이는 계류
를 가까이서 보며 간다는 것은 대단한 고역이다.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몰래 목책 넘어 계곡에 다가간다. 나로서는 살기 위한 ‘긴급피난’이다. 물이 미지근하다.
여러 번 자맥질을 하여도 시원한 줄을 모르겠다. 다만, 물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시원할 뿐이다. 식당암 지나고
철다리 건너면 금강사이다. 금강사 앞 연화담과 십자소는 계곡이 깊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아래 무릉계폭은 반석
주위에 철책을 둘러 관폭대를 만들어 놓았다. 무릉계폭은 소금강계곡과 모든 지계곡이 한 데로 모여 흐른다. 힘찬
물줄기이며 우렁찬 굉음이 소금강계곡의 대단원을 찬양한다.
무릉계폭 관폭대 가는 길 중간에 바위에 단정히 새긴 글씨를 본다. ‘信莪契’라는 글씨 아래 여러 사람의 이름을 새겼
다. ‘신아계(信莪契)’는 조선 후기부터 근대까지 강릉 지역의 유력 문중 선비들이 조직했던 명망 높은 친목 계모임이
라고 한다. ‘信莪契’의 출전이 궁금하였다. 특히 ‘아(莪)’는 낯설다. ‘아(莪)’는 지칭개 또는 ‘쑥’을 뜻하는 한자로,
중국 《시경(詩經)》의 육아(蓼莪)에서 유래하며, ‘신아(信莪)’는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며 선비의 절개를 지킨다’는
의미라고 한다.
《詩經》〈小雅‧ ‧ 小旻之什 ‧ 蓼莪〉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주(周)나라 유왕(幽王, 기원전 795년 ~
기원전 771년)의 학정에 시달린 백성들이 부모를 끝까지 잘 봉양하지 못함을 슬퍼하면서 지은 시라고 한다.
蓼蓼者莪
匪莪伊蒿
哀哀父母
生我劬勞
길고 긴 아름다운 쑥인 줄 알았더니
아름다운 쑥이 아니라 나쁜 쑥이었구나.
슬프다 부모님이시여
나를 낳으시느라 고생하셨도다.
대로를 내린다. ‘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산 분소’를 지나고 조금 더 가면 상가지역이다. 제2주차장은 여기서도 1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너무 일러 상가지역 음식점에 들어 저녁을 먹기가 어중간하여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 하나를 산
다. 제2주차장에 있은 줄 알았던 우리 버스가 상가지역 한 음식점 빈 터에 주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음식점 후원
의 그늘진 평상에 걸터앉아 먹다 남은 빵이 있어 안주하여 맥주 마신다. 우리 버스가 출발하려면 1시간이 넘게 남았다.
27. 무명폭
31. 구룡폭포
32. 삼선암
33. 앞 너럭바위는 식당암, 멀리 암봉은 청심대
34. 무릉계폭
37. 바위채송화

첫댓글 계류만 바라봐도 시원합니다.
노인봉 뵌 지도 오래 되었네요...
철갑령,응복산, 만월산, 복룡산...다 정겨운 이름들입니다.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 준봉들을 넘은 때가 까마득합니다.
이제는 엄두를 내지 못하겠습니다.
진고개, 소금강은 산악회에서 여름 산행지로 자리잡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군요. 소금강 계곡길을 걸어보고프네요. ㅎㅎ
가을이 아닌 여름에 소금강을 가면 지루하고, 안 가면 가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