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을 향한 「북풍공작」 의혹과 불명확한 국방부 답변...높아지는 수사 필요성 / 12/16 (월) / 한겨레 신문
윤석열 정권이 평양 무인기(드론) 침투, 오물풍선 날린 원점 타격 등으로 북한과의 군사충돌을 유도한 뒤 이를 빌미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다는 북풍 공작 의혹에 대해 국방부가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수사를 통해 관련 의혹을 규명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북한이 "남한에서 보낸 드론이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발표했을 때 국내에서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국과 미국은 군사정찰위성과 각종 정찰기 등을 이용해 북한 전역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남북 무력충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평양에 정찰용 무인기를 보낼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12.3 내란 사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군에 포진한 측근들의 판단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생김에 따라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야당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지난 10월 '남한 드론이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것은 실제 우리 군의 작전에 따른 것이며, 이는 김영현 전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제보를 군 내부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계엄을 전제로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도 12일 자료를 공개하면서 평양에 보내진 무인기는 "소음이 커 전투용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드론 기종을 북한이 발견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투입한 것으로, 북한의 보복 군사행동을 유발해 남북 국지전으로 끌고 가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무인기는 최소 2km 반경에서 소음이 들릴 정도로 시끄러워 실전용이 아닌 교육훈련용으로만 사용됐다고 한다.
8일 드론작전사령부 예하부대 내 컨테이너에서 화재가 발생한 배경도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 화재로 평양으로 보내진 무인기 장비가 불에 타는 등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13일 이 화재가 방화가 아닌 전기 계통의 이상에 의해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제는 10월 이후 국방부가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느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는 애매한 태도로 일관해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와 비슷한 기종을 운용할 수 있는 부대로는 지상작전사령부, 드론작전사령부, 정보기관 등이 꼽힌다. 수사당국이 강제수사에 나서 이들에 있는 드론의 비행기록, 무인기 재고 등을 확인하면 관련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현 당시 장관이 지난달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이 오물풍선을 날리는 곳을 정밀 타격하도록 합동참모본부에 지시했다는 의혹도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 야당 주장에 따르면 '12.3 내란' 닷새 전인 지난달 28일 합참은 북한이 올해 32차례 오물풍선을 날린 것에 관한 위협평가회의를 열었는데, 회의를 열고 있던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김 장관이 전화해 북한이 풍선을 날리는 곳에 대한 정밀 타격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합참의장은 풍선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정밀타격을 하는 것은 국방부의 기존 방침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풍선을 날리는 장소를 정밀 타격하는 것은 우리 군이 북한 황해도 지역을 포격하거나 전투기로 공격하는 것이어서 북한이 반격할 경우 국지전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다. 북한이 풍선을 날리는 장소를 정밀 타격하는 것은 무인기를 통한 평양 침투와 마찬가지로 정전협정 위반으로 유엔사(미국)를 무시하고 한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백령도에 배치된 해병대 6여단이 K-9 자주포 200여발을 발사하는 해상사격훈련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한 것도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은 연평도 해병대의 K-9 자주포 해상사격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북한은 연평도와 백령도 인근 바다가 북한 영해라고 주장하며 해병대의 해상사격훈련을 영해 도발로 간주해 공격해 왔다. 북한이 NLL을 남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다 올해 남북관계를 적대적 양자로 규정했기 때문에 북방한계선 일대의 해상포 사격은 남북 무력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