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봉(素封)
소(素)는 무(無)의 뜻이고, 봉(封)은 영주가 받은 봉토로서, 작위나 영지는 없지만 그 재산과 수입이 왕후 귀족과 같다는 의미로, 큰 부자를 말한다.
素 : 무늬 없을 소(糸/4)
封 : 봉할 봉(寸/6)
출전 : 사기(史記) 卷129 화식열전(貨殖列傳)
이 성어는 사기(史記) 卷129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나온다. 그 내용의 일부를 보자.
🔘 史記 卷129 貨殖列傳
諺曰; 千金之子, 不死於市. 此非空言也.
속담에 ‘천 금을 가진 부잣집 아들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그것은 빈말이 아니다.
故曰; 天下熙熙, 皆為利來, 天下壤壤, 皆為利往.
그러므로 ‘천하 사람은 모두 이익을 위해 기꺼이 모여들고, 모두 이익을 위해 분명히 떠난다’ 라고 하는 것이다.
夫千乘之王, 萬家之侯, 百室之君, 尚猶患貧, 而況匹夫編戶之民乎.
저 천승의 왕, 일만 가(家)를 가진 제후, 백 실(室)을 가진 대부도 오히려 가난을 걱정했는데 하물며 보통 사람이나 서민이야 어떠하겠는가.”
(中略)
由是觀之, 富無經業, 則貨無常主.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부유해지는 데에는 정해진 직업이 없고, 재물에는 정해진 주인이 없다.
能者輻湊, 不肖者瓦解.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재물이 모이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기왓장 부서지듯 흩어진다.
千金之家比一都之君,
巨萬者乃與王者同樂.
천금의 부자는 한 도읍의 군주에 맞먹고, 거만금을 가진 부자는 왕과 즐거움을 같이 한다.
豈所謂 素封 者邪? 非也?
(그들이야 말로) 어찌 이른바 소봉(素封; 천자로부터 받은 봉토는 없으나 제후에 비할만한 큰 부자)이라고 할 만한 자들인가? 아닌가?
소봉(素封)
사마천은 천금을 가진 부자는 시쳇말로 대도시의 시장과 맞먹고, 거만금을 쌓은 부자는 한 나라의 군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이 비록 제후처럼 봉토(封土)는 없으나 가진 재산이 제후에 버금간다고 해서 ‘소봉(素封)’이라 했다.
부자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한 나라의 군주 못지않은 존재로 인정한 것은 부자가 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또 그들이 일구어낸 경제가 한 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사마천은 부자필용기승(富者必用奇勝) 즉 '부자가 된 사람은 반드시 기이하고 빼어난 방법을 사용했다.'고 썼다. 기이하고 빼어난 방법이란 부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이른다.
인류의 문명사는 어쩌면 이런 기술의 발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은 근대 이전에 전 세계의 경제 생산과 소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는데, 그것은 그들에게 뛰어난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술을 전해 받아서 새롭게 발달시키고 활용함으로써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들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다.
20세기를 지나면서 부를 창출하는 기술은 제조업에서 정보기술(IT)로 넘어갔다. 그리하여 새로운 부자들이 탄생했으니, 미국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과 한국에서 게임 회사를 창업해 부자가 된 김택진 씨나 김정주 씨 등이 대표적이다.
▶️ 素(본디 소/흴 소)는 ❶회의문자로 빨아 널어 드리운(垂) 명주실(糸; 실타래 部)이 깨끗하다는 데서 희다를 뜻한다. 아직 물들이지 않은 흰 명주, 희다, 또 물건의 시초, 바탕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素자는 '본디'나 '바탕', '성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素자는 사물의 가장 원초적인 속성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素자는 糸(실 사)자와 垂(드리울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금문에 나온 素자는 실타래를 뜻하는 糸자 위로 양손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누에고치에서 갓 뽑은 실타래를 묶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素자는 뽑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실을 표현한 것으로 가장 순수하고도 원초적인 것을 뜻하고 있다. 그래서 素(소)는 (1)음식에 고기나 생선 따위 고기붙이를 쓰지 아니함 (2)기중(忌中)에 고기나 생선 따위 비린 음식을 먹지 않는 일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본디 ②바탕 ③성질(性質) ④정성(精誠) ⑤평소(平素) ⑥처음 ⑦흰깁 ⑧희다 ⑨질박하다(質樸: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 ⑩넓다 ⑪부질없다 ⑫옳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바탕 질(質),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검을 현(玄)이다. 용례로는 예술 작품의 바탕이 되는 재료를 소재(素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순수하고 자연스러움을 소박(素朴), 구체적인 어떤 종류의 양의 최소 단위를 소량(素量), 흰 옷이나 상복을 소복(素服), 개인의 개성을 특징 짓는 경향과 태도를 소질(素質), 평소에 닦아 쌓은 교양을 소양(素養), 본래부터 품은 뜻을 소지(素志), 평소의 행실을 소행(素行), 칠 따위를 입히지 아니한 흰 널판을 소판(素板), 평소에 늘 원하는 마음을 소원(素願), 본래부터의 희망을 소망(素望), 평소의 마음을 소심(素心), 평상시나 생시 또는 지나간 적의 날을 평소(平素), 공기의 주 성분인 원소의 이름을 산소(酸素), 해롭거나 나쁜 요소를 독소(毒素), 치레하지 않고 수수함을 검소(儉素), 간단하고 수수함을 간소(簡素), 담담하고 소박함을 담소(淡素), 수수하고 검소함을 박소(朴素), 가난하나 깨끗함을 한소(寒素), 검은 것과 흰 것을 현소(玄素), 채식만 하던 사람이 고기를 먹기 시작함을 개소(開素), 바탕이 되는 자료를 물소(物素), 차분하고 꾸밈새가 없음을 한소(閑素),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음을 빈소(貧素), 아래 위를 하얗게 입고 곱게 꾸민 차림을 일컫는 말을 소복단장(素服丹粧), 결백하고 허례허식이 없는 선비를 일컫는 말을 청소지사(淸素之士),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을 손질한 이후에 채색을 한다는 뜻으로 그림을 그릴 때 흰색을 제일 나중에 칠하여 딴 색을 한층 더 선명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회사후소(繪事後素), 재덕이나 공적도 없이 높은 자리에 앉아 녹만 받는다는 뜻으로 자기 직책을 다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시위소찬(尸位素餐) 등에 쓰인다.
▶️ 封(봉할 봉)은 ❶형성문자로 土(토), 寸(촌)과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무성(茂盛)한 나무의 뜻인 圭(봉)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흙을 수북히 모아 나무를 심은 모양을 나타낸다. 고대(古代)에는 흙을 수북히 모아 나무를 심어서 국경으로 삼았기 때문에, 흙을 수북히 모으다, 지경(地境)삼다, 막다의 뜻을 나타내며, 전(轉)하여 영토(領土)의 뜻으로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封자는 '봉하다'나 '흙더미를 쌓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여기서 말하는 '봉하다'라는 것은 경계를 넘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봉투 따위를 열지 못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갑골문에 나온 封자를 보면 흙더미 위에 나무를 심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고대에는 흙을 쌓고 나무를 심어 이를 국경으로 구분했다. 넘어오지 말라는 일종의 경계선이었던 셈이다. 封자는 바로 그러한 모습을 그린 것으로 '흙더미를 쌓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었지만, 후에 '봉하다'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封(봉)은 ①봉(封)하다 ②(흙더미를)쌓다, 높이다 ③북(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을 돋우다(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 배양(培養)하다 ④크다, 거대하다 ⑤후하게 하다, 돈독하게 하다 ⑥가멸다(재산이 넉넉하고 많다) ⑦붙다, 부착하다 ⑧봉제사(奉祭祀; 조상의 제사를 받들어 모심) ⑨무덤, 뫼 ⑩지경(地境; 땅의 가장자리, 경계), 경계(境界) ⑪부자(富者) ⑫편지(便紙), 봉한 편지, 밀봉하여 상주하는 편지,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봉하고 잠금 또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음을 봉쇄(封鎖), 종이로 그리 크지 않게 만든 주머니를 봉지(封紙), 편지나 서류 등을 넣는 종이로 만든 주머니를 봉투(封套), 봉투에 넣어 봉한 편지를 봉서(封書), 흙을 쌓아 올려 무덤을 만듦을 봉분(封墳), 무덤에서 둥글게 흙을 쌓아 올린 부분을 봉묘(封墓), 무덤을 만들 때 흙을 쌓아 올림을 봉축(封築), 꿰매거나 꿰매어 붙임을 봉합(封合), 봉토를 받은 신하를 봉신(封臣), 제후를 봉하여 준 땅을 봉토(封土), 봉하여 붙인 자리에 도장을 찍음을 봉인(封印), 산 위에 제단을 쌓고 신에게 제사함을 봉사(封祀), 물건을 싸서 봉한 자리를 봉구(封口), 일정한 지역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음을 봉금(封禁), 물건을 선사하려고 싸서 보냄을 봉송(封送), 흙을 북돋아 심음을 봉식(封植), 나라의 변방을 지킴을 봉수(封守), 흙을 쌓아서 만든 경계를 봉역(封域), 장만하여 넣어 두었던 것을 처음으로 뗌을 봉절(封切), 항구를 봉쇄하는 일을 봉항(封港), 보드라운 흙이 봉긋하게 쌓인 개미집의 구멍을 봉혈(封穴), 흙을 모아 쌓은 둔덕과 물이 빠지도록 낸 도랑을 봉구(封溝), 흙을 쌓아 올려 능을 만듦을 봉릉(封陵), 단단히 붙여 꼭 봉함을 밀봉(密封), 답안지에 적혀 있는 번호나 이름에 종이를 덮어 붙임을 미봉(彌封), 같이 넣어서 함께 봉함을 동봉(同封), 잘 살펴서 봉함을 검봉(檢封), 남이 보지 못하게 엄중히 봉함을 비봉(祕封), 자세히 살피어 봉함을 감봉(勘封), 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시키고 관고를 봉하여 잠그는 일을 일컫는 말을 봉고파직(封庫罷職), 식욕이 왕성한 큰 돼지와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는 긴 뱀이라는 뜻으로 탐욕한 악인을 두고 이르는 말을 봉시장사(封豕長蛇), 집마다 가히 표창할 만한 인물이 많다는 뜻으로 백성이 모두 성인의 덕에 교화되어 어진 사람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비옥가봉(比屋可封)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