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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트럼프, 서로 맹비난… 美 대선 레이스 본격화
[美 대선 레이스 본격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3주년을 계기로 5일(현지 시간) 새해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하며 대선 레이스를 본격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독립전쟁의 상징적 장소인 펜실베이니아주 밸리 포지에서 한 첫 연설에서 “트럼프는 미 민주주의를 희생해 권력을 잡으려 한다”고 비난했다(위쪽 사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수센터에서 맞불 유세를 하며 “바이든은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밸리 포지·수센터=AP 뉴시스
‘1·6 의사당 난입’ 3주년 날, 바이든-트럼프 서로 “민주주의 위협”
[美 대선 레이스 본격화]
‘대선의 해’ 네거티브로 출발
바이든, 연설서 ‘트럼프’ 44번 저격… 당내선 지지율 회복 가능성 의문
트럼프, 우크라 전쟁-고물가 공세… “부패하고 무능한 美 최악 대통령”
아내 손잡고 연단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질 여사가 5일 펜실베이니아주 블루벨의 몽고메리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잡고 청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블루벨=AP 뉴시스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새해 첫 주말 ‘1·6 의사당 난입 사태’ 3주년을 맞아 서로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나란히 비난하며 ‘대선의 해’ 출정을 알렸다. 최근 지지율 정체로 고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공격’ 전략을 강화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네거티브를 이어 가면서 진흙탕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 바이든, 새해 첫 연설서 트럼프 44차례 언급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성과를 홍보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 대 독재’ 프레임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5일 펜실베이니아주 밸리포지에서 개최한 새해 첫 연설에서는 “미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내 임기의 핵심 대의”라고 강조했다. 밸리포지는 초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워싱턴의 군대가 독립전쟁 당시 주둔한 곳으로, 미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장소 중 하나다.
31분간 이어진 연설에는 ‘트럼프’가 44번이나 등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해 선거에 나섰다”라며 “우리의 민주주의를 희생해 권력을 잡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사당에 난입한 2021년 1월 6일을 “미국을 거의 잃을 뻔한 날”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임기 첫날은 독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 등을 들며 자신과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수호자’와 ‘파괴자’로 대비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것 중 가장 수위가 높았다”라며 반(反)트럼프 성향의 유권자를 결집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전략이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집권 민주당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의 수차례 비공개 오찬에서 전반적인 유세 전략을 논의하며 우려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선거전 초반부터 빠르고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 “진짜 민주주의 위협은 바이든”
지지자 모자에 사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6일 아이오와주 뉴턴의 디모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에게 자신이 사인한 모자를 건네고 있다. 뉴턴=AP 뉴시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곧바로 ‘맞불 유세’에 나섰다. 그는 이날 아이오와주 뉴턴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전날 연설에 대해 “한심한 공포 조장”이라고 비난했다. 폭스뉴스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선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협은 바이든”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고물가 등을 전부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리며 “그는 가장 부패하고 무능하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1920년대 활동한 전설적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보다 더 많이 기소됐다는 주장도 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네 차례 기소됐지만,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카포네는 적어도 6번 기소됐으며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연방 교도소에서 11년형을 선고받았다. 허위 주장인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는다며 “그야말로 미, 미,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월 19일 예정된 일리노이주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4일 주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 서류를 내면서 “연방정부 또는 주(州)정부를 전복하려는 시도를 옹호하지 않겠다”는 ‘충성 서약(loyalty oath)’에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카시즘이 휩쓸던 1950년대 만들어진 이 서약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70년 가까이 관습처럼 이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2020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서명을 제출했다.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프는 “트럼프는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고 미국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서류에 서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정수 기자
협공 받는 헤일리 “디샌티스 부통령 지명 가능”
[美 대선 레이스 본격화]
트럼프-민주당 공세 이어지자
“힘 합치는것 환영” 연대 제안
디샌티스 “절대 수용안해” 거부
미국 야당 공화당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미국대사(사진)가 5일(현지 시간) 당내 경선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지지율 급등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집권 민주당으로부터 집중 공세가 이어지자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연대를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미 NBC 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혼자서 이기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만약 디샌티스가 나와 힘을 합치기 원한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후보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에 대해 “만약 그가 트럼프를 꺾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후보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공화당 내 반트럼프 진영의 결집을 노리는 것이다. 다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폭스뉴스에 “어떤 상황에서도 부통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평균 지지율은 11.0%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당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60%대 지지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헤일리 전 대사는 최근 각종 발언 논란으로 지지율 상승세가 주춤해지는 상황이다.
헤일리 전 대사를 향한 공세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 유세에서 “니키는 2016년 대선 캠페인 기간 내 (불법이민을 막기 위한) 국경장벽을 비판하며 뒤통수를 쳤다”며 “헤일리의 정책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유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역시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은 부정선거’ 주장을 지지한 인물을 뉴햄프셔주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에 대해 “헤일리는 마가(MAGA·트럼프 대선 구호) 지지층에 쉽게 굴복하는 인물”이라며 비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美 연방대법원 “트럼프 대선 출마자격 심리”
[美 대선 레이스 본격화]
콜로라도주 ‘경선 자격 박탈’ 관련
3월 5일 ‘슈퍼 화요일’ 前 결론날 듯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월 대선 출마 자격에 제동을 건 콜로라도주(州) 대법원 판결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콜로라도주를 포함해 14개 주에서 야당 공화당의 대선 경선이 동시에 열려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3월 5일 이전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집권 민주당 의원들은 강경 보수 성향 일부 대법관의 심리 기피를 압박하고 나섰다.
연방대법원은 5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경선 출마를 금지한 콜로라도주 판결을 심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 구두 변론 일정은 다음 달 8일로 잡혔다. 당시 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선동한 것이 내란 가담자의 공직 출마를 금지한 수정헌법 14조 3항을 위배했다며 그의 경선 참여를 금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콜로라도주 판결 상고를 위해 대법원에 제출한 소송 적요서에 폭력적인 미 정치시위 역사를 감안할 때 ‘1·6 의사당 난입 사태’는 ‘반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폭력 시위도 많다는 의미다. 수정헌법 14조 3항에 대해서도 “내란 가담 공직자가 맡을 수 없는 직책으로 대통령직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8명은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현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강경 보수 성향 대법관이 해당 심리를 기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수 성향 로비스트인 토머스 클래런스 대법관의 부인을 문제삼으며 토머스 대법관에게 “부인의 편견이 당신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믿기 어렵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기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