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물 들이고 수술하면 손톱 뺄 수도? “그건 아니지만…”
수술 전엔 젤네일 등 제거해야 정확한 산소포화도 측정 방해돼
ⓒ게티이미지뱅크‘내일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입니다~ 원하지 않는 부모님들은 꼭 미리 말씀해주세요.’ 경기 용인에서 6살 딸을 키우는 이 씨(36)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담임 교사가 보낸 알림장을 본 뒤 고민에 빠졌다. 봉숭아 물을 들이면 수술할 때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아이가) 큰 수술은 아니지만, 마취가 필요한 설소대 수술을 앞두고 있는 데 봉숭아 물을 들여도 되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첫눈이 올 때까지 남아있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며 손톱에 들이던 봉숭아 물. 그런데 봉숭아 물들이기는 수술을 앞둔 환자나 산모가 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로 알려졌다. 환우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암 수술을 받고 추적관찰 중인 A 씨는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여도 되는지 궁금하다”고 올렸다. 이에 “앞으로 또 수술이 남았다면 안 하는 게 좋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위급한 상황에선 손톱을 뺄 수도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나왔다.
실제로 수술을 앞둔 한 환자가 병원에서 받았다는 안내문에는 “수술 전 젤네일 등을 반드시 제거해달라”고 쓰였다. 이처럼 수술하기 전 손톱에 봉숭아 물을 포함한 네일아트 등을 하면 안 된다는 건 마취를 할 때 혈중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지는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수술 시 맥박산소측정기를 이용해 환자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데 손톱에 봉숭아 물이나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으면 정확한 산소포화도 측정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맥박산소측정기는 적외선과 자외선을 손톱(손가락)에 비춘 뒤 흡수되는 비율을 측정해 산소와 결합돼 있는 헤모글로빈의 양이 적절한지를 수치로 나타낸다. 산소와 결합된 옥시헤모글로빈(oxyhemoglobin)과 결합되지 않은 디옥시헤모글로빈(deoxyhemoglobin)은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서로 다르다. 산소가 많이 포함된 선홍색 혈액은 자외선 빛을, 산소가 적은 암적색 혈액은 적외선 빛을 많이 흡수한다. 이 두 가지 헤모글로빈의 구성 비율을 계산해 혈액 속에 산소가 얼마나 충분한지 보여주는 것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가장 간편하고 빠르게 산소포화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맥박산소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이라며 “진정제를 사용하는 수술이나 시술을 할 때 정확한 산소포화도 측정을 위해서는 손톱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발톱이나 귓볼로도 (산소포화도) 측정이 가능하지만, 손톱이 다른 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측정이 더 잘 되고 부착이 용이하다”며 “(봉숭아 물 등) 바로 지울 수 없는 경우라면 (차선책으로) 발톱이나 귓볼 측정도 가능하긴 하다”고 전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