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 가시 박힌 꽃, 13편

[BIYA]

-  제 13편  -

[ 곧 데려가죠.]

띠띠띠-

전화가 끊어졌다. 직감으로 ‘진우’라는 녀석일 것이다. 최악까지 치닫는 이 기분을 가라앉히기가 어려워졌다.

“ 누구야? 뭐야?”

“ 하진우”

진우라는 말에 안심을 했는지 앞에 놓인 코코아를 급히 마시다 혀를 데었는지 녀석은 ‘퉤퉤’거렸다. 그런 녀석을 보며 화를 식히며 은하를 기다렸다.

*    *    *

붕~ 파바박!

뭔가 터지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뜬다. 벌써 어두워졌고 불꽃축제타임이었다. 그렇다면 7시가 넘었다는 건데. 1시간이나 넘게 잤다는 건가? 이대로?

내 어깨에 그 녀석의 손이 올려져 있고 내가 그 녀석을 보자, 손을 걷어낸다.

" 왜 안 깨웠어!"

핸드폰이 울리는지도 모르고 잤나보다. 아저씨에게 부재중으로 12건이나 와 있다. 그리고 영미언니에게서 2건.

" 너무 곤히 자 길래"

우선 카페에 가봐야겠다. 이제 곧 8시다. 뒷정리를 해야 했다.

" 갈께"

" 매정한 자식"

빠르게 걸어 카페에 당도했고 아저씨와 영미언니가 창가 쪽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학년 후배들은 대충 정리를 끝내고 있었고 내가 오자, 안도의 빛이 보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 무슨 일 있었어?"

영미언니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고 난 언니에게 잠시만 하고는 후배에게 묻는다.

" 선배가 와야지 저희도 저걸 보러 가죠."

" 미안."

" 아. 아니에요! 하루 종일 일하느라고 고생하셨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나머지는 자신이 하고 가겠다고 하고는 아이들을 보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가고 아저씨와 영미언니에게 갔다.

" 어디 있었어? 그 진우 녀석하고?"

" 어떻게?"

" 아까 너희 후배들이라는 애들이 말해주던데?"

" 아. 잠깐"

" 너 아저씨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오라더니 사라지고!"

아저씨는 묵묵히 날 보고 있다. 영미언니는 진우 녀석은 어디로 갔냐며 같이 데리고 오지 그랬냐고 말한다. 그 질문을 무시하고 머핀 만들어서 주겠다고 했다. 영미언니는 진우를 그 새 잊어먹고는 얼른 만들어 오라고 난리다. 금세 만들어서 언니에게 주고는 난 대충 뒷마무리를 했다. 내일 필요한 것들을 일단 적어놓았다. 내일 아침에 해인에게 건네주면 될 것이다. 다행히 거의 정릴 다 하고 간 후배 녀석들 때문에 설거지만 해 놓으면 되겠다. 빠르게 설거지를 끝내고 아저씨와 영미언니를 이끌고 축제를 즐기러 운동장으로 향했다.

" 3일 한다며?"

" 응. 내일까지만 일하면 돼요. 3일 째는 거의 청소하고 정리하는 시간이거든요"

" 우와, 근데 이렇게 크게 할 줄은 몰랐는데? 오길 잘했다. 그지? 강지환"

이제껏 아무 말 없이 우리 뒤를 따라오는 아저씨를 툭툭 치며 말하는 영미언니다.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면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화를 내는 건가?

하긴 12통이나 했으니 거기다가 전화도 안받았으니.

" 뭐라도 먹자"

영미언니는 머핀을 5개나 먹어놓고 배가 고프단다. 하긴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나도 배가 고팠다. 우린 시내로 나가 간단하게 저녁을 때우고 아저씨와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아저씨는 그 때까지 아무 말 없다가 집에 도착해서는 피곤할 텐데 얼른 자라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화난 게 분명하다. 그런데 뭣 때문에 화가 난 건지 모르겠다. 에휴-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이스크림을 꺼내와 소파에 몸을 맡긴다. 그리고 부재중이라고 떠 있는 핸드폰을 본다.

어? 이건? 한 번은 받았다는 건데? 1분 13초.

하진우 녀석 받아 놓고! 깨우지 않았다는 건가?

[ 여보세요]

" 아저씨랑 무슨 이야기 했어?"

[ 아무것도]

" 1분 정도 이야기 한 걸로 되어 있는데? 왜 안 깨웠어?"

[ 그것 때문에 전화했냐?]

" 무슨 이야기 했냐니깐?"

살짝 흥분 된 목소리고 다그치듯 묻는다.

[ 하진우!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전화 받을 상황이냐!]

수화기 넘어오는 하진우를 다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촬영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왠지 미안해졌다. 괜히 전화를 건건가.

" 나중에 말하자"

[ 그 아저씨라는 사람, 너한테 뭐야?]

" 뭐?"

[ 내일 보자]

이 녀석도 화가 난 목소리다.

하긴 다짜고짜 무슨 얘기 했냐고 물어봤으니. 힘들게 일하고 바로 촬영까지 하는 녀석에게 너무나 예의 없게 행동해버렸다. 요즘 저 녀석한테 자꾸 미안한 일만 생긴다.

아이스크림을 퍽퍽 퍼먹으며 TV를 켰다. 졸려오기 시작했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얼른 씻고 자야겠다. 거의 소파에 눕다 시피 내 몸은 기울어져 있었고 잠에 빠져들 기세였다.

달칵-

아저씨의 방문이 열리는 게 들렸고 아저씨의 슬리퍼가 슥슥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려고 눈에 힘을 주지만 너무 피곤했던지 잠에 빠지고 만다. 아저씨는 내 손에 들려 있던 아이스크림을 떼어 놓고는 조심스럽게 들어 침대에 눕힌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주는 아저씨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리고 침대에 털썩 앉아 아저씨 쪽으로 몸이 기울어진다.

“ 이은하”

침묵이 흐른다.

"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

*    *    *

오늘 아침부터 MOON 도전자가 3명이나 내게 왔었다. 이기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나는 모두 이겨버렸다. 옆에서 도와주러 온 지인이가 안경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 너 그러다가 정말 최고 MOON되는 거 아니야? 이거 이렇게 하면 돼?"

되든 안 되든 상관없었다. 지인이가 옆에서 머핀 만드는 걸 도와주고 있다. 자신은 요릴 해본 적이 별로 없다며 걱정했지만 곧잘 예쁘게 잘 만들고 있다. 마지막 날은 3학년이 카페를 운영한다. 오전에는 수업이 있기 때문에 수업을 듣고 온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며 헤매는 것 같더니 곧 익숙해졌는지 잘해나가고 있다.

" 사람이 계속 밀려오네. 상근인 괜찮겠지?"

" 모르겠어."

“ 너 혹시 화났어?”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지인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상당히 화나 있다는 표정인데? 혹시 상근이 때문이야?”

“ 반장은?”

“ 사실 반장 몸이 안 좋거든, 지금 집에서 요양 중”

머핀을 굽기 위해서 오븐 문을 열었다. 머핀을 집어넣고 시간을 맞추고는 다시 머핀을 만들려고 반죽거리들을 찾았다.

“ 아, 최고 MOON되면 소원 들어준다는 거, 선생한테도 해당되는 거야?”

“ 응, 그 땐 선생님도 학생도 모두 그 소원을 들어줘야 된데.”

그건 왜? 라고 묻는 지인의 말을 뒤로 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최고의 MOON이 되는 가능성은 별로 없다. 아직도 축제가 끝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축제가 끝나기 전 최고의 MOON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대로 끝이었다.

“ 혹시?”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지인이는 어림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지인이는 내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할 일을 열심히 해 나갔다.

" 여기 머핀2개, 커피 2개, 코코아 1잔"

우리 반 아이 중 하나가 우리에게 다가와 주문을 한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불러대는 통에 정신없이 바쁘다.

" 근데 지애네 애들 안 온데?"

우리 반 아이 중 하나가 눈치 없이 묻는다. 그 옆에 있던 지인이가 그 아이를 툭툭 친다. 내가 중심이 되서 하는 일이니 그 녀석들이 분명 오지 않을 것이다.

" 김지애는 왜 유독 너한테만 그러지?"

또 지인이가 묻는다.

" 지애랑 안 좋은 일 있었어?"

지인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커피를 컵에 담다가 손을 데었는지 얼른 손을 귀에 덴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

" 솔직히 너랑은 친한 사이가 아니었으니깐, 너한테는 묻지 않았지만"

무얼 말하고 싶은지 안다. 적대시 하는 내 모습에 모두들 날 질려 했다. 친하지 않은 사이라는 표현도 웃기다. 축제 전까지만 해도 난 2반의 학생이었다. 누구의 ‘이은하’도 아닌, ‘이은하’라고 불려지지도 않는 존재 없는 학생일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맡고선 여러 사람을 상대하고 조금씩 내 존재가 뚜렷해지고 있었다.

" 미안"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나와 지애만이 풀 수 있는 일이니깐

" 응, 아니야. 사실 아직 너랑 충고하고 뭐 할 사이는 아니지만 충고 하나 해도 될까?"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 상대방을 대할 때는 들어갈 문을 조금은 열어두라고,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게라도 말이야."

내가 살짝 미소를 짓자, 지인이는 날 보며 이외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 이제야 좀 사람 같네."

날 보며 지인이가 말한다. 웃지도 울지도 화내지도 않았던 나.

난 나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    *    *

아까까지만 해도 5명의 도전자가 찾아왔었다. 도전자 카드가 수두룩하게 모여 한 손에 잡히지 않아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카페 수입은 우리 반이 월등하게 높았다. 이젠 mission 수행만 하면 되는데, 이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모두들 빠지지 않고 모이긴 했지만, 어떻게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도미노를 다들 어떤 방식대로 하는 지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해 본적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 여기 이은하 있어?”

갑자기 음악실 문을 두드리며 들어온 사람은 처음 본 사람이었다. 누군가 나를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최고의 MOON 도전자일 것이다.

“ 나야”

“ 도전할게.”

어떤 부연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저 도전한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난 그 녀석의 뒤를 따랐다. 두근거리는 마음이 가라앉히질 않는다.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운이 좋은 것 치고는 너무 운 좋게 여기까지 올라왔다. 이젠 이 게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    *    *

“ 저번에 TV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도미노를 할 때에는 중간 중간마다 틈을 길게 만들어야 한데, 혹시 쓰러질지도 모르니깐 말이야.”

“ 그냥 여기 그림대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건가?”

“ 어떻게?”

“ 그렇게 크지도 않으니깐. 나중에 포기하더라도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

모두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우선 사진부터 찍었다. 촬영이 있다고 가버린 진우가 없어서 아쉬웠다. 지인의 말에 따라 우리는 6명씩 짝을 이루어서 도미노를 만들었다. 중간 중간 무너져 다시 시작해야 하는 팀도 있었고, 벌써 완성해서 다른 팀을 도와주는 팀도 있었다. 이대로라면 금방하고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들게 2시간 동안 땀 흘려 완성한 우리는 도미노를 보며 환호했다.

“ 우리 1등이겠지?”

“ 당연하지!”

모두들 우리 반이 1등할 거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나 또한 우리 반이 1등하기를 바라고 있었고 1등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2등하더라도, 아니 꼴찌 하더라도 나에게는 이번 기회가 너무나도 뜻 깊고 보람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두들 내게 ‘수고했다’라고 말하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모두들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려는데, 핸드폰을 음악실에 나두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집으로 향하던 발길을 바꾸어 음악실로 뛰어갔다.

나올 때 불을 끄고 나오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음악실에는 지애가 우리가 완성한 도미노를 보고 있었다.

“ 즐거워?”

오늘 음악실에 오지 않을 줄 알았다. 카페 도우미로도 오지 않았던 녀석이었다.

“ 늦었네.”

그래, 진우랑 상근이만이 빠진 게 아니었다. 지애도 우리 단체 사진에 빠져 있었다.

난 피아노 위에 올려져 있는 핸드폰을 발견하고는 손을 뻗었고, 내가 핸드폰을 잡으려는 순간, 지애가 먼저 뻗어 내 핸드폰을 빼앗아 버렸다. 그리고는 악에 바친 소리를 내지르며 내 핸드폰을 도미노 위로 내던진다. 그리고 하나씩 무너져 내려가는 도미노. 막아본다고 손을 써보지만 결국 다 쓰러지고 말았다. 도미노 모양은 토끼모양이었고 그 옆에는 3학년 2반 파이팅 하고 글씨가 있었다.

“ 그만 좀 해”

“ 뭘?”

“ 나한테 이러는 거면 이해할 수 있지만, 이건 반 아이들 전체가 같이 한 거란 말이야!”

“ 하하하하하하”

정말로 웃긴지, 배를 잡고 웃는 지애의 목소리가 내 몸을 오싹하게 했다.

“ 이은하”

“........”

“ 언제부터 네가 다른 사람 신경을 썼다고 그래? 넌 그냥 평소처럼 아니! 2년 전 그 때처럼 관심 없다는 눈으로 행동하면 된다고!”

“ 김지애”

“ 넌 평생 그렇게 살아야 돼”

“ ........”

그리고는 음악실 문을 쿵하고 닫고 나가버렸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그 때 일로 눈물을 흘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때 처음으로 후회라는 걸 해보았고, 나 자신을 미워했었다.

뒤편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렸고 내 핸드폰 벨소리라는 걸 알았다. [아저씨]라고 뜨는 액정을 보며 눈물을 닦아내고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 음악실이요.”

[ 갈께]

“ 도와줘요.”

[......]

“ .......”

[ 응]

아저씨는 알겠다는 간단명료한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가방을 풀고 다시 도미노를 세우기 시작했다. 아까 반 애들이 했던 말을 떠올려 중간 중간에 도미노를 빼놓고 쓰러진 것들을 다시 세웠다. 며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짜증이 났다. 진전이 없어서 더더욱 짜증이 났다. 이 늦은 밤까지 혼자서 학교에 있다는 생각도 못한 채, 나는 열심히 도미노를 세우기에 바빴다. 30분 만에 아저씨는 학교에 도착해서 나와 함께 도미노를 세웠다. 아저씨에게는 다 같이 만들어 논 도미노를 자신의 실수로 쓰러트려 다시 만들고 있다고 둘러대었다.

반쯤 만들었을 때, 난 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어깨도 아프고 졸리기도 하고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 피아노 쳐줘”

아저씨는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도미노를 세웠다. 한마디 않던 아저씨는 드러누운 내게 말했다. 우리가 이사한 후로는 한 번도 쳐보지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쳤던 걸로 기억되지만,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난 피아노 의자에 앉아 하얀 건반위에 손을 올렸다. 오랜만에 치는 거라서 손이 굳었다. 깍지를 끼고 여러 번 주물러주고는 다시 건반위에 손을 올려놓고, 예전에 아저씨에게 많이 들려주었던 ‘Song From a Secret Garden’을 조심스럽게 연주했다. 내 손가락에 의해 눌려지는 건반 느낌이 그리고 교실 전체를 울리는 진동이, 울려 퍼지는 소리가 좋았다. 슬픈 곡이었지만, 난 이 곡을 너무 좋아한다. 인터넷에서 이걸 연주했던 스티브바라캇(Steve Barakatt)을 보고 난 눈물을 흘렸었다. 그 당시에 이 곡이 너무 좋아서 악보를 구해서 몇 날 며칠을 연습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저씨에게 이 곡을 선물했었다. 아저씨도 이 곡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이사 온 이후로는 한 번도 들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 다음 곡은 히사이시조의 공중산책입니다.”

한 번도 아저씨에게 들려주지 않았던 곡이었다. 이 곡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나왔던 곡이었다. 중간에 무거운 분위기를 없애고 생기발랄하고 경쾌한 부분만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고 아저씨를 보자, 도미노를 세웠던 손을 멈추고 나를 응시하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지만, 내가 먼저 시선을 피해버렸다. 부끄러웠다고 해야 할까?

“ 피아노 다시 가지고 올까?”

이사 올 당시, 아파트로 가야 했기 때문에 피아노를 가지고 올 수 없었다. 나두고 왔던 피아노가 가끔 그립다. 이사 오기 전, 집은 마당이 보였고, 노을이 진 곳에 아저씨는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학교에 돌아온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아 아저씨에게 내 연주를 들려주곤 했었다.

“ 우리가 다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 그 피아노는 그곳에 더 어울리니깐.”

아저씨를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도미노를 세우기 시작했다. 어떻게 한 번도 흩트림 없이 만들 수 있는지 정말로 궁금했다. 집중을 잘하는 건지, 아니면 감각이 있는 건지 아저씨를 힐끗 쳐다보다가 앞에 세웠던 도미노를 또 쓰러트려 버렸다.

“ 휴”

“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으니깐 그렇지, 집중해”

“ 내, 내가 언제! 아저씨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고 그래요!”

“ 또 쓰러진다!”

또 흥분하다가 힘들게 세웠던 토끼 귀 모양이 차례대로 쓰러지고 있었다.

“ 아!!!! 어떻게!!!!!”

난 눈물을 머금고 다시 처음부터 세웠다. 시간을 보니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저씨는 내일 일도 가야 되는데.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아저씨는 많이 지쳐보였다.

피곤하지만 난 이 시간이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저씨와 단둘이 이렇게 있는 시간도 커가면서 더더욱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크면서 19살의 내 생일이 다가올수록 아저씨는 간간히 쓸쓸한 표정과 불안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아저씨가 그럴 때마다, 아저씨는 몸을 바쁘게 했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고 자신을 자책하는 듯, 일거리들을 늘려나갔다. 외근도 늘었고 집에서도 일을 하느라,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저씨와 함께 있다.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너무나도 편안하고 행복했다.

4시가 넘어서야 우린 집에 도착했다.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소파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 아저씨는 고개를 뒤로 젖혀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그런 아저씨를 목을 길게 빼 쳐다보고 있었다.

“ 그만 쳐다 봐”

“ 언제 쳐다봤다고 그래요!”

아저씨는 곧 일어날 것 같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많이 피곤했는지 그냥 그대로 앉아만 있었다. 이대로 계속 있고 싶은 내 마음을 알고선 그런 것인지는 모른다. 난 몸을 기울여 아저씨의 무릎에 내 머리를 갖다 댔다. 움찔하는 아저씨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몸을 다시 일을 키려하자, 아저씨의 큰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 헤헤”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아저씨도 희미하게 웃고 있다.

“ 이은하”

“ 응?”

아저씨는 한참이나 망설인다. 그리고 내가 서서히 잠에 빠져 들 때쯤 말했다.

“ 도망갈까?”

“ 무슨..”

“ 아무도 우릴 모르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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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날씨가 정말 춥더군요. 요세 연휴라 집에만 있었는데(저희집이 큰집이라)

맛있는 음식들 많이 드셨나요?

무튼 제 글로 인해 행복한 누군가가 있길 빌며,

(특별한 낙원에서 1편 선 연재 합니다.)

- 특별한 낙원 팸원 비야 올림.

PS. 미아사랑 ^^ 고마워요. 댓글이 너무 너무 힘이 됩니다.

[미아사랑]

ㅋㅋ 이번편은 인소닷에서 먼저 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