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바쁘게 설거지를 하는 중에 손전화가 울립니다. "누굴까" 젖은 손을 티셔츠에 대충 문지르고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다드림교회 '000’입니다."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요.무슨 일이신지요?" "희망으로 김재식님 맞으신가요?" "그렇습니다만..." "김병년목사님 아시지요? 저는 부탁을 받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목사님이 지금 청주 oo교회에 계신데 손전화 배터리가 다되어 대신 전화했습니다. 집회를 마치시고 병원을 좀 방문하고 싶은데 괜찮은지, 위치는 어디인지..."
그때서야 생각났습니다. 전에 위로의 글을 보내주신 목사님! 셋째 아이를 낳고 뇌경색으로 쓰러진 사모님을 7년째 돌보시며 그 이야기를 '난 당신이 좋아'라는 책으로 내시고 방송에도 소개되신 김병년목사님, 세 아이를 데리고 사모님을 씻기고 먹이면서 겨우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 대화를 나누시는 생활을 정말 건강하게 해내시는 믿음의 모습에 감동했지요.
저도 힘들고 좌절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몰려올 때마다 간신히 넘겼는데 책을 통해 공감가는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사역하시는 다드림교회 게시판에 감사의 글을 하나 남겼더니 제게 답장을 두 번이나 주시면서 꼭 한 번 들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김병년 목사님의 책 '난 당신이 좋아'> <목사님께 보내드린 제 책 '다 보고 계시지요?'>
오늘은 일 년이 좀 넘은 딸아이 치과치료를 해주신 충주 병원을 가기로 한 날입니다. 처음 시작하는 날 한 번 가고 지금까지 얼굴 한번 비추지 못했습니다. 제 처지가 어딜 가기가 쉽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꼭 한 번 오라고 아이를 통해 들었기에 준비를 했습니다. 아내에게 소변주머니를 시술하고 주변 분에게 부탁도 하고, 점심을 먹고 곧 출발을 해야 하는데 김병년 목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던 것입니다.
두 번의 전화 통화 후 병실로 오셨습니다. 아내를 위해 기도를 해주시고 가지고 오신 아이패드 컴퓨터에 담긴 사진들을 보여주셨습니다. 코에 호스를 달고 누워계시는 모습들, 잘자란 밝은 아이들 사진을 보았습니다. 또 하나의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젊은 여성분이 누워계신 사모님 곁에 앉아 손을 잡고 계시는 사진이었습니다. 그 분은 고난이 많이 몰려와 그만 사실려고 결심을 하셨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모님과 김병년 목사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결심을 바꾸고 한국까지 건너와 병상으로 오셨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힘든 상황으로 또 다른 누군가의 절망과 쓰라린 심령을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에 놀랍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도 남의 마음과 물질만 축내면서 이렇게 버티고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짐만 된다면 빨리 사라지는 게 모두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종종 들었는데 이런 경우를 보면 쓸모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집니다.
아주 심한 병이나 급한 순간에는 독으로 병을 치료한다지요? 그걸 '비상'이라고 부른다지요? 외과의 방법으로도 그런 케이스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용도로 하나님께 선택을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오후 일정을 부득히 말씀드렸더니 아주 잘되었다고 하십니다. 마침 목사님의 장모님이 충주에 계신 언니댁에 내려와 있는데 모시고 가야해서 충주로 가려던 참이라고! 제가 아는 동네의 아파트였습니다.
같이 점심을 먹고 목사님의 교회승합차로 출발을 했습니다.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사람에게 병을 주시는 이유와 힘들었던 순간들, 왜 빨리 후다닥 일어나지 못하는지 나름대로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가는 중에도 여기저기서 전화가 참 많이 왔습니다. 아마도 간증설교를 와달라는 교회들과 약속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낮에는 한 달에 180시간 나오는 복지방문간호를 받고 저녁에는 목사님이 직접간병을 하시는 생활패턴으로 사역을 감당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집안 살림과 세 아이를 키우는 건 고스란히 목사님의 몫입니다. 이번에도 이곳 청주의 큰 교회에서 2500명 가까이 모이는 여름수련회겸 집회에 간증설교를 하러오신 길에 우리 병원을 들렀습니다.
운전을 하시다가 차를 길가에 세우셨습니다. 출발할 때 제가 운전할까요? 했더니 괜찮다고 하시더니 많이 고단하신지 운전을 부탁한다고 스스로 차를 세우셨습니다. '왜 안그럴까요, 이 폭염의 계절에 운전에 집회에 여기저기 방문에...'
교대하자마지 십분도 안되어 잠에 떨어지시는 모습이 참 안쓰럽고 한편으론 존경스러웠습니다. 가족의 병과 함께 투병 하나만도 힘든데 간증 사역을 다니신다는게 얼마나 힘이 들지 짐작이 갑니다.
충주 방문 목적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키를 넘겨 드렸습니다. 목사님의 장모님이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목사님의 소개로 인사를 드리고 저는 딸아이 치과병원으로 갔습니다.
무사히 마치고 다시 청주 병원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봉투를 밀어냈습니다. 제가 보내드린 책을 가져오셨고 잘보았다고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가운데 끼워 넣었던 봉투를 아내에게 주고 가셨습니다. 아내는 그 안에 많은 돈이 들어 있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같은 처지인데... 라고 말했더니 목사님은 자기가 우리보다 형편이 좋으시다며 주신 봉투, 아마도 집회사례금을 그 봉투째 그냥 주신 것 같습니다. ㅜ.ㅜ 봉투가 그 교회 이름이 인쇄된 봉투였습니다. 서울에서 준비해 올 수 없는 봉투...
그 목사님이 가져오신 아이패드로 찍은 사진 한 장이 기억과 함께 우리에게 남았습니다. 페이스북으로 보내주셨습니다. 모든 만남과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스케줄안에 있습니다.
<이전에 쓴 글, '난 당신이 좋아' 목사님과 같은 점 다른 점...
보기 => http://blog.daum.net/knanum/15851198 >>> |
첫댓글 정말 사랑으로 사시는 분들 입니다...
갚아야 할 빚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고맙지요. 갚을 기회를 주시니~~
"어쩌면 우리는 그런 용도로 하나님께선택을 받았는지도 모름니다" 이러한 삶을 이해하시고 받아들이시며 삶을 영위하는것이 신의 섭리 라고 깨달으시고 사시는 모습을 조금은 이해 하더라도 깨우치지못한 삶을 사는 저의가슴은 먹먹해집니다 요즘 제가 어려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누군가의 힘든 상황으로 또다른 누군가의 절망과 쓰라린 경험을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에 놀랍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수있는 힘든상황의 주체는 되고 싶지않은 이기적이고 연약한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자신의 힘든 상황을 신의 섭리로 받아 들이시는 희망으로님의 가슴에 주님이 항상 함께 하셔서 평화로음이 늘함께하시기를 '''
누구나 닥칠수 있는 인생입니다.
닥치면 무슨 이유나 명분을 찾아서라도 죽지 않고 살아나고 싶은 게 또한
생명가진 존재의 본능인걸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도...
잘보아주시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