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에 최근 몇번 가봤습니다.
가보신 분이라면 아실테니 분위기가 어떤지는 재차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알라딘의 헌책방 진출을 두고 시장확대라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기존 헌책방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는가 봅니다.
긍정적 측면을 아주 간과할 순 없겟지만, 저는 부정적 측면이 더 우려스럽습니다.
알라딘의 신촌점 개점으로 기존의 있던 헌책방이 벌써 다른 도시로 이전하거나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하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안양에 사는데 신촌에 있던 도토리헌책방이 알라딘 개점 이후로 월세를 못내 안양으로 이전했습니다.
물론 매출도 떨어졌구요..
그 사장님과 조금 친분이 있는데 안타깝더군요..부부 두 분이 하시는데 하루종일 힘들게 일을 하시지만,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하셔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게 하더군요...
혹자는 기존의 헌책방 시장과 겹치지 않아서 시장확대의 효과가 있다고 말을 합니다만,
물론 당장은 겹치지 않을지라고 기업의 생리상 결국에는 알라딘중고서점도 점점 전문서적과 고서도
취급하게 될 것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설사 시장확대가 된다고 해도
중소서점도 상승된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추어야 되고 결국 고비용구조가 될테니
그만큼 영세업체에게는 부담이 커지는 것이겠지요..
결국 중소서점도 정글의 논리로 극단적인 양극화가 되버리는 것이겠지요.
중소업체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 한국의 경제구조..매우 우려스럽습니다.
한국 경제가 이렇게 간다면 정말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알라딘 창업자가(현재 대표이사) '말'지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오마이뉴스(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매니아입니다.
이유는 주류적 가치에 문제를 제기하는 정론지이기 때문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담론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키가 되는 것이니까요)의 사장님도 이 '말'지 출신이지요.
말지라고 하면 아시는 분은 잘 알겠습니다만, 정론지가 없었던 시절, 진보적 담론의 생산지이자
정론지로 유명세를 떨치던 월간지입니다. 이 잡지 기자 출신 유명인사도 많습니다.
즉, 알라딘 사장은 진보적 인사라는 것이지요.물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진보적 인사 출신으로써 과연 영세업체를 잡아먹는 구조의 재생산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까요?
전 꽤 냉소적이 되는군요..쩝..
물론 다른 생각이 있으신 분도 계시겠습니만, 대기업의 독점구조를 비판하는 저의 입장으로선 안타까운 마음을
저버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문제라는 거대담론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우지는 사회는 사람들의 심성을 더욱 각박하게 만들 것이라는
미시담론의 문제를 생각해도 답답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중소서점이 아니라 중고서점을 말씀하시는 거였군요. 저도 알라딘 중고서점이 종로와 강남에 있는 줄 알고 있는데 신촌점까지 오픈을 한 모양이군요. 종로점은 들어가보진 않고 지나치면서 봤는데 들락거리는 분들이 꽤 많을 걸로 봐서 대충 예상은 했습니다. 예전에 강남에 있던 리브로중고서점은 문을 닫았는데 알라딘은 계속 확장되는군요. 아직은 그쪽이 어떤 식으로 유통과 공급이 되고 있는지 몰라서 뭐라 말하기는 힘든데, 기형적 유통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눈으로는 보고 있습니다. 동네 중고서점들도 분명 타격을 안 받을 수가 없을 거고, 출판계에도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겁니다.
저도 중고서점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서점들이 중고서적 판매를 시작하면서 예전의 '헌책방'과는 다른 양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헌 책방 하면 먼지와 종이 냄새 폴폴 풍기는 곳에 나만의 보물을 찾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인터넷 중고서점들은 그냥 책 싸게 사는 곳 정도? 아무리 좋은 책을 만들어내도, 독자들이 "며칠만 기다리면 중고책 나올테니 조금 있다 중고책 사지 뭐" 이렇게 가고 있으니까요. 책을 살 때도 중고로 되파는 것을 염두에 두는 사람들도 많고... 이렇게 가다가 새책이 중고책으로 둔갑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고...
현재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유통되는 책중 많은 수가 알게 모르게 새책 재고라는 것을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동감... 제가 위에서 얘기한 '기형적 유통 구조'가 바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