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사장을 위한 변명>
자주 쓰는비유이긴 한데, 만약 누군가가 그 크고 푸르른 대청호에 각설탕을 하나 떨어뜨린다면 대청호의 물은 설탕물일까, 아닐까? 설탕물의 정의가 설탕을 섞은 물이라고 한다면 대청호의 그 물은 설탕물이 아닐까? 분명 설탕이 물에 섞이는걸 확인했는데.
또 아프리카의 어떤 원시 부족은 숫자를 둘 까지 밖에 세지 못한다고 한다. 하나, 둘, 그리고 많다. 이렇게 세개의 숫자만 가지고 살아 간다고 한다.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숫자를 배우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게 되는 것이 "다음 중 큰 수는?"이라는 물음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2와 5중에 큰 수가 어떤 수인지를 묻지만, 고학년이 되면 2.5와 7/3 중에 어떤 수가 큰지를 묻게 되고 나중에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게되면 로그와 미분 값, 심지어 3차 방정식의 해 중에 큰 것을 묻기도 한다. 그만큼 세상을 살다 보면 '비교'를 해야 할 일이 많고, 또 중요하기 때문에 훈련을 시키는것인지 모른다.
아프리카의 원주민은 그저 3개로 구분 되는 숫자만을 가지고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을 수 있을지 몰라도 오늘날 우리는 그렇지 않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해서 우리가 항상 '비교'를 잘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 대청호를 설탕물로 바꾸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설탕을 투하하여야 하는지 금방 상상하기 힘들다. 더구나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해서 비교해야 한다면 그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21대 총선이 여당 압승이라는 기분좋은 결과로 끝난 가운데, 뜬금없이 유시민이사장이 앞으로 정치 평론은 하지 않겠다는 폭탄과도 같은 선언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적잖이 놀랐다. 그 이유가 어이없게도(?) 선거 며칠 전 유이사장인 개인적인 선거 판세 분석을 유투브에서 잠깐 언급한 것을 가지고 야당 선거대책본부에서 약간 각색해서 '여당의 오만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보수 언론에서 이를 대거 받아 쓰는 바람에 '여당 심판론'이 발동해서 이길 수 있는 지역을 뺏기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고 탓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 지역에서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좋아서 지난 총선 때 얻었던 5석보다 훨씬 늘어난 의석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2석으로 3석이 줄어들었는데 이게 바로 유시민이사장의 그 '180석'발언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산 지역에서 여당이 석패한 지역구를 아까운 순서대로 3군데를 찾아보니 순서대로 , 부산진갑(3.5% 패), 기장(5.2% 패), 영도(6.0%)이다. 즉, 만약 부산에서 역풍이 불지 않아 원래 기대했던대로 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난 번 의석 정도만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 세군데를 승리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만약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좋아서 이기고 있었는데 역전된 것이라면 유 이사장의 발언 때문에 최소한 6.0%, '이기고 있었다'란 표현의 최소치로서 1% 정도 앞서고 있었는데 역전당한 것이라면 적어도 '7%'정도의 지지가 유이사장의 발언 때문에 뒤집어진 것이란 뜻이 된다. 7%, 민주당 지지자의 3.5%가 전부 미래통합당으로 지지를 바꿨어야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이사장의 그 발언이 담기 유투브가 부산 지역에만 방송된 것도 아니고, 또 그걸 각색해서 퍼뜨린 보수 신문도 부산 지역에만 배포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런 현상이 부산에서만 일어났을 리도 없다. 즉, 이번 선거 결과에는 선거 막판에 민주당 지지에서 미통당 지지로 돌아선 유권자가 각 선거구 별로 평균적으로 3.5%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만약 3.5%의 유권자가 이동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되는 지를 살펴 봤다. 즉, 이번 민주당의 지역구 163석은 유이사장의 발언 때문에 3.5%의 지지자를 뺏긴 결과일 뿐이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대충만 살펴보더라도 서울에서는 용산, 송파갑, 송파을, 인천에서는 중구강화옹진, 동미추홀, 경기에서는 평택을, 성남분당갑, 충청에서는 공주부여청양, 보령서천, 아산갑, 강원에서는 강릉 등 최소한 11석 이상을 더 얻었어야 한다. 즉, 원래 민주당은 지역구에서만 최소한 175석을 얻을 수 있었다는 주장과 같다.
만약에 민주당 내부 조사 어디 한군데서라도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175석을 얻을 수 있었다는 내부 문건이 나온다면 이 주장을 믿어주겠다. 하지만 만약에 선거 전 민주당의 내부 분석이 지역구 164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면 유시민이사장의 180석 발언은 원래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오만함'에 야당 지지로 돌아선 것이 아니라 야당 지지자들이 대세에 따르기 위해 '민주당 지지'로 돌아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아를 두고 박형준 미래통합당 선거대책 본부장은 마치 자기가 유시민 이사장의 이 발언을 이용해서 잘 써먹었다는듯이 얘기했다는데, 이건 바보나 할 수 았는 자랑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은 유시민이사장을 탓할 것이 아니라 고마워서 절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란 걸 알아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시민이사장이 더 이상 정치 평론을 하지 않겠다는 그 마음 십분 이해한다, 그리고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가지 가슴 졸였을 그 심정 백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중등 교육을 제대로 바친 정도의 학습 능력이라면 이 선거 결과를 얻기 위해 투입되는 수만, 수백만, 수억의 정보량에 유이사장의 발언 하나는 대청호에 빠뜨린 각설탕 하나만도 못하다는 것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말로 큰 산이었던 21대 총선을 가볍게 넘어섰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 선거가 본격 시작되기 전까지 한 일년 정도 시간이 있으니 유시민이사장님은 그동안 정치 평론 따위(?) 잊어 버리시고 휴식도 취하시고 생업(?)이신 글쓰기도 많이 많이 해주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유시민이사장님과 같은 중학교 출신이어서 편든다고 쓴 글이 아님을 명확히 밝혀 둡니다.)
https://www.facebook.com/VingsamKim/posts/1544043722419938
첫댓글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이분은 누구인가요?아시는분 댓글 감사합니다. 이분 글읽어보니 와닫는게많네요.
@한종건 계정글보면 글이 와닫네요.
솔직히 조국교수 청문회이후로 검새,기더기들과 가장 치열하게 거침없이 싸워온 분께 이러는거 전 통 이해가 안되네요 190,200석을 못한게 유작가님 탓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