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삐걱 '
낡은 현관문을 열고 소리없이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옷 갈아입을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자꾸 생각나는 아까의 일...
' 가자, 오빠가 데려다 줄께 '
서로 말 한마디도 없이 놀이터까지 온 우리는
그곳에서 몇분을 서있다가 오빠의 말로 침묵이 깨졌다.
' 아까 갑작그럽게 그렇게 말해서 미안해..
근데 오빠 후회는 안해..
진짜.. 수인이 좋아하거든...
오빠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줘.. '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서 조용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두번째 세진오빠에 뒷모습...
" 에휴... "
내가 지금 기뻐해야 되는거야 슬퍼해야 되는거야..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겨버렸잖아..
어쩌다가 나같은 걸 좋아하게 되서 고생입니까...
눈을 감을 때 마다 겹쳐지는 영원이에 얼굴과 세진오빠의 얼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나는.. 누굴 선택해야 할까..
" 수인아! 좀 일어나봐~!! "
꿈결처럼 들리는 소리에 목소리..
이 언니가 어제 잠을 설쳐서 단잠에 좀 빠지겠다는데 왜이래..
그리고.. 일어나서 영원이 마주칠 자신이 없단 말이야..
" 아.. 깨우지마.. 수업 끝나면 깨워.. "
그리고 다시 잠들려는데 또다시 들리는 소리에 목소리.
" 수업 다 끝났어. 이년아. "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보니 종례조차 끝났는지
가방을 맨 아이들이 시끌벅적...
아.. 머리야.. 도대체 얼마나 잔거야..
" 학교에서 무슨 잠을 그렇게 자냐.
어제 무슨짓을 한거야. "
" 남자랑 밤새도록 데이트했다.
나 간다.. "
" 야, 우리집에서 놀자.
오늘 비 엄청 많이 온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무섭단 말이야.. "
" 피곤해, 집에가서 잘래.
너도 무서우면 잠이나 자라. "
간단히 손을 흔들어 주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영원이는 아마도.. 집에 갔나보다..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 걸 보면...
보고싶다..
" 다녀왔습니다 "
아무말도 없는 엄마...
모르겠다.. 가족문제는 좀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내 문제 만으로도 머리가 터져버릴것 같으니까..
' 추적추적... '
소리말대로 비가 내린다...
조금씩 조금씩 굵어지는 빗방울...
반지하 방 창문으로 보이는 슬픈 빗방울...
아.. 왜 갑자기 라면이 먹고싶냐..
참자.. 참고 자자.....
라면 먹고 자면 얼굴 보름달 된다.
참자 참자....
" 에이씨.. 비 더 많이 오기전에 사와야겠다. "
결국은 츄리닝을 입은채 우산하나를 쓰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사이로 동네 슈퍼로 향했다.
역시 비오는 날엔 라면국물이 최고야!
입에 생기는 군침을 꿀꺽 삼키고 라면을 계산해 나왔다..
비가 더 굵어지네.. 얼른 집에 들어가야겠다..
라면이 담긴 까만봉지를 들고 운동화를 질질 끌며
집앞 놀이터를 지나는데 누군가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오는 비를 다 맞고 있었다.
저런 멍청한 인간을 봤나..
감기 걸리면 어쩔려고 저기 앉아있어..
" 어? 우리학교 교복이네? "
결국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벤치 가까이로
지나가면서 얼굴을 살짝 보는데...
" 지영원! "
아니 이녀석아 추워 죽겠는데 이게 무슨 무모한 짓이야!
비를 맞으니 섹시해 보이기는 하다만..
" 지영원, 감기걸리게 여기서 뭐하는거야! "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는 영원이.
표정이.. 참 슬퍼....
마음 아프게도 참 슬프다...
다시 고개를 숙이는 영원이.
왜이래 영원아..
" 으.. 축축하다.. 여기서 뭐해.. "
결국은 영원이 옆에 앉아서 우산을 씌워주는 나.
어떡하겠니.. 비맞고 있는 너를 두고 집에 갈수는 없는 노릇이고..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 니생각... "
" 응? "
" 김수인 생각.. "
내생각을 왜 할까...
나는 바보처럼 지원원 말 믿지도 않고 쓸쓸한 뒷모습만 봤는데..
넌 왜 욕해도 시원치않을 내 생각을 하고 있니..
" 영원아.. "
" ........... "
" 어제 미안해... "
고개만 숙이고 있는 영원이.
너무 많이 젖었어..
영원이 머리에서 물방울이 뚝뚝....
눈물처럼 뚝뚝....
" 내가 니말 못믿었잖아...
니가 아니라 그랬는데..
여자친구 아니고 친구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난거였는데.. "
" .............. "
" 하... 웃긴다..
나 니 여자친구도 아닌데 이런소리하는거..
그치.... "
" ........... "
그래.. 그냥 아무말도 하지 말자....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니...
그렇게... 몇분이 지났을까.....
빗줄기는 더욱 세차지고...
온몸이 으슬으슬 떨려올때쯤....
빗소리 사이로 전해져 오는 영원이의 목소리...
" 옛날 옛날에....
한 소년이 살았데..... "
그렇게 시작된 영원이에 옛날옛날 이야기...
" 그 소년은 한 소녀를 너무너무 좋아했던 거야..
정말 너무너무.....
그래서 그 소녀가 너무너무 좋아서 같이 있고 싶어서
억지를 써서라도 밥도 같이 먹고...
삔도 사주고.....
그런데.. 그 소녀는 그 소년을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은거야..
소년은 소녀를 보며 가슴이 터져버릴것 같고
너무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그 소년은 너무 마음이 아픈거야... "
..............................
.............................................
설마... 그 소녀가 나야?
지영원에 마음을 너무너무 아프게 했던 소녀가 나야?
바보처럼 지영원 마음도 눈치 못챈... 그 소녀가 나야?
설마...
" 영원아..... "
" 그래서.. 그 소년은 옆에 있는 김수인 때문에..
미쳐 버릴 것 같은거야....
병신처럼.. "
어떡해......
나 정말 바본가봐...
어떡해....
' 쏴아아.... '
빗줄기만 더욱 강해진다...
아무말이 없는 우리 둘에 어색함을 채워주기라도 할것처럼
빗줄기만이 더욱더 차갑게 내린다...
' 사랑해....
지금껏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사랑해...
내 맘 아프게 밟지마.. '
왜.. 자꾸 세진오빠가 생각날까...
나 정말 남자복이 터졌나봐..
이렇게 멋진 남자가 둘이나 고백을 하고.. 참..
근데.. 왜이렇게 슬퍼...
멋진놈이 둘씩이나 고백을 했는데 왜이렇게 가슴이 아파...
" 그 소년...
겨우 용기내서 고백했는데...
안받아줄꺼야? "
어떡해....
당연히... 받아주고 싶어.. 근데....
' 사랑해....
지금껏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사랑해...
내 맘 아프게 밟지마.. '
세진 오빠가 자꾸 눈에 밟혀...
나 어떡해야하니.....
" ........... 미안.. "
그대로 집으로 와 잠이 들었다.
바보같이...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의 고백을 듣고도
슬퍼하며....
'쏴아아... '
그날 너무 슬프게 내렸다. 비가.....
너무 아프게 내렸다..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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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쓸려고 가상한 노력을 했지만
제 글솜씨는 여기까지군요.. 하하
꼬릿말 써주시는 분들, 제가 답변도 못해드려서 죄송해요.
꼬릿말 볼때마다 힘이 불끈불끈 난답니다..하하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미운오리새끼※[23]
행운아♣
추천 0
조회 143
05.02.05 19:38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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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떡해! 영원이 고백했다!!>ㅁ<
헐 이빠네 -_-; 하하 ;원래 등수놀이 안했는데 이 소설 읽느라 .ㅋㅋㅋㅋㅋㅋ 재밌어져요 ㅠㅠ
.... 수인이 바보같당 ㅜ.............ㅜ 흑흑 ! 영원이 어뜩해잉 ㅜㅇㅜ !!!♥
세진이랑 ~~~ 되야하는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ㅎㅎㅎ
끄아 >ㅁ< 영원이가 고백을 !!! ㅎㅎㅎ... 영원이도 좋지만 세진오빠도!!! 수인아 되도록이면 세진오빠를.... -ㅁ-;; 세진오빠는 너만 기다렸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