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기는 눈깜짝할사이에 환경에 적응한다.
그것이 자연이됐든, 무생물의곁이됐든간에.
인간에게 심어진 병기는,
인간의 몸속에서 서서히 잠식해나간다.
단지'흡수된다'라고 표현할수밖에 없을뿐,
순식간에 병기는 보이지않는 존재,
그러나뚜렷히 존재하는존재로 거듭나게된다.
그 병기는 같잖은 이론따위로 거들먹댈수있는 물건이 아니였다.
인류가 꿈꾸는 최악의 상황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병기.
존재자체로도 불행을 불러일으키는 병기.
URS에서는 그병기를 '루시드드림'으로 부르기로했다.
꿈꾸는것은, 무엇이든 현실로 만들어낼힘을 가진 병기였기에.
-
새벽근무로 지치디지친 경찰관들이 눈에띄였다.
그와 함께 악취를 풍기며 보는이의 얼굴을 한순간에 치푸리게만드는 노숙자몇몇이 보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가깝지만 꽤아득한 거리에서나 꿈꾸어왔을 곳-경찰서.
그리 편해보이지도않는 의자에 몸을 기댄채 침을 흘리며 졸고있던 여러경찰들이,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며 무섭다시피 울려대는 전화벨소리에 벌떡하고 일어섰다.
본능에 가까운 순간 능력으로 수화기를 낚아챈다.
" 여보세요?거기 경찰서죠? "
아직 졸음이 가시지않은 눈으로 네 경찰서입니다 라고
말하려던 경찰을 상당히 무안하게만든 멘트였다.
건너편의 중년여성은 상당히 다급했는지 목소리에서 채 가다듬어지지않은 감정이 드러났다.
" 네,맞습니다. 무슨일이시죠? "
" 저어,저어, 우리애가.우리애가 집에 돌아오질않아요.
납치됐나봐요. 어떡하죠?예? "
일분일초가 아까운지 애원에가까운 목소리로 수화기에대고 외치는 중년여성.
경찰은 잠시 납치?라고 속으로 되뇌였으나,
그의 표정은 상당히 여유롭고 , 하다못해 귀찮아보였다.
길게 하품을 하는 경찰. 그도 그럴것이, 어린아이납치라면
진짜 사건과 연결되기는 커녕 반이상이 놀러간 아이를 제대로 찾지못해서이거나,
아이가 집에 연락을 하지 못해서 생긴 착오일 뿐이였다.
교대시간을 틈타 피로한 몸을 뉘이는 단잠에 끼어든 사건이라니,
대수로울리가 없었다.
" 예에. 아이가 언제부터 보이지않았나요? "
" 학교에 돌아오고나서... 조금 티비를 본다음에..
영어학원에 보냈는데.....저녁 7시면 충분히 돌아오고도 남았을텐데,
벌써 새벽 1시에요........... 우리애는 어딜 놀러갈 그런애도 아니고.. "
중년여성의 혼란이섞인 투의 말도중에 경찰은 끓어오르는 몽롱함에 하품을 했다.
중년여성은 당황했던 터라 눈치채지는 못한 모양이였지만.
경찰은 서류와 종이가 가득한 책장에서 종이하나를 꺼내더니,
볼펜을 짚고 수화기 너머로 전했다.
" 아이 이름이 어떻게되죠? "
" 강도현이요. 나이는 10살이구요..보통키의 남자아이에요... "
" 아이가 가볼만한곳은 뒤져보셨나요? 놀이터라던지..학교라던지. "
" 네, 집에는 큰애가 남고 저랑 남편이 나가서 가볼만한곳은 다 돌아다니다
지금 막 돌아온거에요. "
" 그렇군요..인상착의를 좀 읊어주시겠어요? "
" 음......그냥 짧은 머리에, 검지도 하얗지도않은 피부랑..
검은 가방을 매고있구요.. 새파란 티셔츠랑 청바지를 입고있어요. "
" 네에. 잘 알겠습니다.
저희가 전화드릴때까지 한번더 아이가 가볼만한곳을 찾아다녀보세요. "
경찰은 인사도 받지않은채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통화를하며 슥삭슥삭 적어놓았던 종이위에 몇가지 사항을 좀더 적고는,
종이를 가지고 일어섰다.
그때, 방금전까지만해도 책상에 엎드려 잠을 취하고있던 옆경찰또한 종이를 들고 일어섰다.
서로를 보며 무척 의아한 표정을 짓는 두경찰.
" 음? 너도 무슨 신고 들어왔어? "
" 응. 납치신고. "
" 이런-. 우연인진몰라도 나도 납치신고였는데. "
" 진짜 미치겠네.. 납치신고는 인원도 많이 소모되고,
귀찮고, 제일 노가다식이잖아.
게다가 결말은 맨날 부모들 착각이고..
젠장, 우리한테도 잠잘시간은 줘야할거아냐. "
" 나는 왠 할머니가 전화왔었어.
여자아이라던걸.10살짜리.이름이..정민아구나. "
" 난 왠 아주머니가.
강..도형이였던가....현이였던가..남자앤가보지?
어떻게 나이가 똑같네. "
두 경찰은 서로의 신고서류를 내려다보며
한참을 걷더니 어떤 방 앞에 다다라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조금 힘든 우연.
경찰관들은 눈치채지못했으나.
어쩌면 그때부터 병기의 이끌림이 시작되었는지도모른다-
-
다음날이였다.
하룻밤이 지나서야 출동된 경찰무리들-
10살짜리 어린아이가 하룻밤동안 갈수있을만한 거리안의지역을 마구 뒤져보았지만,
민아와 도현은 그림자조차 보이지않았다.
자신의키의 반가량도 되지않는 조그만 아이를 찾아
십여명의경찰들은 털하나의 감각까지 추켜세우며,
평소엔 발휘되지않는(다음날이 주말이였기때문에)동물적인 모습으로 아이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해가지고, 저녁근무를 끝내고 돌아갈 경찰이 생기자,
할수없이 그날은 그대로 포기, 철수할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
얼굴 위에 누군가 그려놓은듯, 꾸역꾸역 살을 비집고 들어난 주름살에,
표정이 찡그려진건지 기쁜건지 가늠하기가 힘든 모습이였다.
노인은 '민아야'를 외치며 통곡하고있었다.
정신을 차리지못하는 할머니를 집까지바래다줄 임무를 맞게된 경찰하나.
돌아가신 할머니생각이 났던건지 무척 정성스레 대한다.
할머니가 집이라고 일컬은 달동네의 맨 윗집에 도착해서야-
할머니의 통곡소리는 급작스럽게 뚝,끊겼다.
" ...........민..아? "
집앞에 다다라서, 떨어지기 직전인 파란철문을 열어제끼다 무언가를 발견한 할머니.
그것은 경찰과 할머니에게 온동네를 쑤시고 다니게했던 근원. 민아였다.
민아는 좁은 마당에 새우잠자듯이 곤히 잠들어있었다.
어디 다친것같진않고, 놀러갔을때의모습 그대로였다.
할머니가 민아를 향해 달려나가고,
경찰은 넋나간듯이 그것을 바라보고있었다.
경찰은 아마 그렇게생각했을거다.
지금까지 찾아다녔던게 다 물거품이됐네, 그냥 집안어디에 숨어있었던거아냐!
─하고.
결국 민아와 도현의 사건은,
보호자의 실수로 인한 오역으로 판단, 간단히 처리되었고,
민아와 도현역시 하품을 하며 경찰을 보고는 무슨일 있었냐고 물을뿐,
24시간동안의 아무일도 기억하지못했다.
아이들이였기에, 한참놀다와서는 피곤해서 잠을 든것이기에 기억이 없을거라고 어림짐작했다.
그리고는 완벽하게 묻혀졌다-
그누구도, 그 아이들의 몸속에, 그아이들이 아닌, 자아를 가진 무언가가 키워지고있음을 눈치채지못한채.
-
URS의 실험-이라기보단 수술에가까운 시술이 기어코 암묵으로 결정지어졌다.
달갑게도 병기는 아이들의 몸속에서 이상반응을 일으키거나
아이들의 몸을 집어삼키지 못했다.
도현과 민아는 단 하루만에 집으로돌아갔고-
URS에 출입한 민간인의필수조건인 기억제거절차덕에 그 무엇도 기억하지못했다.
그후로 아이들은 잠에대한 욕구가 다른사람에비해 커졌다던지,
먹는양에 비해 살이찌지않는 등 병기와의동거로인한 어느정도의 피해를 입었으나,
곁에서 가끔 볼수있는 특이한 아이라고 취급될뿐 그누구에게도 의심을 사지않았다.
병기가 지구에 날라든것도, 아이들의몸에심어진것도 바로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의예언은 결코 틀린것이 아니였던것이다.
재앙은 이미, 그때 시작되었던 것이다.
현 2007년.
이야기가 다시흘러가기위해서는,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
천천히;ㅂ;
천천히;ㅂ;
오래오래끌어야지<-응?
카페 게시글
BL소설
퓨 전
0 0 3/ 루시드 드림(lucid dream)
다리만삼톤
추천 0
조회 23
07.06.14 23:04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