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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실 우리말 스크랩 [낭송시] [설정환] 삶의 무게 - 낭송 정란희
흐르는 물 추천 1 조회 87 12.07.13 08:26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설정환, 「삶의 무게」 낭송 정란희 | 2012.07.09 
 
 

 

 

 

설정환, 「삶의 무게」 

 
 
파지 1kg  50원
신문 1kg  100원
고철 1kg 70원
구리 1kg 1400원
상자 1kg 100원
양은 1kg 800원
스텐 1kg 400원
각종 깡통 1kg 50원
    -고물상 주인 백
삶이 얼마나 무거워져야 가벼워지는지 모르는
허리 굽은 이가 저울 위에 그의 전부를 올려 놓는다
먼저 무게를 다 달고 난 이가 멀찍이서
그, 저울눈을 슬쩍슬쩍 훔쳐보며 견줘보고는 배식배식 웃는다
햇빛 환한 마당에는 좀 더 무거워야 가벼워지는
삶이 순해진다.
 
 
  시_ 설정환 - 1970년 전북 순창 출생. 시집 『나 걸어가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 비서관.
 
  낭송_ 정란희 - 배우. 연극 <노부인의 방문>, <겨울 이야기> 등에 출연.
  출전_ 『김종삼전집』(청하)
  음악_ 배기수
  애니메이션_ 하라
  프로듀서_ 김태형
 
  
  그 동네 다른 집들보다 더 허름하달 것도 없을 고물상. 거기 문짝이나 담벼락에 붙은 종잇장 앞까지 다다른 시인의 걸음을 생각해 본다. 재활용 폐품 수매 가격을 알리는 그 종잇장을 들여다보며 시인이 토해내거나 삼켰을 “허!” 소리 들릴 듯하다. 시인은 폐품을 수거해 근근이 살아가는 ‘허리 굽은 이’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어린애만큼이나 달리 돈을 만들 방도를 모르는, 방도가 없는 노인들. 나도 그이들을 알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 내가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이들이다. 뙤약볕 아래서 비바람 속에서, 깊은 밤에 때로는 신새벽에 그이들과 마주치면 반갑기도 하고, 그이들의 무사함이 다행스럽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한다. 
  “파지 1kg 50원/신문 1kg 100원/고철 1kg 70원/(…)/ 각종 깡통 1kg 50원”
  인유로만 이루어진, 글자 뭉치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만으로 시가 된, 첫 연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분노와 무력감과 슬픔이 오가며 가슴이 욱신거린다. 그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오브제가 있다. 그것을 발견한 설정환 시인의 힘!
고물은 그렇게나 무겁고 그 값은 그렇게나 가볍고. 그래서 그이들이 개미처럼 쉴 새 없이 헤매 다니는 것이다. 생활력이 없어도 생활비는 있어야 하는 삶의 무게…….
  고양이밥 깡통 빈 것을 모아 이웃할머니 댁에 갖다 드리는데, 한 번에 대략 백 개쯤 된다.
  잘해야 2kg 나갈 ‘각종 깡통’이다. 겨우 100원어치! 무거운 마음으로 깡통 겉에 붙은 라벨을 벗겨낸다.
 
문학집배원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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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7.16 02:08

    첫댓글 구리가 젤비싸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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