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결연한 의지를 말할 때 인용하는 글구 중 하나가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兒)’라는 글귀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의장직을 떠날 때 했던 백범일지에서 땄다며 이글을 인용했다. 백범은 윤봉길 의사를 보내기 전 ‘득수반지미족기 현애살수장부아’라는 글귀를 적어줬다고 한다.
사실 이 글은 백범의 것이 아니다. 야부도천(冶父道川)의 선시(禪詩) 중 한 대목이다.
得樹攀枝未足奇 (득수반지미족기) 가지를 잡고 나무에 오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懸崖撒手丈夫兒 (현애살수장부아)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
水寒夜冷魚難覓 (수한야냉어난멱) 물은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
留得空船載月歸 (유득공선재월귀) 빈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 오도다.
도천 야부스님은 속성은 추(秋)씨요 이름은 삼(三)이다. 생몰연대가 뚜렷하지 않다. 다만 송나라(1127-1130)사람으로 군의 집방직(執方職)에 있다가 재동(齊東)의 도겸(道謙)선사에게 도천(道川)이라는 호를 받았고 정인게성(淨因繼成)의 인가를 얻어 임제(臨濟)의 6세 손이 된다.
그는 특히 금강경을 통해 자기의 견해를 송으로 후학들에게 많이 알려졌는데, 간결하면서도 한번에 내리치는 듯한 그의 활구(活句)가 백미이다. (박학독행의 블로그에서)
우리가 성철스님의 선시로 알고 있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도 사실 도천 야부스님의 선시다.(山是山水是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佛在甚麽處 부처님은 어느 곳에 계시느냐?)
문제는 현애살수장부아의 ‘살(撒)’자에 대한 오독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대부분 ‘현애철수장부아’라고 해서 ‘살’을 ‘철(撤)’로 잘못읽고 있다. 어떤 것들은 한자는 엄연하게 ‘撒(살)’자를 써놓고, 음역은 ‘철’이라고 읽고 있다.
사실 글자 모양도 비슷하니 여간 헷갈리지 않는다.
자전에서는 ‘撒’의 훈독을 ‘뿌릴 살’로 해놓고 ‘뿌리다’ ‘놓다’ ‘놓아주다’고 뜻풀이를 해놓았다. ‘撤’은 ‘거둘 철’로 해놓고 ‘거두다’ ‘치우다’ ‘제거하다’ ‘줄이다’ ‘없애다’ ‘철회하다’ ‘철수하다’ ‘그만두다’ 등의 뜻이라고 해석했다. 의미상으로만 보면 ‘살’이나 ‘철’이나 모두 통할 듯하다.
그러나 중국어사전에서는 그 의미가 명확히 나온다. 중국어에는 ‘철수(撤手)’라는 단어가 없다. 반면 ‘撒手(sashou)’는 ‘손을 놓다’ ‘손을 떼다’는 의미의 단어다. 의미로 보면 ‘현애장부살수애’가 맞지 ‘현애장부철수애’가 아닌 것이다.
첫댓글 신묘년 정초에
김구선생님의 백범일지를
다시 정독을 하며 여러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새겨볼만한 글귀가 있어 '(바우의 세계) 블로그'에서 옮겨봅니다...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 --출격 장부로군요. 나모대은교주시아본사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