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에 노릇하게 구워 먹어도 맛있고 무와 함께 매콤한 양념에 자작하게 조려 먹어도 맛있는 양미리를 찾아 주문진항 마을의 숨 가쁜 하루를 들여다보았다.
1 마을 이야기
수산물의 보고 주문진항
직접 가보진 못했어도 이름만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주문진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구마을이다. 깨끗한 바다와 활기가 넘치는 수산시장이 있어 사시사철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싱싱하고 맛있는 오징어로 더욱 유명한 주문진항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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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오징어잡이 배와 양미리잡이 배 등이 정박되어 있는 주문진항의 아침 풍경. 2 오래된 항구도시의 골목은 선착장이나 시장과는 달리 차분하고 고요하다. 3 주문진으로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대관령엔 벌써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4 알이 작은 감을 말려 곶감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여느 어촌과 다를 바 없이 정겹게 느껴진다. 5 바다를 한층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빨간 등대. 6 비가 오는 날이 많은 요즘은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정박되어 있는 배가 많다.
동해에서 가장 큰 대표 어항
아름다운 파도와 오징어로 유명한 주문진항. 주문진은 동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어항이기도 하다. 주문진은 원래 강릉군 신리면으로, 주문을에서 주문진으로, 나루터가 항구가 되면서 1937년 신리면이 주문진면이 되고 1940년에 주문진읍으로 승격되었다.
주문진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오징어다. 사시사철 항 근처에서는 오징어를 유인하기 위해 반짝이는 유리등을 매단 오징어잡이 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징어 다음으로 많이 잡히는 생선은 꽁치. 그 다음은 10월부터 12월까지 제철을 맞이하는 양미리다. 주문진항은 해안선이 육지 깊숙이 들어오는 천연적인 양항으로 속초항과 더불어 동해 북부지역의 어업 중심지이다. 그러나 마을이 도시화되고 기후 변화로 인해 고기 수가 감소하면서 점점 그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고기를 잡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주문진 바다에서는 동력선, 무동력선 등 700여 대의 크고 작은 배들이 고기를 잡고, 그 고기를 팔며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다.
바다의 품에서 시작되는 주문진의 하루
아직 어둠이 가시기도 전인 새벽 3~4시경, 방파제에 서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바다로 길게 뻗어나가 있는 수십 척의 배들이 일시에 출어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동이 트면 어선들이 잡은 고기를 싣고 다시 항구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갓 잡은 고기들이 펄떡이는 어판장과 생선을 다듬는 아낙네의 손길이 바빠지면서 본격적인 주문진항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 잡은 양미리와 도루묵을 모아 경매가 시작된다. 경매사의 손놀림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면 어부들의 얼굴에는 희비가 엇갈린다. 거래가 끝난 생선 트럭들이 하나둘 항구를 빠져나가고, 해가 하늘 높이 오르는 시간이 되면 어시장의 활력은 손님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에게로 이어진다. 펄떡거리는 활어를 뜨는 횟집 풍경부터 방금 산 생선을 싱싱하게 보관하기 위해 얼음을 채워놓는 상인 등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수산시장은 또 다른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2 마을 둘러보기
에너지 넘치는 주문진의 심장 수산시장
싸게 준다며 손님을 불러 세우는 난전 상인들과 좌판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로 떠들썩한 이곳은 바로 주문진수산시장이다. 비릿한 생선 냄새와 사람 사는 풍경이 살갑게 느껴지는 수산시장 때문에라도 주문진항을 찾게 된다.
싸고 싱싱한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곳
동해안의 어업 전진 기지인 주문진은 동해안에서 가장 큰 항구 중 하나로 사계절 내내 늘 시끌벅적하다. 피서와 단풍이 한창일 때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찬바람이 불면 양미리와 도루묵을 굽는 냄새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항구에서 공수한 싱싱한 수산물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주문진수산시장의 매력. 특히 오징어가 제철인 7~8월에는 싱싱한 오징어를 사려는 사람들로 시장이 북적인다. 오징어를 담은 하얀 스티로폼 상자를 양손에 들고 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룰 정도.
지난해 문화관광형 시범시장으로 선정된 주문진수산시장은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펄떡이는 물고기와 에너지 넘치는 상인들의 모습은 주문진을 상징하는 또 다른 모습이다. 조금이라도 물건 값을 깎으려는 손님들과 못 이기는 척 덤을 얹어주는 상인들의 승강이 역시 주문진수산시장을 찾는 재미 중 하나다.
주문진수산시장에 들렀다면 건어물시장에도 꼭 들러봐야 한다. 마른오징어, 쥐포, 북어채, 말린 문어, 햇멸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질 좋은 건어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가게마다 조금씩 가격 차이가 있지만 예전과는 달리 대부분 정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바가지를 씌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요즘은 재래시장에서도 생산국 표시가 확실히 되어 있어 안심하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주문진의 특산품인 마른오징어는 맛이 달고 짜지 않아 가장 인기 있는 품목. 바다에서 잡자마자 손질해 배에서 말린 오징어는 다소 딱딱하지만 짜지 않고 감칠맛이 있어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있다.
주문진을 떠나가는 사람들
주문진읍의 인구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주문진 지역에서 농사를 짓거나 옛날 광업소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현재 서울 지하철 공사장에서 일하거나 경기도로 이사를 가 택시기사를 하는 등 모두 외지로 떠나 살면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도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을 활성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주문진에는 수산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설시장 외에도 5일장이 따로 열린다. 이밖에도 주문진종합시장과 건어물상가가 있으면 수협 밑에는 회센터 등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항구도시이기 때문에 주문진의 주민들은 대부분 바다를 터전으로 소득을 얻고 있다. 고기를 잡는 것은 물론 그 고기를 시장에서 팔거나 횟집 등을 운영하며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주민들이 대부분. 하지만 주문진항 역시 대부분의 농촌이나 산촌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주변 지역의 인구 감소와 함께 대형 마트가 생기면서 인근 재래시장의 기능도 점점 쇠퇴되고 있는 것이 사실. 때문에 주문진읍에서는 수산시장을 현대적인 시설로 재정비하고 정찰제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궂은 날씨에도 주말이면 북적이는 인파로 시장 골목엔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연탄불 위에서 노릇한 양미리와 도루묵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지글거리면 사람들은 발길을 멈춘다. 삼삼오오 연탄불 옆에 둘러앉아 석쇠에 양미리를 굽는다. 갓 구운 고소한 양미리에 시원한 소주 한 잔이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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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마른오징어, 쥐포, 말린 문어 등 다양한 종류의 마른 생선을 구입할 수 있는 건어물시장. 2 요즘 주문진수산시장에 가면 싸고 싱싱한 양미리를 만나볼 수 있다. 3 내·외관을 새롭게 단장한 주문진수산시장의 전경. 4 양미리는 생물로 먹어도 맛있지만 살짝 말려 먹으면 더욱 감칠맛이 있다. 5 수산시장 곳곳에는 제철을 맞이한 양미리를 끈에 엮어 걸어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6 요즘 주문진에 가면 양미리와 함께 제철을 맞이한 도루묵도 맛볼 수 있다.
3 마을 요리
담백한 겨울 생선 양미리로 만든 요리
양미리는 뼈째 먹는 몇 안 되는 생선 중 하나이다. 일반 생선에 비해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 것이 특징. 구이, 회, 볶음, 조림, 찌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으며 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뼈째 먹을 수 있어 칼슘이 풍부하다.
제철을 맞이한 ‘양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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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해안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징어나 명태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오징어는 7~8월이 제철이고 명태는 기후 변동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인해 이제 동해에서 찾아보기 힘든 어종이 되었다. 겨울 동해의 주인공들은 따로 있으니, 작고 못생긴 양미리와 도루묵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예전에는 천대받다가 요즘 들어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는 것. 특히 양미리는 예전에는 잡히는 양이 많아 희소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동물의 사료로 이용되었다고. 하지만 요즘은 전문요리점이 생겼을 정도로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 생선 중 하나가 되었다.
11~12월 주문진항을 찾으면 양미리가 박힌 그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양미리를 벗겨내느라 바쁜 어부들을 만날 수 있다. 양미리가 잡히는 어장이 육지와 멀지 않은 데다 잡기도 어렵지 않아 다른 어종에 비해 어획량이 풍부하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양미리를 가장 쉽고 맛있게 먹는 방법은 석쇠에 올려놓고 굵은 소금을 뿌려가며 구워 먹는 것이다.
양미리는 바다 속 모래 밑에 숨어 있다가 동이 틀 무렵이 되면 먹이를 먹기 위해 튀어나오는 습성이 있다. 이러한 습성 때문에 어부들이 모랫바닥에 깔아 놓은 그물코에 꽂혀 잡히게 된다. 특히 11월에 잡히는 양미리는 크기가 클 뿐만 아니라 맛도 좋다고.
양미리는 소금으로 간해 연기 모락모락 나는 숯불에 구우면 소주 안주로는 물론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아이들도 좋아한다. 또한 가격 역시 저렴해 1만 원이면 4인 가족이 구이와 조림 등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 푸짐하다. 양념 없이 구워 먹어도 좋고 양미리의 비린내를 제거해줄 수 있는 무를 두툼하게 썰어 넣고 조림으로 먹어도 일품이다. 냉동실에 오랫동안 저장해 다소 마른 양미리는 기름에 튀겨 강정으로 만든 다음 달콤한 소를 뿌려 내면 생선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또한 양미리를 넣은 국수는 맛이 구수하고 속이 확 풀린다. ‘바다 미꾸라지’라는 별명답게 곱게 갈아서 추어탕처럼 끓여 먹어도 별미.
신선한 양미리는 회백색으로 겉이 깨끗하게 마른 것을 고르고 퀴퀴한 냄새가 나거나 살이 터져 있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금방 먹을 것은 끈으로 엮은 다음 서늘한 곳에 매달아 건조해서 보관하고 비교적 오래 두고 먹을 것이라면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내장을 제거한 뒤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내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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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리구이
● 재료 양미리 12마리, 굵은 소금 약간, 양념장(간장 6큰술, 다진 파·다진 마늘·참기름 2작은술씩)
● 만드는 법
1 양미리는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씻은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굵은 소금을 골고루 뿌려 간한다.
2 180℃로 예열한 오븐에 양미리를 넣고 중간에 한 번 뒤집어가며 15분 정도 바싹 굽는다.
3 볼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골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구운 양미리는 접시에 담은 후 양념장을 위에 끼얹는다.
양미리는 칼슘, 철분, 단백질 등이 풍부해 가을과 겨울철 영양 보충에 좋은 식품이다. 뼈째 먹는 생선이기 때문에 칼슘과 단백질의 함유량이 높아 아이들의 성장 발육에도 좋다. 영양가는 풍부하지만 지방이 적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말린 양미리는 피로 회복과 노화 방지, 빈혈 치료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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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point
양미리가 오븐의 그릴에 달라붙는다면 철망의 온도가 문제이다. 양미리를 넣기 전 미리 그릴을 달군 뒤 익히도록. 또한 표면이 덜 익은 상태에서 너무 빨리 뒤집어도 생선살이 떨어지므로 굽는 면이 노릇해질 정도로 충분히 구운 다음에 뒤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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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리조림
● 재료 양미리 400g, 무 200g, 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 대파 1대, 물 250㎖, 양념장(간장 3큰술, 고춧가루·청주 2큰술씩, 설탕·물엿·다진 마늘 1큰술씩, 다진 생강·통깨 1작은술씩)
● 만드는 법
1 양미리는 머리와 꼬리를 제거하고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씻어서 물기를 빼둔다.
2 무는 0.5㎝ 두께로 납작 썰기하고 청양고추, 홍고추, 대파는 적당한 크기로 어슷 썰어둔다.
3 볼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4 냄비에 썰어놓은 무를 깔고 양미리를 올린 다음 양념장을 절반 정도 넣고 분량의 물을 부어 끓인다.
5 ④의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이고 남은 양념장을 마저 넣어 골고루 섞은 다음 조린다.
6 고추와 대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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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point
양미리는 꾸득꾸득하게 반 건조시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비린내가 약간 나는 경우도 있다. 양미리 특유의 비린내를 제거하고 싶다면 토막 낸 양미리에 청주를 붓고 15분간 둔다. 또한 조림을 만들 때는 파, 마늘, 고추와 같은 향신채를 넉넉하게 넣어 비린내는 제거하고 매콤한 맛을 더한다.
/ 여성조선
진행 강부연 기자 | 사진 김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