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돌로미테의 별빛 아래 서다
일흔이 되어 돌로미테를 걷는다는 것은
젊은 날의 힘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직 내 두 발로 세상의 아름다움 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체다에 오르자 오들레의 뾰족한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습니다. 초록빛 능선에는 노란 야생화가 가득했고,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 오솔길은 한 폭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처럼 보였습니다.
오르막에서는 숨이 차고 돌길에서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앞서가는 사람을 서둘러 따라가지 않고, 힘들면 잠시 멈춰 숨을 골랐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걸었기에 바람에 흔들리는 꽃도 보고, 구름이 암봉을 넘어가는 모습도 오래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브라이에스 호수에서는 에메랄드빛 물 위로 작은 나무배들이 떠다녔습니다. 거대한 산이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운 풍경 앞에 서니, 멀리까지 걸어온 수고도 잠시 잊혔습니다.
트레치메에서는 거대한 세 개의 암봉을 마주했습니다. 동굴처럼 패인 바위 틈에 앉아 바라본 트레치메는 사진으로 보던 산과 전혀 달랐습니다.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돌길을 걸으며, 우리가 평범하게 살아온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는지도 생각했습니다.
산장에 머문 밤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산봉우리들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기울면서 회색빛 암벽은 황금색으로, 다시 짙은 주홍빛으로 변했습니다. 돌로미테의 일몰은 해가 지는 풍경이 아니라 산 전체가 잠시 불꽃처럼 피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둠이 깊어지자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별들이 하나둘 나타났습니다. 산장 앞에 서서 고개를 들자 수많은 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습니다. 누구도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별빛 아래에서는 살아온 세월도, 마음속 걱정도 잠시 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른 아침에는 차가운 공기를 헤치고 다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능선 위의 나무 십자가 곁에서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습니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암봉에 첫 햇살이 닿자 산은 천천히 깨어났고, 긴 그림자 끝에서 또 하나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몰을 보고 잠들어 별을 바라보고, 다시 일출을 맞는 경험.
그것은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는 돌로미테의 시간이었습니다.
일흔의 걸음은 빠르지 않았지만 서두를 이유도 없었습니다. 초원을 걷고, 산장의 따뜻한 음식을 맛보고, 서로를 기다려주며 트레치메와 오들레, 브라이에스 호수를 지나왔습니다. 힘든 돌길에서는 손을 내밀었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함께 웃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남은 것은 몇 킬로미터를 걸었느냐는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산과 산장 위로 쏟아지던 별빛, 새벽의 차가운 바람과 첫 햇살을 바라보던 마음이었습니다.
일흔은 늦은 나이가 아니었습니다.
돌로미테에서는 새로운 풍경을 만나기에 충분히 좋은 나이였습니다.
천천히 걸었기에 더 많이 보았고,
오래 살아왔기에 그 아름다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돌로미테를 다녀온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하루들을 그 산에 남겨두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