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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낙락(晨星落落)
새벽 하늘에 별이 드문드문 있다는 뜻으로, 벗들이 차차 적어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晨 : 새벽 신(日/7)
星 : 별 성(日/5)
落 : 떨어질 낙(艹/9)
落 : 떨어질 락(艹/9)
출전 : 유우석(劉禹錫)의 송장관부거시서(送張盥赴擧詩序)
어린 시절 추억을 나눈 친구와 오래도록 함께한다는 것은 인생의 큰 행복이다.
사람 사귀기를 꽤 즐겼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주로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거나 연구실에서 혼자 책 읽는 시간이 많은 탓인지 밖에서 예기치 않게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줄어들더니, 마침내는 교유하는 사람의 범위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나이를 먹을수록 교유의 범위가 자기 생활 주변으로 한정되는 것이 당연한 일일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내 직업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은 교유 범위가 일터의 주변으로 한정되기 마련이다. 일부러라도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어울려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도 계속되면 진력이 난다.
자연스레 일상으로 돌아와 예전부터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벗이 소중한 것은 바로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삶의 깊이를 더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평생지기라 할 수 있는 친구는 언제 만들어지는 걸까? 사람마다 조금씩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가 평생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중학교 때의 친구가 평생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중학교를 다녔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닌 나로서는 초등학교 동창이 중학교 동창이나 다름없었다. 남녀 학생을 통틀어 고작 세 반이었으니 사람 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남학생들은 대부분 친하게 지냈던 터라 지금도 앨범을 펼쳐보면 당시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자주 만나면서 정을 나누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이따금씩 동창회에 나가면 그리운 옛 동무들의 얼굴을 본다. 반갑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흥이 나면 마치 열 몇 살 시절로 돌아간 듯 말투며 행동이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 친구들은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내가 걸어온 길과는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랜만에 만났다고 하더라도 서로 겹치는 화제가 그리 많지 않다. 간단하게 근황을 물어본 다음에는 어쩔 수 없이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동창회의 많은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반복되는 까닭은 아마 그런 탓이 아닐까 싶다. 저마다 살아온 터전이 다르고 그 사이에 생각도 많이 달라졌는데, 만나서 무슨 이야기로 꽃을 피우랴!
역경의 순간을 함께한 친구가 진정한 벗
앞서 말한 것처럼 평생 친구는 언제 만들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저 친구가 평생토록 함께 인생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귄다 해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람마다 그런 친구를 만드는 계기는 우연치 않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시기와 장소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옛 선현들의 말처럼 인생의 황혼기에 정말 친한 벗 한 사람만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친구를 만나기는 누구에게나 꿈 같은 일이다. 그래서인지 옛 이야기 중에는 친구와 관련된 것이 많다.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가 음악을 통해서 마음을 나누다가 종자기가 죽자 백아가 다시는 음악을 연주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백아절현(伯牙絶絃)이나 지음(知音) 고사를 비롯해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덕무가 쓴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는 이런 글이 담겨 있다. “만약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게 된다면 나는 마땅히 10년 동안 뽕나무를 심고 1년간 누에를 먹일 것이다. 손수 오색실로 물을 들이리니, 열흘에 색깔 하나씩 물들인다면 50일이면 다섯 가지 빛깔을 완성할 것이다.
이를 따뜻한 봄볕에 쏘인 뒤 어린 아내에게 백 번 담금질한 쇠로 만든 바늘을 가지고서 내 벗의 얼굴을 수놓게 한다. 그것을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軸)을 만들리라.
아스라이 높은 산과 넘실넘실 흘러가는 물이 있는 그 사이에서 수놓은 그림을 펼쳐놓고 아무 말 없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가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품속에 넣어 돌아오련다.”
이 글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이덕무의 섬세한 감각에도 놀랐지만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친구 이야기에 가슴이 뛰었다.
제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는 친구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그런 친구가 있다면 나는 과연 저렇게 아름답고 절절한 행동으로 그 애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벗을 얻기 위해 이덕무는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주변을 돌아보면서 ‘나는 저러한 벗이 없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슬며시 피어났다.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사회적인 권력을 가졌을 때는 찾아오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친한 벗을 자처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며 어떤 손해도 감수할 것처럼 군다. 그러나 권력이 사라지거나 그럴 조짐이 보일라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기게 된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슬퍼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다가도 막상 재상이 죽으면 조문객이 거의 없다는 속담이 결코 빈 말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빛나는 성취를 이루면서 승승장구할 때는 친한 벗이 누구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어려운 일을 겪고 삶의 역경에 부딪치면 비로소 친한 벗의 얼굴을 가장한 사람인지 진정 친한 벗인지를 구별하게 된다.
신성낙락(晨星落落), 즉 새벽에 별이 드물어지듯이, 노년이 되면 친하게 지낼 벗도 드물어진다는 말이다. 또는 새벽별이 몇 개만 남아 있다는 뜻으로, 친구들이 죽어 차차 적어짐을 비유하는 말이다.
아무리 권력을 많이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도 결국은 나이를 먹게 된다. 노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권력도 서서히 손에서 놓기 마련이다.
게다가 육체적 능력도 조금씩 떨어지기 때문에 이동하는 범위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주변사람과의 교유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과거의 친한 벗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노년의 고독이 찾아 든다. 바삐 살아오던 삶을 벗어나면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게 되는 나이가 되었지만, 친한 벗은 그리 많지 않음을 깨닫는다. 삶의 무상함을 거기에서도 느끼게 된다.
당나라 때의 문인인 유우석(劉禹錫)은 송장관부거시서(送張盥赴擧詩序)라는 글에서 이런 사정을 쓴 적이 있다.
자신이 전성기를 누릴 때면 함께 그 시절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들지만 권력에서 멀어지고 나이가 들게 되면 모두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그것을 새벽녘의 별에 비유했다. 새벽이 되면 별이 드물어지듯이, 나이가 들면 벗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신성낙락(晨星落落)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한다. 노년에 한 사람의 벗만 내 곁에 남아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할 것은 없겠지만, 그만큼 친한 벗과 평생토록 걸어가기가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또한 젊은 시절에 만든 아름다운 삶이야말로 친한 벗들과 인생길을 오래도록 함께 걷는 방책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리라.
登採眞亭(등채진정)
- 박춘령(朴椿齡) -
往事回頭同夜夢(왕사회두동야몽)
故人屈指半晨星(고인굴지반신성)
지난 일 생각하니 모두가 꿈 같고, 친구들을 손 꼽으니 절반은 새벽별일세.
▶️ 晨(새벽 신)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辰(신, 진)으로 이루어졌다. 별의 이름으로, 이 별은 농사를 알리는 별이라고 한다. ❷회의문자로 晨자는 ‘새벽’이나 ‘때’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晨자는 日(해 일)자와 辰(때 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辰자는 풀을 베는 도구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晨자를 보면 艸(풀 초)자에 辰자가 결합해 있거나 또는 양손에 辰자를 쥐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이른 새벽에 낫으로 풀이나 벼를 베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양손에 낫을 들고 있던 모습이 日자로 바뀌어 이것이 시간과 관련된 글자임을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晨(신)은 ①새벽 ②때, 시일(時日) ③진시(辰時) ④별의 이름 ⑤새벽을 알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새벽 흔(昕), 새벽 효(曉), 새벽 서(曙)이다. 용례로는 샛별로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반짝이는 금성을 이르는 말을 신성(晨星), 아침의 햇빛을 신광(晨光), 새벽녘으로 날이 샐 무렵을 신명(晨明), 이른 아침에 부모의 침소에 가서 밤새의 안후를 살핌을 신성(晨省), 아침 해가 솟는 쪽의 산 곧 동쪽의 산을 신악(晨岳), 새벽을 알리는 닭을 신계(晨鷄), 새벽에 일어남을 신기(晨起), 새벽에 성문 여는 일을 맡은 문지기를 신문(晨門), 아침과 저녁을 신석(晨夕), 새벽과 밤을 신야(晨夜), 이른 아침을 신조(晨朝), 새벽에 치는 종을 신종(晨鐘), 아침으로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을 신단(晨旦), 이른 아침에 사당에 뵙는 일을 신알(晨謁), 식전에 하는 화장을 신장(晨粧), 새벽과 황혼을 신혼(晨昏), 날마다 새벽녘이면 설사가 나는 병을 신설(晨泄), 맑은 첫새벽을 청신(淸晨), 먼동이 트려 할 무렵을 효신(曉晨), 닭이 새벽을 알림을 계신(鷄晨), 서리가 내린 추운 아침을 상신(霜晨), 꽃이 핀 아침을 화신(花晨), 먼동이 트는 이른 새벽을 등신(登晨), 날이 밝아올 때를 영신(迎晨), 이른 아침을 조신(早晨), 이른 아침에 부모의 침소에 가서 밤 동안의 안후를 살피는 예절을 신성지례(晨省之禮), 아침 일찍이 관청에 들어가고 밤늦게 퇴근함을 신입야출(晨入夜出), 아침 일찍 출사하고 밤늦게 귀가함을 신입야귀(晨入夜歸), 굶주린 새벽 호랑이와 같은 맹렬한 기세를 신호지세(晨虎之勢), 암탉이 새벽에 우는 일을 맡았다는 뜻으로 아내가 남편의 할 일을 가로 막아 자기 마음대로 처리함을 비꼬아 이르는 말을 빈계사신(牝鷄司晨), 저녁에는 잠자리를 보아 드리고 아침에는 문안을 드린다는 뜻으로 자식이 아침 저녁으로 부모의 안부를 물어서 살핌을 이르는 말을 혼정신성(昏定晨省) 등에 쓰인다.
▶️ 星(별 성)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生(생, 성)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날 일(日; 해)部는 별성자의 옛 모양에서는 해 셋 또는 ○을 셋 써서 별빛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셋을 씀은 많음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星자는 '별'이나 '천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星자는 日(해 일)자와 生(날 생)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生자는 풀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星자의 갑골문을 보면 生자 양옆으로 口(입 구)자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서 口자는 밤하늘의 별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금문에서는 口자가 아닌 日자가 풀잎 끝에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고 소전에서는 하나의 日자만 쓰이게 되면서 지금의 星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生(생)은 나타나는 일, 또 星(성)의 발음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붙어 있다. 그래서 星(성)은 (1)성(姓)의 하나 (2)성성(星星) 등의 뜻으로 ①별 ②별의 이름 ③해, 세월(歲月) ④천문, 천체(天體)의 현상(現狀) ⑤점(占) ⑥밤(=夜) ⑦저울의 눈금 ⑧순도(純度) ⑨화폐(貨幣)를 세는 단위(單位) ⑩희뜩희뜩하다 ⑪(비가)개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별 태(台), 별 경(庚)이다. 용례로는 운성이 떨어질 때의 불빛으로 운성이 떨어지듯 몹시 급한 일의 비유를 성화(星火), 구름이나 안개 모양으로 하늘의 군데군데에 흐릿하게 보이는 별의 떼를 성운(星雲), 천체들이 서로 의존하고 작용하며 이루고 있는 우주 공간의 세계를 성계(星界), 별의 위치가 바뀜을 성이(星移), 별의 모양 또는 별과 같은 모양을 성형(星型), 별의 반짝거림을 성휘(星煇), 세월로 성은 1년에 하늘을 한 번 돌고 상은 1년에 한 철 내린다는 뜻에서 온 말을 성상(星霜), 행성의 인력에 의하여 그 행성의 주위를 도는 별을 위성(衛星), 해의 둘레를 각자의 궤도에 따라서 돌아다니는 별을 행성(行星),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 가운데 가장 작은 별을 수성(水星),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별을 항성(恒星), 새벽에 보이는 별로 매우 드문 존재의 비유를 효성(曉星),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반짝이는 금성을 이르는 말을 신성(晨星), 항성 중에서 반경 광도가 큰 별로 큰 인물이나 위대한 사람을 거성(巨星), 길하고 상서로운 별을 길성(吉星), 빛이 동일한 별 가운데서 발광량이 적고 크기도 작은 별을 왜성(矮星), 항성이 아니고 일시적으로 보이는 별을 객성(客星),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을 열성(列星), 작은 불씨가 퍼지면 넓은 들은 태운다는 뜻으로 작은 일이라도 처음에 그르치면 나중에 큰 일이 된다는 말을 성화요원(星火燎原), 별처럼 펼쳐져 있고 구름처럼 퍼져 있다는 뜻으로 사물이 여기저기 많이 흩어져 있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성라운포(星羅雲布), 별같이 벌여 있고 바둑돌처럼 늘어 놓였다는 뜻으로 물건이 여기저기 많이 흩어져 있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성라기포(星羅碁布), 하늘의 별같이 많이 늘어선 기이한 모양의 섬들을 이르는 말을 성라기도(星羅奇島), 아침 일찍 집을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옴을 이르는 말을 성행야귀(星行夜歸), 우물 속에서 별을 본다는 뜻으로 우물 안에서는 겨우 몇 개의 별밖에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이 사사로운 마음에 가리우면 견해가 한 편에 치우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정중시성(井中視星), 달이 밝으면 별빛은 희미해진다는 뜻으로 한 영웅이 나타나면 다른 군웅의 존재가 희미해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월명성희(月明星稀), 지붕이 헐어서 뚫린 구멍이 마치 북두칠성과 같다는 뜻으로 몹시 가난한 살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옥여칠성(屋如七星), 새벽 하늘에 별이 드문드문 있다는 뜻으로 벗들이 차차 적어지는 것을 이르는 말을 신성낙락(辰星落落), 수많은 별이 북극성을 향해 떼지어 따른다는 뜻으로 많은 문사들이 모여듦을 이르는 말을 군성옹북(群星擁北), 사물은 바뀌고 세월은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물환성이(物換星移) 등에 쓰인다.
▶️ 落(떨어질 락/낙)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洛(락)으로 이루어졌다. 풀(艹)잎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떨어지다를 뜻한다. 各(각)은 목적지에 도착하다, 안정되는 일, 음(音)을 나타내는 洛(락)은 시내가 아래 쪽으로 흘러가는 일, 초두머리(艹)部는 식물을 나타낸다. ❷형성문자로 落자는 ‘떨어지다’나 ‘떨어뜨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落자의 생성과정은 비교적 복잡하다. 落자의 갑골문을 보면 비를 뜻하는 雨(비 우)자와 ‘가다’라는 의미의 各(각각 각)자가 결합한 모습이었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각(떨어질 각)자가 본래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각자는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다’를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落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각자와 落자를 서로 혼용했지만 지금은 落자만 쓰이고 있다. 落자는 나뭇잎이나 비가 ‘떨어지다’를 표현한 것으로 각자에 艹(풀 초)자를 더해 의미를 확대한 글자이다. 그래서 落(락)은 풀이나 나무의 잎이 떨어지다, 떨어지다, 떨어뜨리는 일 등의 뜻으로 ①떨어지다 ②떨어뜨리다 ③이루다 ④준공하다 ⑤두르다 ⑥쓸쓸하다 ⑦죽다 ⑧낙엽(落葉) ⑨마을 ⑩빗방울 ⑪울타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떨어질 추(墜), 떨어질 타(墮), 떨어질 운(隕), 떨어질 령(零),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탈 승(乘), 들 입(入), 날 출(出), 더할 가(加), 미칠 급(及), 더할 증(增), 얻을 득(得), 회복할 복(復), 덜 손(損), 더할 첨(添), 오를 척(陟), 오를 등(登), 더할 익(益), 들일 납(納)이다. 용례로는 선거에서 떨어짐을 낙선(落選), 성적이 나빠서 상급 학교나 상급 학년에 진학 또는 진급을 못 하는 것을 낙제(落第), 떨어진 나뭇잎을 낙엽(落葉),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맥이 풀리는 것을 낙담(落膽), 세력이나 살림이 줄어들어 보잘것이 없음을 낙탁(落魄), 문화나 기술 또는 생활 등의 수준이 뒤떨어지는 것을 낙후(落後), 천거 또는 추천에 들지 못하고 떨어짐을 낙천(落薦), 경쟁 입찰 따위에서 입찰의 목적인 물품 매매나 공사 청부의 권리를 얻는 일을 낙찰(落札), 말에서 떨어짐을 낙마(落馬), 여럿이 줄을 지어 가는 무리에서 함께 가지 못하고 뒤로 처지는 것을 낙오(落伍), 과거에 떨어지는 것을 낙방(落榜), 높은 곳에서 떨어짐을 추락(墜落), 값이나 등급 따위가 떨어짐을 하락(下落), 죄를 범하여 불신의 생활에 빠짐을 타락(墮落), 기록에서 빠짐을 누락(漏落), 이리저리 굴러서 떨어짐을 전락(轉落), 당선과 낙선을 당락(當落), 성하던 것이 쇠하여 아주 형편없이 됨을 몰락(沒落), 빠져 버림을 탈락(脫落), 물가 따위가 갑자기 대폭 떨어짐을 폭락(暴落), 물가나 시세 등이 급히 떨어짐을 급락(急落), 지키는 곳을 쳐서 둘러 빼거나 빼앗김 또는 적의 성이나 요새 등을 공격하여 빼앗음을 함락(陷落),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가는 봄의 경치로 남녀 간 서로 그리워 하는 애틋한 정을 이르는 말을 낙화유수(落花流水), 가지가 아래로 축축 늘어진 키 큰 소나무를 낙락장송(落落長松), 함정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떨어 뜨린다는 뜻으로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기는 커녕 도리어 해롭게 함을 이르는 말을 낙정하석(落穽下石), 가을이 오면 낙엽이 펄펄 날리며 떨어짐을 낙엽표요(落葉飄颻), 몹시 놀라 얼이 빠지고 정신 없음을 낙담상혼(落膽喪魂), 끓는 물에 떨어진 방게가 허둥지둥한다는 뜻으로 몹시 당황함을 형용하는 말을 낙탕방해(落湯螃蟹), 낙화가 어지럽게 떨어지면서 흩어지는 모양을 낙영빈분(落英繽粉), 지는 달이 지붕을 비춘다는 뜻으로 벗이나 고인에 대한 생각이 간절함을 이르는 말을 낙월옥량(落月屋梁)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