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란게 존재한다면, 세상 그 누구도 운명을 읽을 수 없어야 하기에 운명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운명을 읽을 수 있다면 그 운명을 바꾸고, 그로인해 다른 운명을 뒤바꿀 수도 있기에, 운명은 존재하지 않는것
과 같습니다." by 엔트로피스트
===========================
이것이 제 주장의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보죠. 우리는 Random프로그램을 알고 있습니다. 즉, 무작위로 무언가를 추출하여 결과값을 내는 프
로그램인데, 말 그대로 무작위일까요? 무작위 프로그램에서 임의의 변수를 정하는 것은, 특정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됩니다. 간단한 예제를 들어서 알고리즘이 현재날짜 2009/4/13/13:56 에 의해 변수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이
라고 한다면, 현재 메모리의 2009번째 문자의 HEX 값에 413을 더하고 13+56을 뺀 숫자를 현재 재생목록의 수
로 나누어 반올림한 값을 선택하는 인터프리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값은 그야말로 무작위성을 가지
게 되지만, 진짜 무작위가 되려면 이 알고리즘을 아무도 몰라야 합니다. 누군가가 그 알고리즘을 알아내어서, 예측
프로그램을 만드는 순간, 더이상 그 프로그램은 랜덤 프로그램이 아니게 되는거죠. 즉, 운명이란 것도 아무도 모르
고 있어야 운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누군가가 운명을 예측하는 순간, 그것은 운명이 아니라 변환 가능한 하나의
데이터에 불과해집니다. 사주와 팔자를 운명을 읽는 한 공식/방식 이라는 전제 하에서, 운명의 존재에 대해서 써 보겠
습니다.
운명도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변화 가능한 운명이라면? 그걸 운명이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일단 존재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조잡한 예이긴 하지만, 누군가가 30세에 단명할 운명이었습니다만, 사주에서 단명할 팔자라
고 하여, 매사에 몸조심을 하여 그 순간을 넘겼다고 합시다. 그럼, 그 사람은 30세 이후에 없었던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
여놓는겁니다. 그와 접촉하는 모든 사람은 예정에 없던 인과관계를 생성하게 되고, 그 사람들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미지의 인과관계의 영향을 받아서 늘려가죠. 전염병이 퍼지는 것 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요.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
들은 자신의 사주에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그 사람이 차에 치여 죽을 운명이었다면, 그 사고를 일으켜 감옥에 갈 운명
이었던 가해자는, 그 운명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역시 미지의, 운명으로 정해지지 않은 인생이겠죠.
단 한명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퍼질까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은 다섯 다리나,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라고
합니다. 어느 다큐에서 실험한 바로는, 싸이월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모두 평균3.5촌으로 묶여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회시
스템 하에서, 운명은 보잘것 없고 무력하게 허물어져 버립니다. 모두가 자신의 운명이 아닌, 미지의 운명의 영향을 받게 되
니까요. 운명이 존재해도 모두가 그 운명을 벗어난 삶을 산다면.. 뭣하러 운명을 알 필요가 있을까요. 특히 사주는, 태어난
연도, 달, 날짜, 시각 이 네가지 기둥이라는, 초기조건만을 따지는 프로그램이니까요. 이 네가지 기준에서 정해지지 않은
다른 조건의 개입은, 그야말로 치명적입니다.
반대로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가치에서의 운명을 생각해 봅시다. 그런 운명이 있다면 인간은 그야말로 무력하기 짝이 없
는 존재가 됩니다. 자신이 내일 기차에 치여 죽을 운명이라고 합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점을 통해서든 어떻게든 알게 되었다고
합시다. 절대적인 운명때문에 그 사람은 내일 기차에 치여 죽어야 합니다. 기차 근처에 가지 않더라도 기차가 수십 킬로미터를
날아와서 그 사람을 치어 죽여야 합니다. 반대로, 90세 까지 장수할 팔자라면, 지금 당장 머리에 총을 쏴도 죽으면 안됩니다. 왜
냐하면 절대무적의 운명이 그렇게 정해놨으니까요. 따라서 운명이란게 존재하며, 사주팔자와 기타 점으로 그것을 읽어낼 수 있
다고 가정한다면, 사람들은 무력하게, 또는 약삭 빠르게 행동할 수 있겠죠.
만일 저에게 부자가 될 팔자를 타고났다고 누군가가 알려준다면, 저는 그날부터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도박에만
열중할 겁니다. 부자가 될테니 타짜를 만나던 누구를 만나던 전 돈을 따겠죠. 누군가가 저에게 넌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할 빈곤상이라고 해도 전 역시 공부를 포기할 겁니다. 해봐야 빈곤할거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것이 절대적인 운명이 가지는
힘입니다. 혹시 그런 절대적인 운명이 실존한다면, 이 세상 어떤 점쟁이도 그 운명을 읽어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열
심히 살아가고 있는거죠.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이죠. 따라서 점쟁이나 사주팔자에서 말
하는 운명은 믿을 가치가 없습니다.
운명을 어떻게 정의하든, 사주팔자와 점쟁이의 말은 무가치해 진다는 것이 바로 제 결론입니다. 사주와 팔자가 맞다고 칩시다.
참고로, 익게에 보니까 한국사람은 약 100가지의 케이스로 나뉜다는 글을 누군가가 달았던데, 네개의 큰 기둥, 4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4!(팩토리얼)=24가지. 거기에 더해 8자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8!=40,320 가지. 따라서 4주와 8자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약 100만가지에 달합니다. 그것을 100개로 축약했다면, 한가지의 사주에 만가지에 달하는 케이
스를 포함할 수 있다는 뜻도 되죠. 이처럼 원래부터 맞을 수 밖에 없는, 광범위한 내용을 특정 사항에 촛점을 두고 적용시키는것
이 과연 합리적일까요?
첫댓글 ㅎㅎ
사족과 같은 말을 굳이 붙인다면 ~~ 사주팔자와 점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주팔자는 하늘로 날아간 물체가 땅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인과론적인 이야기이고 점이라는 것은 시공간 차원을 넘어서 다른 차원의 정보를 가져오는 것인데 그 비슷한 예는 물리학의 유령의 원격현상이라고 할지~~
사주 팔자는 그 땅으로 잡아끄는 중력을 '운명'으로 보았을 뿐, 점이랑 다른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것이나 예측을 한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으니까요. 그건 '운명'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다는 뜻과도 동일하죠.
?????
예측할 때 어느정도 어떤 변수를 정확하게 예측을 하는 모델인가가 중요하지요~ 운동량? 위치? 아니면 둘다??
운동량과 위치만으로 결정지을수 없다는게 제 주장이죠^^; 공을 던졌을 때 떨어진다는 것은, 사람은 죽는다와 같은 대전제와 같죠. 사주는 어디로 떨어질 지를 예측하는 학문이죠. 그 안에서 본다면, 공이 떨어질 위치는 공이 던져진 방향과 가속도, 중력가속도, 공의 크기와 표면, 풍향, 마찰력 등 수 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단순히 공이 떨어질 때의 몇초간이라면 방향과 가속도만 알아도 대충 집어낼 수 있지만, 사람처럼 평생 수만명을 만나고, 수천권의 책을 읽고 수없이 많은 대
화와 교육을 받으며 그 모든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4가지 기준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불가능 하다는 거죠.
사주는 특정한 경향의 트렌드를 보는 학문이지요, 그 이상의 애큐러시를 기대한다면 문제가 잇을것이며 사람의 행동에서 자기가 삶에서 일정한 인과가 존재하지않아도 ㅎㅎ 문제이지요
기상청에서 날씨를 예측하는데만도 엄청난 변수가 존재하죠. 0.001%의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서 수천만원을 들여 연구를 해야하죠. 사주는 높은 정확도를 제공해야 합니다만, 말씀처럼 높은 정확도를 주지 못한다면 굳이 사주에 기댈 필요가 없죠. 운동에 뛰어난 자질을 갖춘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는, 운동선수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은 굳이 사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요.
미셀위가 향후 이름을 떨치지 못할 것임을 사주를 본이들은 안다 ㅎㅎ 이것을 아는 것만도 사주를 본 충분한 가치거 잇을것 같은데~~~
언젠가 가수 비의 이름이 잊혀질 것임을, 사주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할까요^^ 저는 이 글에서 처음 쓴 대전제 때문에 아무래도 사주를 믿을수가 없습니다. 운명이란걸 읽을 수 있다면 그게 운명인걸까요. 아니면 읽어내도 운명엔 변함이 없는걸까요.
ㅎㅎ 좋은 토론이었습니다.~~ Thanks again~~ 빠이
대단들 하시네요^^;;;
하나만 더 제가 붙혀보자면 운명이란 인간의 힘으로 바꿀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운명을 점치는 것이 사주나 주역 아스트롤로지...등등 이고 엔트로피스트님께서 말씀하시는건 숙명이라고해서 알아낼 수 도없으며 바꿀 수 도 없다고 합니다..한마디로 없는것과도 같고 매 순간 자신이 만들어 낸다고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습 이라하기도하고요...그리고 두 님들의 말씀이 다 가슴에 와닿고 참 재미있었습니다...고맙습니다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운명에 대한 쉬운 비유를 굳이 든다면 (적합할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넘어졌다면 넘어졌다가 열심히 일어나서 흙을 털고 다시 길을 가는 것이 바로 우리 한평생의 할일 같은 운명이지요. 이번생에서는 넘어질 운명인데 넘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달려보겟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