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일부 오늘 탈당… 이낙연 등 ‘제3지대 빅텐트’ 띄우기
조응천 “李대표 답 없으면 탈당”
독자신당후 ‘3지대 연합’ 가능성
윤영찬은 아직 탈당여부 확정못해
이낙연 이준석 양향자 금태섭… 처음으로 한자리 모여 “긴밀 협조”
한자리에 모인 이낙연-이준석-양향자-금태섭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이 종이 피켓을 들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양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송은석 기자
“당에 끝까지 결단을 요구했는데 답을 못 들었으니까 방법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조응천 의원은 9일 SBS 라디오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럼 탈당인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조 의원은 “그동안 저희가 간절하게 요구한 것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은 적이 없다. 소위 말하면 ‘묵살 정치’”라며 “(이재명 대표가 오늘) 하루 동안 저희의 요구에 답변해주지 않으면 내일(10일) 소통관(국회 기자회견장)에 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10일 사실상의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한 것.
다만 원칙과 상식 소속 4명 가운데 윤영찬 의원은 탈당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9일 저녁 이낙연 전 대표와 따로 만나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도 9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협력을 강조하는 등 3지대 빅텐트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의원을 비롯해 김종민 윤영찬 이원욱 의원은 애초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여부 등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의 피습 사건으로 한 차례 연기했다. 당내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로 예고한 공식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원칙과 상식도 탈당을 발표할 경우 제3지대 빅텐트 움직임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을 90여 일 앞두고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움직이면 무게감이 또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탈당 후 일단 이낙연 신당에 바로 합류할 가능성보다는 독자 신당을 꾸린 뒤 추후 제3지대 연합 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기호) 3번, 4번, 5번, 6번은 별 시너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제3지대 세력이 연합해) 빅텐트가 만들어져야 국민이 마음 편하게 기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명계 관계자는 “정의당 출신 박원석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당신과 함께’ 등과도 논의를 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박 전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전·현직 당직자들은 9일 “3지대 대안정당 노선으로의 전환을 촉구한다”며 정의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 양 대표, 금 공동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각자 진영 간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 사람과의 연대 가능성과 관련해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개혁신당’(가칭)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대표도 축사에서 “우리가 가진 과학기술이나 미래에 대한 동질성만으로도 이미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동지의 자격을 넘어섰다고 확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서도 “다른 세력과는 한강 정도의 차이가 있다면 한국의희망과는 청계천 정도의 차이”라며 “한국의희망이 과학기술인 인재 영입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문제 의식에 공감하고 그것의 방법론에는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 대표도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앞으로 여러 여정에서 함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 금 공동대표에 대해서도 “함께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금 공동대표는 “(제3지대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판기념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각자 나뉘어 있어선 지금 우리가 비판하는 진영 논리나 편 가르기와 다르지 않아서 합쳐야 된다”며 “우리가 묶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명진 기자, 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