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카다시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범죄 스릴러 '괴물, 메넨데즈 형제 이야기'(9부작)의 실제 모델로 샌디에이고 카운티 리처드 도노번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라일(니콜라스 차베즈)과 에릭(쿠퍼 코치) 메넨데즈 형제를 면회했다고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카다시안은 형제의 범행 장소인 베벌리 힐스의 저택 맞은 편 집에 살았으며 같은 학교에 다녔으며 형제의 사건 내용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혀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인플루언서에서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유명인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카다시안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여동생 클로에 카다시안, 어머니 크리스 제너, 영화 제작자 스콧 부드닉, 시리즈에서 에릭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얻은 쿠퍼 코치와 함께 형제를 비롯한 다른 재소자들을 만났다고 TMZ 닷컴이 다음날 전했다.
오랫 동안 형사 사법체계의 개혁을 외쳐 온 카다시안은 이들 재소자들과 교도소 개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그린스페이스 프로젝트를 주창했는데 교도소 뒷마당을 아름답게 꾸밈으로써 재활 의지를 북돋자는 것인데 메데넨스 형제 모두 관여하고 있다.
두 사람은 1989년 부모인 호제이(하비에르 바르뎀)와 키티(클로에 세비니)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3월 체포됐다. 1996년 1급 살인과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복역하고 있다. 올해 새로운 증거가 연거푸 나와 풀려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옥중의 에릭과 2018년 결혼한 태미는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성명을 통해 라이언 머피 사단이 새로 선보인 범죄 앤솔로지의 두 번째 작품인 이 시리즈가 "정직하지 못하고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모략"이라고 규탄했다. 아래는 에릭이 했다는 말을 태미가 옮긴 것이다.
“난 라일에 대한 거짓말과 파멸적인 인물 묘사를 넘어서 쇼에서 만연한 끔찍하고 뻔뻔스러운 거짓말에 뿌리를 두고 라일의 캐리커처를 만들어냈다고 믿었다. 난 그들이 목적을 갖고 그렇게 했다고 믿을 수 밖에 없다. 무거운 마음으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쁜 의도 없이 이렇게 하기가 어려운 만큼 라이언 머피가 우리 삶의 팩트들에 대해 멍청하고 부정확한 일을 할 수 없었다고 믿는다.
우리 범죄를 둘러싼 비극들을 넷플릭스가 정직하지 못하게 묘사함으로써 고통스러운 진실을 여러 걸음 뒤로, 남성들은 성적으로 학대받지 않으며 남성들은 강간의 트라우마를 여성과 다르게 경험한다는 신념 체계를 구축하는 검찰의 서사가 통하던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을 알게 돼 슬프다. 이런 끔직한 거짓말들은 개인적 수치를 이겨내고 용감히 목소리를 내온 지난 20여년의 셀 수 없이 용감한 피해자들에 의해 논쟁에 붙여지고 폭로됐다. 해서 지금 머피는 라일과 나를 사악하고 황당한 캐릭터로 묘사하고 의기소침하게 하는 모략으로 꾸미는 끔찍한 서사를 만들어냈다.
진실로는 충분치 않은가? 진실이 진실로서 서 있게 하자. 한 사람의 힘으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빛을 비친 수십년의 진보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일은 얼마나 힘빠지는 일인가. 폭력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해결책일 수 없다. 늘 비극적이다.
그렇기에 난 비극이 관련된 모든 이를 관통할 때까지 아이에 대한 폭력은 휘황함과 화려함 뒤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거의 노출되지 않는 백가지 끔찍하고 조용한 범죄 현장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절대 잊지 않길 바란다. 연락을 취해 오고 날 지지해준 모두에게 가슴 저밑에서부터 감사를.”
인디펜던트는 머피의 대변인에게 에릭의 성명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하기 위해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역시나 에릭의 반응은 시리즈를 제대로 관람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금 적지 않은 관객들은 머피 사단이 과다하게 형제의 처지를 동정하고 변호하려고 참혹하게 살해된 부모가 "천벌 받을 짓을 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돌리려 하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릭은 시리즈가 구체적으로 자신들을 어떻게 제대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고 있지 못하다.
다만 놀라운 점은 있다. 2018년 이후 이들의 간절한 소원이 받아들여져 위 교도소에서 지내는 형제가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한 죗값을 27년째 치르는 중에도 둘 다 결혼도 하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입장을 표명한다는 사실이다.
4화 '죽거나 죽이거나'는 에릭의 진술을 통해 처음에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얘기했던 아버지를 살해한 이유를 어린 시절부터 죽 이어진 강압적 훈육과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폭로하며 살인의 이유로 호도하게 된 과정에 레슬리 변호사의 역할이 주목된다. 에릭의 변호만 맡겠다면서 에릭에게 들은 얘기를 라일에게 확인받고 진술을 일치되게 조율하는 레슬리를 보면 악마를 키우는 것이 변호사 역할이라는 자괴감이 든다.
5화 '상처 입은 남자'는 가장 인상 깊었고 강렬했던 회차였다. 9부작의 딱 중간인데 쏙 요것만 시청해도 좋겠다 싶을 만큼 강렬했다. 에릭이 먼저 자리한 면회실에 레슬리(아리 그레이너) 변호사가 입장했다가 헤어질 때까지 33분을 통째로 면회실 샷으로 끝낸다. 카메라는 점점 좁혀 들어가 선병질적이고 예민한 에릭의 눈길과 눈자위로 끝난다. 어린 시절부터 참극 직전까지 줄곧 당했던 성적 학대를 털어놓는데 결코 감정이입하면 안되는데 관객은 어느새 에릭이라는 불쌍한 인간에게 일말의 동정을 느끼다가, '아니 이러면 안되지, 정신줄 놓으면 안돼' 하며 자세를 새롭게 하게 된다. 그의 고백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계속 저울질하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33분의 시간이 상당히 진땀 나면서도 흥미롭다. 다시 말하지만 이 33분만 제대로 관람해도 시리즈 전체를 맛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6화 '아직 끝난 게 아니야'는 호제이와 키티의 결혼 계기부터 피살 직전까지를 부부의 심리 상담을 통해 들여다본다. 7화 '결전의 날'은 첫 번째 재판 초반을 버라이어티 탐사 기자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이 편을 보면 형제에 대한 관심을 쏟는 모두가 괴물이란 인상을 갖게 된다. 뒤에 평론가들의 반응이 나오는데 '기괴하다'는 리뷰가 나오는데 이 편이 그런 느낌을 가장 강렬하게 안긴다.
8화 '지각 변동'은 형제를 체포하게 이끈 주덜린이 법정에서 증언해 첫 재판을 파행으로 몰고 간 과정을 그린다. 남자 배심원들은 일제히 유죄, 여자 배심원들은 일제히 무죄를 주장해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해 결국 첫 재판은 무효가 되는데 이렇게 남녀 배심원 판단이 갈린 이유를 찾아본다.
9화 '행맨'은 법정에서 서로 낙서하며 딴청을 부리는 레슬리 변호사와 에릭을 보며 두 번째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기까지 과정이 그려진다. 에릭의 옆방에 OJ 심슨이 머무르게 되면서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돼 안타까워하는 모습, 라일이 책을 쓰고 영화를 만들면 자신들의 역할을 어떤 배우가 맡을지 자신들이 정하자고 얘기하는 모습, 희대의 살인마 괴물 제프리 다머에게 형제들이 느끼는 열등 의식 등이 흥미로웠다.
두 평론가의 리뷰를 보자. 역시나 길다는 불평이 공통으로 나온다.
버라이어티의 아라미드 티누부 "너무 길고 지친다. 시즌 전반은 훌륭하고 다섯 번째 에피소드 '상처받은 남자'는 아주 좋지만 그 이후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내러티브가 헛되고 기괴하다."
할리우드 리포터의 다니엘 파인버그 "부당하게 길다. 5화의 각본과 쿠퍼 코치의 연기는 훌륭하다. 하비에르 바르뎀은 끔찍하리 만큼 훌륭했는데 엄청나게 거대한 몸으로 울부짖는 가부장을 소름끼치게 묘사한 악당이자 희생자가 되기에 충분히 미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