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70) - 아프간의 피란행렬을 지켜보는 소회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어제부터 전국에 큰비가 내리고 있다. 아직 별다른 피해 없다니 다행.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처서(8월 23일)를 맞아 여러 곳에서 보내온 메시지, ‘벌써 가을이 오네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모두들 그러하시라.
태풍 스쳐간 집 앞의 풍경
76주년 광복절 지나며 멀리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였다는 뉴스가 전해지더니 내내 걱정스럽고 불안한 정황이 이어진다. 어느 신문 칼럼의 제목, ‘아프가니스탄의 타산지석’을 착잡한 심정으로 되새기며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긴다. 아프간의 필사적인 탈출 장면은 6‧25 전쟁 때 우리의 흥남 탈출 모습과 겹치고 아프간 대통령이 국외로 비밀리에 도망간 것은 6‧25 직후 서울을 몰래 빠져 나간 이승만 대통령의 행적과 비교되기도.
이처럼 역사는 반복된다. 2021년의 아프가니스탄은 1975년 베트남의 판박이다. 20년간 수많은 생명과 재정을 쏟아 붓은 미국이 발을 빼자마자 맥없이 수도 카불이 함락되는 과정이나 사생결단의 탈출극이 벌어지는 풍경이 1975년의 사이공 상황과 닮았다. 붕괴과정이 판박이라고 앞으로의 상황도 베트남을 따라갈까. 이를 예측할 수 없음이 세상사의 불가사의다.
2012년 여름, 실크로드 하이웨이 여정을 따라 파키스탄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지역으로 가는 길에 탈레반의 위험을 체감하였다. 그때의 기록,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이슬라마바드에서 파키스탄의 최북단까지 이어지는 800여km의 산간도로다. 전용버스로 여러 시간 달려 오후부터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이 점점 깊어지자 무장군인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서 검문을 한다. 가이드는 탈레반이 출몰하는 지역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갈 길을 재촉한다. 경찰관 한 명이 버스에 동승하고 경찰차 한 대가 버스 뒤에 따른다. 약간 불안한 기분이지만 트럭이 줄을 잇고 다른 버스도 운행 중이어서 마음을 추스린다.’
그때 파키스탄의 서쪽은 탈레반의 본거지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인데 그곳에 탈레반이 출몰한다는 것이 석연찮게 느껴졌다. 지금에야 풀린 의문,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파키스탄 탈레반의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어제 한 신문의 칼럼에서 일깼다. 그 내용, ‘탈레반(Taliban)은 학생들이란 뜻이다. 파키스탄 탈레반과 아프간 탈레반 양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아프간 탈레반의 분파조직인데 2007년부터 독자적으로 활동하며 과격 이슬람 단체인 알카에다에 충성한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중국인 테러로 악명이 높다. 탈레반은 이슬람 급진주의를 확산시키는 게 존재 이유다. 그런 탈레반이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 지역 무슬림 탄압에 침묵만 하고 있을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중국이 소련과 미국에 이어 ‘제국의 무덤’이라 불리는 아프간 수렁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은 아프간이 ‘테러리즘, 분리주의, 종교적 극단주의’ 등 3대 악의 온상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중앙일보 2021. 8. 23 유상철의 ’중국도 아프간 수렁에 빠지나‘에서)
근대에 들어 영국 ‧ 소련‧ 미국이 차례로 발을 들여놓았다가 패퇴한 아프가니스탄의 향방은 아무도 예측불허, 우리나라도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와 향후 전개될 탈레반 집권의 아프간 정세가 강 건너 불 구경이 아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토네이도를 일으키듯, 아프간 사태는 어떤 태풍을 몰고 올까. 대권경쟁에 여념 없는 정치권은 이런 복잡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능력과 계책을 갖추었을까. 태풍 스쳐 지나는 날, 멀리서 전개되는 필사의 피란행렬을 지켜보며 새기는 민초의 소회다. '너는 사망으로 끌려가는 자를 건져주며 살륙을 당하게 된 자를 구원하지 아니치 말라'(잠언 24장 11절)
아프간 카불의 미공군 수송기를 타려고 몰려든 피란행렬
* 오늘저녁에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의 막이 오른다. 한국에서는 14개 종목에 선수 86명 등 총 159명이 참가한다. 선전을 기대하며 여름 올림픽에 이어 열리는 패럴림픽 상식 몇 가지를 문답으로 살펴본다.(동아일보 2021. 8. 21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24일 도쿄패럴림픽 개막 13일간 열전"에서 발췌)
Q. 장애인 올림픽을 왜 패럴림픽이라고 부르나.
A. 비장애인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뜻이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공식 설명에 따르면 패럴림픽은 ‘옆의’ ‘대등한’이라는 뜻인 그리스어 접두사 파라(para)와 올림픽을 합친 표현이다.
Q.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은 총 339개였다. 패럴림픽 금메달은 몇 개인가.
A. 539개다. 원래 패럴림픽이 비장애인 올림픽보다 금메달 개수가 더 많다. 종목 개수(22개)는 비장애인 올림픽(33개)보다 적지만 패럴림픽은 장애 부위와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메달 개수가 늘어난다.
Q. 특정 종목에 강한 나라는 패럴림픽에서도 그런가.
A. 중국은 패럴림픽 탁구에서 금메달을 가장 많이(62개) 딴 나라이고, 미국은 휠체어 농구 금메달 최다(12개) 획득 국가다. 브라질은 5인제 축구에서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한국은 보치아가 처음 정식 종목이 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이 종목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Q. 한국은 언제부터 패럴림픽에 나갔나.
A. 한국은 1968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제3회 대회부터 참가했다. 당시에는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지만 1972년 하이델베르크 대회 때는 금 4개, 은 2개, 동 1개로 종합 16위를 차지했다.
Q. 패럴림픽 메달을 딴 선수도 연금 혜택을 받나.
A. 패럴림픽 메달리스트 역시 올림픽과 똑같이 경기력향상연구연금 포인트(금 90점, 은 70점, 동 40점)를 받는다. 금메달리스트는 월 100만 원, 은메달리스트는 월 75만 원, 동메달리스트는 월 52만5000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챔피언을 노리는 배드민턴 휠체어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김정준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