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회 응씨배 국내선발전 1회전, 한국기원 본선대국실 전경 |
한국랭킹 10위권내의 강자들이 총출동했다. 순간적으론 세계대회 본선 같은 느낌이 드는 17일 오전의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이다.
2월 17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제7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한국 선발전 1회전이 열렸다. 총 네판이 열린 이날 대국에서 원성진, 박영훈, 강동윤, 김지석이 윤준상, 조한승, 허영호, 이영구를 각각 이겨 2회전에 진출했다.
7회 응씨배에 출전하는 한국선수는 총 6명, 이중 4명이 이미 시드로 확정되어 있다. 제6회 대회의 우승자 준우승자인 최철한 9단과 이창호 9단이 대회시드이며, 한국랭킹 1위와 2위인 이세돌 9단과 박정확 9단이 랭킹 시드로 2장을 나눠 가졌다. 나머지는 이들을 제외한 2장인데 4배수인 8명을 한국랭킹순으로 가려, 이들 8명이 단판 토너먼트로 2장의 주인공을 가린다.
한편 응씨룰의 시간제를 규정으로 정해 진행한 이번 선발전에서 김지석이 짜릿한 반집승을 거뒀다. 3시간 30분을 초과해 전체 4시간을 사용한 이영구가 벌점 2집을 당해, 계가 그대로라면 1.5집을 진 김지석이 반대로 반집(0.5)을 이긴 것. 김지석은 3시간만을 사용했고, 대국자 모두 총7시간을 사용한 이날 대국은 1회전에서 가장 늦게 끝난 판이었다.
2회전은 원성진-박영훈, 강동윤-김지석의 대결이다. 응씨배 본선 티켓이 확정되는 선발전 2라운드는 3월 7일 한국기원서 열린다. 사이버오로에서 인터넷 중계할 예정.
한편 이번 응씨배 국내 선발전은 응씨룰중 '시간제'만을 받아들여 진행했다. 응씨배는 여러가지 독특한 룰로도 유명한데, 3시간 30분의 제한시간을 초과하면 시간패가 아니라 벌점을 준다. - 돌가리기후 흑백 선택권을 주는 것, 5집반이 프로바둑의 대세였을 때, 과감히 8점(7집반)의 덤을 택한 기전이기도 하다.
▲ 조한승 9단(왼쪽), 중국 갑조리그 랴오닝 팀으로부터 받은 특별보너스를 모두 기부했다. '바둑올림픽'이라는 애칭을 가진 응씨배는 유일하게 기업 명칭이나 브랜드가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 치러지는 대회다. 우리에게는 응씨(應氏)배로 아주 잘 알려진 잉창치(應昌期)배 세계 바둑선수권대회가 바로 그 것인데, 대회 창시자인 故 잉창치(應昌期)선생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응씨배는 대회 이름 그대로 다른 세계대회에 비해 '잉창치 개인'의 취향이 짙게 배여 있는 대회다. 다른 대회들이 국가별 바둑협회(한국,중국,일본기원등)의 영향아래 기업의 이름을 따서 대회가 진행되는데 반해, 응씨배는 대만재벌인 응창치 선생이 별도의 기금을 조성해 대회 운영자금(4년에 1번)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응씨룰'로 불리는 아주 독특한 계가 및 대국 진행 규칙을 선보여 대회에 참가한 세계 정상급 기사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것.
중국룰은 반상의 돌을 세는 계가이다. 응씨배는 중국룰의 통상적인 계가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특징은 계점제(計點制, 돌을 센다는 의미)와 전만법(塡滿法, 모두 메꾼다는 의미)이다.
잉창치의 세계대회 창설은 중국에 대한 그의 애정과 바둑매니아로서 그의 작품인 '응씨룰'에 대한 개인적인 믿음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보는 것이 바둑계의 정설이다. 잉창치씨는 자신이 직접 관여해 만든 응씨룰이 바둑에 있어 가장 합리적인 규정이라는 자부심에 꽉차 있었고, 중국 기사들이 자신이 만든 대회에서 우승하기를 진정 원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응창치의 소망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의 바둑룰은 응씨배를 넘어선 보편적인 규정으로 자리잡지는 못했고, 4회까지의 대회동안 중국기사가 우승을 차지하지도 못했다. (4기까지 한국 우승) 잉창치 선생은 98년 8월 27일 지병으로 숨졌다.
5회 대회선 중국인의 염원이 풀렸다. 중국의 창하오 9단이 최철한 9단을 이겨 우승한 것. 최철한은 4년뒤 6회 대회에 출전해 기어이 우승했다.
한국은 이 대회서 제1회 조훈현 9단, 제2회 서봉수 9단, 제3회 유창혁 9단, 제4회 이창호 9단이 연이어 우승했었다. 특히 1988년 제1회 대회에서 한국기원 본선시드 1장만을 받아 출전한 조훈현 9단이 우승함으로써, 한국은 바둑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당시는 한국이 세계의 인정을 받을만한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 한국정부는 조훈현 9단이 김포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카퍼레이드 행사로 대대적인 환영을 펼쳤다.
우승상금은 미화 40만달러.
▲ 김지석 7단, 월요일에 중국으로 출국한다. 농심신라면배 3연승을 달리고 있으며 최종3라운드에서 중국의 씨에허, 혹은 구리를 만난다.
▲ 박영훈 9단, "철한이도 먹은 응씨배, 나도 맛좀보자"
▲ 원성진 9단, "철한이도 먹은 응씨배, 나도 맛좀보자 2"
▲ 강동윤 9단(오른쪽)과 김지석 7단(왼쪽)이 대국시작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원성진 9단도 곧이어 도착
▲ 김지석 7단과 이영구 9단의 대국
▲ 강동윤 9단(왼쪽)과 허영호 9단(오른쪽)
○● 바로잡습니다 김지석-이영구 대국은 김지석의 반집승임을 알립니다. 이번 응씨배 선발전에 (재)한국기원은 응씨룰 시간제 벌점규정을 넣었고 (덤은 똑같이 6.5로 진행), 이영구 9단이 3시간 30분을 초과해 2집 벌점을 안게되어 반집차로 패했습니다. 다만 이 규정에 익숙지 않은 기록자가 대국자들의 최종계가를 보고 이영구 9단의 1.5집 승리로 기록했고, 대국자들은 누가 이긴지 서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국후 한국기원을 나갔습니다. 또 대국이 17일 저녁 늦게까지 진행되어 한국기원에서도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8일 오후 들어서 이 사실이 알려져 뉴스를 바로잡습니다. 이에 너른 양해부탁드리며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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