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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신이치는 눈살을 찌푸리며 눈앞의 남자를 훑어보았다. 어디부터가 목인지 모를 정도의 이중 턱, 비듬투성이에 부스스한 머리, 도라에몽을 연상시키는 굵은 손가락. 마치 봉제 인형처럼 생긴 남자였다.
“사인 받아다 주면 주사 열 대, 서비스로 놔줄 수 있는데.”
“그게… 이치로는 미국에 있어서 우리도 만날 수 없는데요.”
“뭐야. 그럼 다카노하나라도 괜찮아.”
“스모선수는 몰라요.”
“그건 그렇군. 하하하하.” 이라부는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의사의 무람없는 농담에 신이치는 당황했다. 정신과 의사는 우선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가는 걸까.
일단 환자용 의자에 걸터앉았다.
“근데, 어떻게 왔지?” 이라부가 무리하게 짧은 다리를 꼬고 말했다.
“저어, 선생님, 그 전에….” 신이치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프로야구는 잘 아십니까?”
“아니, 아는 건 이치로와 마쓰이 정도.”
신이치는 안심했다. 인기 장사인 만큼 외부로 새어나가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 비밀유지는 당연하다 쳐도 흥미 위주로 접근하는 것도 싫었다.
“그렇다면 저도 모르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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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몰라. 본적이 없어.”
그 정도까지 천연덕스럽게 말하자 신이치는 화가 났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최근에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송구할 때 컨트롤이 잘 안 된다, 과거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개막전이 다가오니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후쿠하라에게는 말하지 않은 것까지 다 털어놓았다. 3루 포지션에 서있기만 해도 불안하고 숨이 막히는 것이다.
“전형적인 입스구만.” 이라부가 기쁜 듯이 말했다. “골프 퍼팅 입스라는 게 유명한데, 원래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않는 걸 가리키는 용어였지. 어떤 직업에든 있는 거야.”
입스라는 단어라면 들어본 적이 있다. 프로야구 해설가인 에가와 스구루가 퍼팅이 전혀 안 돼서 골프를 그만두었다는 건 야구계에서는 다 알고 있다.
“그러니까 몸이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그와 반대되는 동작을 해버리는 거야.”
이라부가 바다사자처럼 목을 빼더니 북북 긁어댔다. 콧구멍은 오백 원짜리 동전이 들어갈 정도로 크다.
“하지만 그건 이유가 확실한 거죠,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요. 제 경우는 비디오 체크를 해도 폼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서….”
“그럼 입스 얘기는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