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초산장 이야기 1343회 ) 뽕잎+율무+도토리+완두콩+강황+약초밥
2024년 9월 20일 금요일 비
산장으로 들어오기 전에 부전시장에 들러
만 원에 회를 두 팩 주고 샀다.
내가 매주 가는 단골 가게인데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최저 가격이지 싶다.
한여름에도 계속 사 먹었는데 싱싱한 회라
탈이 난 적은 없다.
나는 회를 먹을 때 옴팍한 그릇에 담고
식초와 발효액을 두 세 숟가락 뿌린 뒤에 먹는다.
그러면 살균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산장에 도착하고 나서 한참 있다가
비가 오기 시작했다.
참 오랜만에 비가 내리는 것을 본다.
부산에는 비가 온 지 두 달이 넘은 것 같다.
오늘은 배추에 물을 주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비가 오기 때문에
파라솔을 쳐놓고
아궁이에서 약초물을 끓였다.
들어간 약초는 여러 가지다.
뽕잎, 느릅나무, 예덕나무, 으름덩굴, 풍년화, 인진쑥,
산사자열매, 작약, 질경이, 감초, 큰땅빈대, 등이다.
이 재료들을 솥에 넣고 푹 끓이면
약초물이 패트병으로 5-6병 정도 나온다.
2병은 산장에서 쓰고
4병은 일주일동안 마시기 위해 아파트로 가져간다.
이 약초물을 음료수로도 마시고
밥할 때도 넣는다.
내가 밥을 할 때는 시간이 좀 걸린다.
쌀과 율무를 씻어 안친 뒤에
강낭콩, 완두콩에다 도토리를 넣고,
강황가루, 아로니아 가루, 뽕잎가루를 넣은 뒤에
마지막으로 약초물을 붓는다.
남들이 보기에는 번거로운 것 같지만
밥이 보약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성을 들인다.
이런 밥을 먹어왔기 때문에
아직 돋보기도 쓰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오늘 반찬은
상추가 많지 않아 고춧잎을 무치고 브로콜리를 쪘다.
회는 다시마와 해초나물로 싸 먹었다.
국은 잘 안 먹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글나라 동화교실 수요일 오전반은 추석 연휴로 쉬었고
목요일 저녁반은 정상적으로 수업을 했다.
수업 시간에 연휴 때 영화 본 이야기를 했다.
<배태랑2>를 보았는데 돈이 아까웠다고.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데다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죽이려고 해서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공연히 시간만 낭비했다.
왜 한국 영화는 감동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지 못할까?
19일 목요일에는
대연동 들꽃이야기 도서관에 그림책 수업을 하러 갔다.
글동 회원들이 한소향 씨 빼고는 다 나왔다.
소향 씨는 사돈과 모임을 갖느라 못 왔다.
김숙 씨가 <그래봤자 개구리>와 <돌아가지 않고>를 읽어주었다.
해설을 듣고 보니 이해가 더 잘 되었다.
그림책 전문가답게 늘 좋은 책을 소개해줘서 감사하다.
나는 그날 제일 먼저 가서 많은 그림책을 읽었는데
<레몬 아이>가 마음에 들었다.
신장이 안 좋은 사람은 레몬차를 마시면 좋다는데
레몬을 의인화해서 참 귀여웠다.
다른 레몬들은 노랗게 익어서 떨어질 준비를 하는데
한 레몬만 초록색으로 남아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틴다.
모두 떨어지고 난 뒤에도 끝까지 매달려 있을 때
원숭이, 올빼미, 고슴도치가 차례로 와서
그렇게 고집부리지 말고 순순히 뛰어내리라고 권한다.
마침내 초록 레몬 아이는 용기를 내어 땅으로 떨어진다.
그걸 아이가 주워서 기뻐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레몬처럼 사람도 주위에서 충고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독불장군은 고독하고 외롭다.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몇사람은 있어야 한다.
난 주위에 좋은 제자가 많아 고민거리가 있으면
언제라도 상담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답답한 일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글동 수업을 마치고 점심은 해운대로 이동하여
총무인 이유경 씨 동생이 운영하는 <두루찌개> 집으로 가서 먹었다.
돼지고기 찌개가 아주 맛이 있었다.
식당을 나오면서
유경 씨 동생 식당이 나날이 번창하기를 빌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부근에 있는 찻집에 가서 레몬레이드를 마시는데
지나가던 최미혜 씨를 우연히 만나
그동안의 안부를 들었다.
히야, 생각지도 않았는데 만나다니!
미혜 씨는 내가 아끼는 제자인데 췌장암 판정을 받아 투병 중이다.
생각보다 얼굴이 좋아보였다.
미혜 씨, 빨리 회복되어 좋은 곳에 함께 여행 가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도록 합시다!
9월 2일에 노포동 오시게 장에서 사온
금시초 두 포기가 자리를 잡아 잘 크고 있다.
아직 성장중이라 지켜보고만 있는데
더 크면 잎을 뜯어 샐러드로 먹을 생각이다. (*)
첫댓글 약초물이 보배네요
오늘 여기도 비가 쏟아졌어요
비 피해는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