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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지(水湖誌) - 131
수호지 제55회-1
고태위가 호연작에게 물었다.“장군은 누구를 선봉으로 삼으려 하시오?”
호연작이 아뢰었다.“제가 천거하려는 사람은 진주의 단련사인 한도(韓滔)입니다.
그는 원래 동경 사람으로, 일찍이 무과에 급제했고 대추나무로 자루를 만든
조목삭(棗木槊)이란 창을 잘 쓰는데, 사람들은 그를 백전백승의 장군이라는 뜻으로
‘백승장(百勝將)’이라 부릅니다.이 사람이 선봉이 될 만합니다.
또 한 사람은 영주의 단련사인 팽기(彭玘)입니다.그 역시 동경 사람인데, 대대로
장수를 배출한 가문 출신으로 한 자루의 끝이 세 갈래이고양쪽으로 날이 있는
삼첨양인도(三尖兩刃刀)를 잘 쓰고 무예가 출중합니다.하늘에 눈이 달린 것처럼
적진을 잘 살핀다고 하여 사람들이 그를 ‘천목장(天目將)이라 부릅니다.
이 사람이 부선봉이 될 만합니다.”고태위가 듣고서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한도와 팽기, 두 장수를 선봉으로 삼는다면, 어찌 미친 도적 따위를 근심하겠는가?”
고태위는 전수부에서 공문 두 장을 발송하여 추밀원에서 밤새워 사람을
진주와 영주로 보내 한도와 팽기를 동경으로 소환하게 하였다.열흘이 지나지 않아
두 장수가 경성에 당도하여 전수부로 와서 고태위와 호연작에게 인사하였다.
다음 날 고태위는 세 사람을 데리고 훈련장으로 가서 그들의 무예 시범을 참관하였다.
그리고 전수부로 돌아와 추밀원 관원들과 함께 군사 기밀을 의논했다.고태위가 물었다.
“세 군데 군마는 숫자가 얼마나 되는가?”호연작이 대답했다.
“세 군데 군마는 5천이고, 보군은 1만 정도 됩니다.”
“세 사람은 각자 자기 주로 돌아가 정예병으로 마군 3천과 보군 5천을 선발하여 날짜를
정하고 양산박을 토벌하러 가시오.”“이 세 군데 군병은 모두 훈련이 잘 되어 있어
사람은 강하고 말은 건장하니 태위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갑옷이 아직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아 날짜를 지키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태위께서는
기한을 늦춰 주시기 바랍니다.”“그렇다면, 그대들은 동경 무기고에서 수량에
구애받지 말고 임의대로 갑옷과 투구, 무기 등을 수령하여 가시오. 군마를 잘 정돈해야
적을 무찌를 수 있는 것이니 출전하는 날 내가 관리를 보내 점검하도록 하겠소.”
호연작은 명을 받고 두 사람과 함께 무기고로 갔다.
철갑옷 3천 벌, 가죽으로 된 말갑옷 5천 벌, 투구 3천 개, 장창 2천 자루, 칼 1천 자루,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활과 화살, 화포와 철포 5백여 대를 수령하여 수레에 실었다.
세 사람이 출발하는 날 고태위는 전마(戰馬) 3천 필을 내주었다.
세 장군에게는 각각 금은과 비단을 상을 내리고, 삼군에게는 풍족한 식량을 지급하였다.
세 장군은 필승의 군령장을 제출하고, 고태위와 추밀원 관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서
말에 올라 여녕주로 달려갔다.여녕주에 당도하자 호연작은 한도와 팽기에게 각각
진주와 영주로 가서 군사를 일으켜 여녕주로 와서 합류하라고 하였다.
보름이 지나지 않아 세 군데의 병마가 모두 준비를 마쳤다.
호연작이 경성에서 가져온 갑옷・투구・칼・창・깃발・말 등을 삼군에 나누어 주고
출전을 기다렸다.
고태위는 전수부의 군관 둘을 보내 점검하고 삼군에 상을 내리고 위로하였다.
호연작은 군대를 셋으로 나누어 성을 나갔다.
길을 여는 전군은 한도, 중군 주장은 호연작, 후군은 팽기가 맡아 기세당당하게 양산박을 향해
진격하였다.한편, 양산박의 정탐꾼은 이 소식을 산채에 보고하였다.
그때 취의청에서는 조개·송강·오용·공손승 등 여러 두령들이 시진의 입당을 축하하면서
종일 연회를 열고 있었다.여녕주의 쌍편(雙鞭) 호연작이 군마를 거느리고 토벌하러 온다는
보고를 받고, 적을 맞이할 대책을 상의하였다.오용이 말했다.
“내가 들으니 이 사람은 개국공신인 하동의 명장 호연찬의 적파 자손인데, 무예가 뛰어나고
두 개의 동편을 잘 써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반드시 용맹한 장수를 내보내
대적한 다음 지략을 써서 사로잡아야 합니다.”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흑선풍 이규가 나서서 말했다.
“내가 가서 그놈을 잡아오겠습니다.”송강이 말했다.“네가 어딜 간다는 거냐? 내가 배정하겠다.
벽력화 진명이 선봉, 표자두 임충이 제2진, 소이광 화영이 제3진, 일장청 호삼람이 제4진,
병울지 손립이 제5진을 맡는다. 다섯 부대가 물레 돌듯이 한 부대가 싸우다 물러나면
다음 부대가 그 뒤를 이어 싸운다.내가 열 명의 형제와 함께 대부대를 거느리고
뒤를 받치겠다. 좌군은 주동·뇌횡·목홍·황신·여방이 맡고, 우군은 양웅・석수・구붕・마린・
곽성이 맡는다.수로는 이준·장횡·장순과 완가 삼형제가 배를 타고 접응한다.
이규와 양림은 보군을 이끌고 두 길로 나누어 매복했다가 구원한다.”
송강이 배정을 마치자 선봉 진명이 먼저 인마를 거느리고 하산하여 넓은 들판에 진세를 벌렸다.
때는 겨울이었지만 날씨가 아주 온화하였다.하루를 기다리자 멀리서 관군이 오는 것이 보였다.
선봉 백승장 한도가 병력을 인솔하고 와서 목책을 세우고 하채하였다.그날은 출전하지 않았다.
다음 날 날이 밝자 양군이 대치하여 북을 세 번 울리고 각각 장수가 진 앞으로 나왔다.
진명이 낭아곤을 들고 문기 아래 나타나자 선봉장 한도가 창을 비껴들고 진명을 큰소리로
꾸짖었다.“천병이 당도하였으니 빨리 투항하라! 저항하지 않으면 죽음은 면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호수를 메우고 양산을 박살내 너희 반적의 무리를 사로잡아 동경으
로 압송하여 만 갈래로 찢어 죽일 것이다!”진명은 본래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
한도의 말을 듣자마자 아무 말 없이 말을 박차고 낭아곤을 휘두르며 곧장 한도에게 달려들었다.
한도도 창을 들고 말을 몰아 나와 진명과 맞붙었다.싸움이 20여 합에 이르자
한도가 힘이 모자라 막 도주하려고 할 때 뒤에 중군 주장 호연작이 당도하였다.
호연작은 한도가 진명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척설오추마를 타고 쌍편을 휘두르며
달려 나왔다.진명이 보고 호연작과 싸우려 하자 제2진의 표자두 임충이 달려 나오며 소리쳤다.
“진통제는 잠시 쉬시오! 내가 저놈과 3백 합쯤 싸우는 거나 구경하시오!”
임충이 장팔사모를 들고 곧장 호연작에게 달려들었다.진명은 군마를 이끌고
좌측 산모퉁이 뒤로 돌아갔다.호연작과 임충은 정말 호적수였다.사모과 강편이 오고 가는 것이
마치 한 폭의 비단을 펼친 듯했다. 싸움이 50합이 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제3진 소이광 화영의 부대가 당도하여 진문 아래에서 소리쳤다.
“임장군은 잠시 쉬시오! 내가 저놈을 사로잡는 걸 구경하시오!”
임충이 말을 돌려 돌아가자 호연작도 임충의 무예가 고강함을 알고 본진으로 돌아갔다.
임충은 본부군마를 이끌고 산모퉁이 뒤로 돌아가고, 화영이 대신 쟁을 들고 출전하였다.
호연작의 후군도 당도하여 천목장 팽기가 삼첨양인도를 들고 황화마(黃花馬)를 타고
출전하여 화영을 꾸짖었다.“나라를 배반한 역적은 말할 건더기도 없다! 나랑 승부를 내자!”
화영이 크게 노하여 대답도 없이 달려 나가 팽기와 교전하였다.
두 사람이 교전한 지 20여 합이 되자 호연작은 팽기가 힘이 부족한 것을 보고
말을 몰아 쌍편을 휘두르며 곧장 화영에게 달려들었다.
3합도 채 싸우지 않았는데, 제4진 일장청 호삼랑이 당도하여 소리쳤다.
“화장군은 잠시 쉬시오! 내가 저놈을 잡는 걸 구경하시오!”
화영이 군사를 이끌고 좌측 산모퉁이 뒤로 돌아가자 팽기는 일장청과 교전하였다.
제5진 병울지 손립의 군마가 당도하여 진 앞에 말을 세우고 호삼랑이 팽기와 교전하는 것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이 먼지를 일으키며 싸우는데 살기가 등등하였다.
하나는 대간도를 휘두르고 하나는 쌍도를 휘둘렀다.
싸움이 20여 합에 이르자 일장청이 쌍도를 접고 말을 돌려 도주하였다.
팽기는 공로를 세울 요량으로 말을 몰아 추격했다.
일장청이 쌍도를 안장에 걸고 전포 밑에서 24개의 갈고리가 달려 있는 붉은 올가미를 꺼냈다.
팽기의 말이 접근하자 몸을 돌려 올가미를 공중으로 던졌다.
팽기는 손 쓸 사이도 없이 올가미에 걸려 말에서 떨어졌다.
손립이 군사들에게 명하여 팽기를 사로잡았다.호연작은 팽기가 사로잡히는 것을 보고
크게 노하여 팽기를 구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왔다.
일장청이 말을 박차고 달려가 호연작을 가로막고 싸웠다.
호연작은 일장청을 한 입에 삼켜 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다.
교전한 지 10합이 넘었지만 호연작은 마음이 급해 일장청을 이기지 못하였다.
호연작은 속으로 생각했다.“이 발칙한 년이 나와 여러 합을 싸우다니 대단하구나!”
마음이 더욱 다급해진 호연작은 파탄 난 척하면서 일장청이 찌르고 들어오도록 유인했다.
강편 하나는 숨기고 하나만 휘두르자 일장청의 쌍도가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왼손으로 막으면서 오른손에 숨기고 있던 강편을 들어 일장청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눈치 빠른 일장청이 재빨리 오른손에 든 칼로 내려오는 강편을 막았다.
칼과 강편이 부딪혀 ‘쨍’ 소리를 내며 불꽃이 튀었다.
일장청이 말을 돌려 본진으로 도주하자 호연작이 뒤를 추격해 왔다.
병울지 손립이 그걸 보고 쟁을 들고 말을 몰아 달려가 호연작을 대적하였다.
뒤에서는 송강이 열 명의 장수를 이끌고 당도하여 진세를 벌렸다.
일장청은 인마를 이끌고 산모퉁이 뒤로 돌아갔다.송강은 천목장 팽기를 사로잡은 것을 보고
심중으로 몹시 기뻐하며 진 앞으로 나가 손립이 호연작과 교전하는 것을 구경하였다.
손립은 쟁을 놓고 대나무 뿌리 모양의 강편을 손에 들고 호연작을 대적하였다.
두 사람 모두 강편을 사용하여 호적수를 이루었다.
두 사람은 진 앞에서 좌우로 돌면서 30여 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송강은 구경하면서 갈채하여 마지않았다.
관군 진영에서 팽기가 사로잡히는 것을 본 한도는 후군의 군마를 모두 일으켜 돌격했다.
송강이 채찍을 들어 신호하자 열 명의 두령들도 군사를 이끌고 돌격하고, 뒤로 물러나 있던
네 부대도 두 길로 나누어 협공했다.호연작은 그걸 보고 급히 본부군마를 거두어 양쪽으로
적을 막게 하였다.호연작의 부대는 모두 연환마군(連環馬軍)이었으니 말에게도 갑옷을 입히고
사람도 모두 철갑을 입어 말은 네 발굽만 드러나고 사람은 두 눈만 보였다.
송강의 부대도 말 갑옷을 입히기는 했지만 단지 붉은 술이 달린 얼굴 가리개와 꼬리에
구리방울이 달렸을 뿐이었다.호연작의 부대는 사람과 말이 모두 갑옷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화살을 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런 3천 군마가 화살을 쏘면서 돌격해 오니 양산박의 부대는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송강은 징을 울려 군사를 철수하였다.호연작도 20여 리를 퇴각하여 하채하였다.
송강은 군대를 철수하여 산 서쪽에 하채하고 군마를 정돈하였다.
군사들이 팽기를 끌고 오자 송강은 군사들을 물리치고 친히 포박을 풀어주었다.
팽기를 막사 안으로 인도하여 손님 자리에 앉히고 절을 했다.팽기가 황망히 답례하고서
물었다.“저는 사로잡힌 사람이니 죽어야 마땅한데, 장군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손님의 예로 대하십니까?”송강이 말했다.“저희들은 몸을 의지할 데가 없어
잠시 이 호수를 점거하여 피난하고 있을 뿐 크게 악한 일을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이제 조정에서 장군을 파견하여 저희를 체포하러 오셨으니 본래는 목을 늘여 포박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까 두려워 죄를 무릅쓰고 교전했을 뿐입니다.
호랑이 같은 위엄을 잘못 범하였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팽기가 대답했다.“평소에 장군께서 의리를 중시하고 인(仁)을 행하며, 위기에 빠진
사람을 일으키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제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과연 이렇게
의기가 있는 분인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미천한 목숨을 살려주신다면 몸 바쳐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송강이 말했다.
“저희 형제들은 다만 황제께서 관대히 은혜를 베푸시어 중죄를 사면해 주신다면,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만 번의 죽음도 사양하지 않을 것입니다.”
송강은 팽기를 산채로 보내 조천왕을 만나게 하고 그곳에 머물게 하였다.
송강은 삼군에 상을 내려 위로하고, 두령들을 불러 작전을 상의했다.
한편, 호연작은 군대를 철수하여 하채하고, 어떻게 하면 양산박을 이길지 한도와 상의했다.
한도가 말했다.“오늘 우리가 긴박하게 공격하자, 그놈들은 당황하여 우리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만 급급했습니다. 내일 전군을 총동원하여 공격하면 필시 대승을 거둘 것입니다.”
호연작이 말했다.“내가 이미 그렇게 준비해 두었네. 다만 자네와 의견이
상통하기를 바란 것일세.”즉시 영을 하달하였다.
“3천 마군을 30필씩 쇠사슬로 연결하여 공격하되, 적군이 멀리 있으면 활을 쏘고
적군이 가까이 있으면 창을 사용하여 돌진해 들어간다. 그렇게 3천 연환마군이 백 개 부대로
나누어 앞장서 돌격하고 5천 보군이 뒤를 접응한다.”그리고 한도에게 말했다.
“나와 자네는 앞에서 싸우지 말고 뒤에서 지휘하다가 만약 교전이 벌어지면 세 방면으로 나누어
돌격하기로 하세.”이렇게 계책을 정하고, 날이 밝으면 출전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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