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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적 사고, 시적인 산문
-3 ․ 4학년의 언어심리
오 인 태
초등학교 3․4학년 시기는 구체적 조작기의 중후반, 또는 내적 언어단계에 접어든 지 서너 해가 지난 때이다. 따라서 비판적 자아와 논리적 자아가 사회적 자아로 굳어지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이 무렵 어린이는 ‘타자에게 말 걸기’를 통해 이를 자아화 하고 사회적 언어와 내적 언어, 곧 언어적 사고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이 언어적 사고가 시적 사고와 시적 언어에 기여할 수 있는지가 관심거리다.
쫄깃쫄깃
인절미
찹쌀가루 반죽해서
전자레인지에 3-4분 익혀주고
보들보들 콩고물 팍팍 넣어 묻혀준다.
-3학년 어린이시,「인절미」
나는 오늘 벽에 있는
달마할아버지를 봤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나를 집중해서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이상했다.
나는 달마할아버지 곁을 나갔다.
-3학년 어린이시,「달마할아버지 사진」
이미 여러 차례 확인했지만, 3학년 어린이시의 가장 큰 특징은 대상과 자아의 분리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1‧2학년 어린이들이 자기중심성으로 말미암아 대상을 쉽게 자아화 하거나 ‘자아에게 말 걸기’와 ‘타자에게 말 걸기’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시적 동일성을 이루던 것과는 달리 이 무렵 어린이시는 대상을 멀찌감치 관조하거나 객체화함으로써 시가 메말라지고 느슨해진 현상을 보여준다. 딱 꼬집자면, 시가 아닌 산문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접속사를 포함한 거의 정확한 어휘 사용과 규범적이면서도 능숙한 문장 진술은 이 시기 어린이의 논리적인 사고를 반영하거니와, 이는 어린이들의 ‘내적 말’, 즉 언어적 사고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언어적 사고와 시적 사고는 본디 바탕이 다르다. 언어적 사고란 논리적 기억을 사용하는 것이고, 시적 사고는 언어 이전에 대상과 맞닥뜨리면서 직관으로 교감하는 일이다. 나는 여기서 산문과 시가 각기 발생하는 것으로 여긴다. 논리적 기억(이 또한 언어이다.)은 서사가 되어 산문을 낳고, 대상과의 직관적 맞대면과 교감은 시적 동일성을 이루어 시를 낳는다는 것이다.1) 논리적 사고, 또는 언어적 사고가 가능한 이 시기 어린이시가 시로서의 겉모습은 더 잘 갖추었지만 시적 감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그래서 이런 시를 일러 ‘시적인 산문’이라 할만하다. 반면, 저학년 어린이들의 시는 겉으로는 산문적으로 서술되었지만 본질적으로는 강한 시성을 가지고 있어서 ‘산문적인 시’라 할 수 있다. 「인절미」는 대상에 대한 관찰, 또는 대상에 대한 자아의 일방적인 행위를 시간 경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술하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자아와 대상이 한 순간, 한 지점에서 만나 ‘쫄깃쫄깃’한 일체감을 이룬 흔적은 없다. 시행을 나누고, ‘쫄깃쫄깃’ ‘보들보들’ 따위의 말만 쓴다고 시가 되지는 않는다.2) 「달마할아버지 사진」도 날카로운 관찰력에다가 ‘할아버지가 나를 집중해서 보는 것 같다.’는 표현 때문에 시의 ‘집중성’을 확보한 듯이 보이지만, 끝내 ‘나는 달마할아버지 곁을 나감’으로써 대상으로부터 자아가 분리되어 동일성 확보에 실패했다. 다음 시들도 이 무렵 어린이들이 얼마나 산문적인 사고를 하는가, 곧 얼마나 산문적인 언어로 시를 쓰는가를 짐작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①오늘이 내가 기다리던 운동회다.
②그런데 아침에는 좋았는데
③시간이 흘러가면서
너무 싫었다.
①내가 운동회를 하는데
②아빠가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갔다.
③오늘 운동회는 너무 싫다.
-3학년 어린이시,「운동회」
아버지가 일찍 오셨다
우리가 한 골 넣으면
“와 잘한다”
상대가 한 골 넣으면
“야~ 야 그걸 못막고 ..”
우리가 지면
“감독 짤라~”
아버지가 감독이시다.
-3학년 어린이시,「축구경기 있던 날」
「운동회」는 정확히 ①-②-③, ①-②-③의 순으로 시간의 진행에 따른 사건과 그때, 그때의 감정을 ‘술회’하고 있다. 전형적인 산문 진술방식이다. 이러니 동일성도 집중성도 확보될 리 없다. 이런 시가 바로 ‘시적 산문’이다. 이는 다음과 같이 ‘시적’이라는, 즉 시의 탈을 벗겨버리면, ‘산문’으로서의 본디 모습이 드러나고야 만다는 사실을 대번에 확인할 수 있을 테다.
오늘이 내가 기다리던 운동회다. 그런데 아침에는 좋았는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너무 싫었다. 내가 운동회를 하는데 아빠가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갔다. 오늘 운동회는 너무 싫다.3) - 앞「운동회」를 행갈이나 연 구분을 하지 않고 풀어쓴 글
영락없이 일기, 즉 산문이지 않은가. 「축구경기 있던 날」도 대상인 아버지를 줄곧 관찰만 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딱 한 번 자아가 드러나는데, 이것도 시의 주체가 아니라 객관적 판단자의 모습이다. ‘비판적 자아’를 유감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축구경기 있던 날’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시는 진술의 시점에서 경험의 시점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역시 ‘술회’하고 있다.
4학년은 자아의식과 관계인식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로 3학년에 들어와 형성되던 비판적 자아, 곧 논리적 자아가 자아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으로 내면화되면서 자아의 숨김 현상이 두드러지는 시기다. 이 숨겨진 자아는 내면 의식 속에서 어떤 언어 작용을 하는 것일까.
슝슝 바람부는 날
꼬마 빗방울
번지 점프한다.
처마밑에 걸린 빗방울
번지점프 실패해서
총총총 내려앉고
성공한 빗방울
또독또독 자신 있게 내려온다.
빗방울 번지 점프하는 비 오는 날
나무는 흥분하여
끄덕끄덕 춤춘다
-4학년 어린이시,「번지점프 하는 빗방울」
공부시간에 떠들다가 걸려서 종아리 한대
공부시간에 자다가 종아리 2대 질서 안지켜서 종아리 3대
집에 와서 공부하지 않아서 10대
참다 참다 못해서 으앙 하고 울었다 울어서 또 맞고
참 불행하겠다
-4학년 어린이시,「회초리」
위의 두 시에서 다시금 확인되듯이, 4학년 어린이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아와 대상을 철저히 분리해서 대상을 객관화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자아는 대상에 대해 사뭇 객관적인 관찰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회초리」에서처럼 종일 ‘회초리’ 사례를 받는 자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러다 보니 자아와 대상의 심리적 거리는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 대상과의 진지한 대화, 곧 ‘타자에게 말 걸기’도 뜸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언어학적으로 주목해야 할 현상은 이처럼 대상과 자아를 모두 객관적으로 바라보다 보니 언어 자체도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능력이 발달하여 모국어 사용자들의 공통 약호체계4)에 꽤 충실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장이 사뭇 규범적이고, 어휘선택이 정확한 편이다. 발화 과정에서 수신자를 의식하고 있다는 말이다.5) 그러나 이런 규범적인 문장과 정확한 어휘가 시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는 오히려 시적 사고와 언어표현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이 무렵 어린이들의 시에서 부쩍 동시에 대한 모방이 두드러지는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닐 테다. 이미 뚜렷해진 ‘사회적 자아’와 관련해서도 그렇다.
-<어린이문학>2011 봄호
오인태『그곳인들 바람불지 않겠나』『아버지의 집』등, 몇 권의 시집을 펴냈으며,『어린이시의 생성심리와 표현상의 특징』이란 논문으로 경상대학교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 다. (사)한국작가회의 이사와 경남작가회의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요즘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시와 동시, 평론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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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렇다고 ‘기억’이 시창작과 무관하거나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시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쓰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서술시점에서 경험시점을 기억하고 연상하여 쓰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산문은 대개 서술시점에서 경험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연상하는 방식이거나, 시점을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이지만, 운문은 서술시점과 경험의 시점을 일치시켜 그 시점을 현재시점으로 한다는 것이다. 시의 시제는 ‘영원한 현재형’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여기서 시의 동일성, 현재성, 집중성이 발생한다는 것은 앞에서 서술한 바 있다.
2)이런 감각적인 말을 살려 쓰는 것이 시를 시답게 쓰는 것이라고 초등학교 국어교과서는 가르치고 있다.
3)시를 줄글로 바꿔 보여주는 이런 방식은 내가 종종 쓰는 시 창작지도법이다. 이런 ‘시적 산문’은 주로 산문을 쓰다가 시를 쓰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사람들은 사고 자체를 산문적으로 하기 마련이어서 엔간해선 ‘시적 사고’로 교정되지 않는다. 시의 언어와 산문의 언어가 뚜렷이 다르다는 또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4)언어전달에 관여하는 요소 중 메타언어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약호체계이다. 언어전달의 요소와 언어의 기능을 대응시켜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로만야콥슨, 신문수 편역, 1989,『문학 속의 언어학』: 54-61쪽 참조.
관련상황(context)-지시기능
메시지(message)-시적 기능
발신자(A=addresser)-감정표시기능 ------------수신자(addressee)-능동적 기능
접촉(contact)-친교적 기능
약호체계(code)-메타언어적 기능
5)의사 전달 공학자는 최적 상태의 정보 교환에 있어서 화자와 청자는 거의 동일한 “미리 생성된 표현들의 정리함 (filing cabinet of prefabricated Representations)”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는데, 이는 가장 적절하게 말행위 (speech event)의 본질을 지적한 셈이다. 언어 메시지의 발화자는 말하자면 이 ‘예상된 가능성들’ 중의 하나를 선택하고 수화자 역시 “미리 예상하고 제공되어지는 가능성들”의 집합에서 그와 동일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효과적인 발화 행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행위의 참여자들의 공통적인 약호 사용이 요구되는 것이다. 로만야콥슨, 앞의 책 : 94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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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조님이 올리신 글 복사하여 원글로 올렸습니다
장차 훌륭한 시인이 되리라 생각을 해 봅니다
ㅎㅎㅎ 캄사해용~~~~~~~
@청조 그래요~~!ㅎㅎ
싹이 보이네요
요즘 아이들이 다 기계만 갖고 노는건 아닌가봐요 ㅎㅎ
좋은 시인이 되겠지요
어린이들이 나보다 낫네요
ㅎㅎㅎㅎ
그러게요~~!ㅎㅎ
미래가 밝습니다
미래의 꿈나무들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
장차 이 나라의 기둥이 되는 시인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좋으네요 앞으로 많은 아이들이 글쓰기를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