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창궐에는 아직 인간의 힘으로, 특히 정부 대책만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번번이 문재인 정부의 판단·대응 실패가 재앙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부터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신규 확진자가 8일 0시 기준으로 1275명에 이르며 하루 기준으로 최고를 기록하는 등 4차 대유행이 본격화했다. 전문가들은 한 달 전부터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입과 백신 접종 공백기를 이유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런데 정부는 역주행했다. 정부는 최근까지 “국내 검출 변이 중 델타는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소비 쿠폰 등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전방위적 내수 보강 대책을 세워 추진하라”고 했다. 8월 휴가철을 앞두고 광복절 등 대체 공휴일 법안까지 밀어붙였다. 그러던 문 대통령은 7일 특단의 대책과 무관용 원칙을 거론했다. 책임 회피성 뒷북 지시다. 민노총 대규모 집회에 대해서도 지난해 보수 성향 단체 집회 때와는 달리 엄단 시늉만 했다. 더 한심한 사실은, 방역 비상을 말하면서 소비 진작을 핑계로 예산을 무제한 뿌린다는 점이다. 김부겸 총리는 8일 국회에서 33조 원 규모의, 올 들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제안 연설을 했다. 하루 전엔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 조치”를 경고하더니, 오늘은 카드 캐시백을 시작으로 소비 쿠폰, 국민지원금 시행 계획을 내놨다. 강력한 사회적 멈춤을 호소하면서 국민 휴가비까지 뿌리겠다니 갈팡질팡도 넘어 제정신인지 의문이다. 근본 원인은 방역을 정치화한 데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최근 방역 상황이 서서히 안정화되고 있다”고 한 지 이틀 뒤에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엔 “터널 끝이 보인다”고 했다가 사흘 뒤 “비상상황”이라고 했다. 이러니 대통령이 낙관론 펼 때가 조심할 때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실상을 잘못 파악하고 있을 수도 있다. 백신 접종률로 보면 세계 80위권인데, 접종자 수를 내세우는 등 꼼수도 부린다. “백신은 급하지 않다”는 식의 친정부 발언을 해온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에게 청와대 방역관 자리를 맡긴 데 따른 업보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