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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전에 제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동생과 함께 한 2박 3일의 여행이었습니다.
첫제주 여행도 아니고 기분전환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못 가본 몇 군데만 돌아보는 여유로운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며 비스게 검색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스스로 이번 여행을 정리도 할 겸 제주여행 후기를 올려봅니다.
차량과 숙소
스타렌트카에서 K5 LPG를 렌트했습니다. 원래 로체LPG를 예약했는데, 차량점검으로 변경해주더군요(이때까진 좋았죠...).
아무튼 LPG가 좋더군요. 약 29,000원의 연료비만으로 2박 3일 여행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는 애초에 계획했던 곳이 여의치 않게 되는 바람에 스타렌트카를 통해 펜션을 잡았습니다.
제주도 전체를 돌아다닐게 아니어서 공항근처의 한 숙소에서 2박 3일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깨끗하고 경관도 좋고, 조식도 나오고... 와이파이가 약한 것 말고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출발부터 꼬여버린 제주행
지난 5월 26일 12시 05분 김해에서 출발하는 에어부산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출발 시간은 17시 30분이었습니다. 무려 5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렸습니다.
기체에 문제가 생겨서 5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됐습니다. 승객들은 당연히 난리가 났습니다.
특히 다음 날 제주 소년체전에 참가하는 선수단의 코치는 정말 무섭게 물어붙이며 따졌습니다.
항공사 직원은 승객들에게 점심식사 식권을 지급하고, 예약을 취소하지 않는 승객에는 3만 원의 배상금으로 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같은 말만 반복하는 직원을 보면서 저와 동생은 발 빠르게 다른 항공사를 알아봤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죠.
그렇게 공항미아가 된 것을 체념하고, 시간을 잘 떼워보기로 했습니다.
항공사에서 지급한 7천 원짜리 식권을 들고 푸드코트로 갔는데, 왠만한 메뉴가 죄다 7천 원 이상입니다. 다시 한 번 항공사에 화가 납니다.
저희는 공항외부에 있는 용우동에서 돈을 조금 더 지불하고 돈가스와 짬뽕라면을 먹으며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그리고는 시간을 떼우기 위해 국제선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하기로 했는데 없어졌네요.
저희가 ‘스벅빠’는 아니지만, 짜증이 올라와서 커피도 때려치웠습니다.
그리고는 국내선 로비에서 폰이나 만지작대면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5시간의 기다림이 지나고 마침내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3만원이 담긴 종이봉투를 받아들구요.
봉투 안에 계신 세종대왕님의 용안을 마주하니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5시간의 기다림, 취소된 제주도 첫 날 일정 등의 보상이 3만 원이라...
‘에휴~ 어쨌든 돈은 아꼈네’라며 애써 위로했고, 동생과 저는 헛웃음을 나누며 기분 좋은 여행을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ㅠㅠ
바다 건너 제주에서도 끝나지 않는 불운
공항에 도착해서 렌트카를 받고, 음악을 듣기 위해 가져온 USB를 꽂았습니다. 인식불가네요;;
미리 알아봐 둔 LPG 충전소를 돌아돌아 찾아갔더니, 공사현장으로 변했구요;;
동문시장 주차장에선 앞뒤로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도 겪었죠;;
다음 날에도 불운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점을 먹기위해 찾아갔던 식당은 임시휴업이랍니다(연중무휴라면서 왜 하필 오늘 임시휴업...).
아침에 미리 위치를 확인해뒀던 근고기집 '돈사돈’은 저녁에 찾아가니 아침에 없던 위치 이전 현수막이 나풀대고 있고,
이전 장소가 그리 멀지 않아서 찾아갔더니 다음 날 4시부터 영업개시(다음 날 6시 비행기라고!!)...
그 외에도 자잘한 불운이 함께한 여행이었습니다.
제주의 바다를 보며 불운을 씻어내다
첫 날은 월정리를 비롯한 동부 해안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는데, 비행기 연착 때문에 몽땅 취소하고, 동문시장만 둘러봤습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더군요. 수산시장만 구경했습니다.
둘째 날, 일정은 우도였습니다. 우도를 가는 길에 월정리 잠깐 봤구요. 월정리의 유명 커피숍은 역시 사람이 많더군요.
성산항에 주차를 해놓고, 우도행 배를 탔습니다. 저희는 버스로 우도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1인당 5천 원인데, 편하게 우도 8경을 잘 돌아봤습니다.
ATV를 많이 이용하시던데, 조금 위험해보이기도 하고, 힘들어보이기도 하더군요(늙은건지;;).
우도 8경 중에서는 ‘하고수동 해수욕장’이 제일 좋았습니다. 역시 제주도 해수욕장의 모래와 바다빛깔은 감동입니다.
우도봉도 좋았구요, 서빈백사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점령하고 있어서 감흥이 덜 했습니다.
땅콩막걸리를 손에 들고 우도를 나와서는 쇠소깍으로 향했습니다.
숙소와는 멀리 떨어진 곳이었지만, 그동안 가보지 못했고,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습니다.
투명배를 타진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더군요. ‘이 좋은 곳을 왜 예전에는 몰랐을까...’
덕분에 먼 거리를 돌아야했지만 가보길 잘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1118 도로를 타고 사려니숲길에서 삼림욕을 하고 둘째 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셋째 날 일정은 여유있게 잡았습니다. 오로지 ‘협재!!’ 제주를 왔으면 협재의 모래와 바다를 봐야죠.
이 곳은 어쩜... 말이 안 나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아름답습니다. 마침 햇볕도 쨍하게 내려쬐서 더욱 눈이 부십니다.
비키니 화보 촬영까지 하네요. 화룡점정입니다!!
시간이 남아서 근처의 한림공원도 돌아봤습니다. 저는 두어 번 갔었는데, 동생은 처음이네요.
느릿느릿 산책을 즐기며 제주의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제주의 맛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다
동문시장 회
원래는 방어를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방어회로 유명한 식당을 알아봐놨었는데, 요즘은 철이 아니더군요.
회 맛에 그리 민감한 것도 아니고, 방어가 아니면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동문시장의 모듬회로 가볍게 회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뱅에돔, 자리돔, 광어 등으로 구성된 회 한 접시와 쌈거리, 한라산 소주로 숙소에서 편하게 만찬(?)을 즐겼습니다.
동문시장에서 사온 회를 보며 ‘이게 만 원이라니... 역시 제주야!!’라며 엄지를 치켜들었습니다.
자리돔은 처음 먹어봐서 생소했고, 나머지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래도 방어가 자꾸만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몇 년만에 먹어 본 한라산 소주는 참 독하더군요.
대학 다닐 때는 24도짜리 소주를 매일같이 먹고 다녔는데, 그새 순한 소주에 길들여진건지, 내가 약해진건지...
암튼 소주는 20도는 넘어줘야 먹는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보말정식, 성게정식-부촌식당
제가 생선을 거의 먹지 않습니다. 제가 비린내에 약하거든요.
장어나 회는 잘 먹는데, 구이, 조림, 국 같은 건 비린내 때문에 잘 못 먹습니다.
비린내만 아니면 잘 먹구요. 하지만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일부러 먹진 않는데요,
예전에 제주에 와서 갈치조림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갈치조림 맛집인 ‘맛나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우도 가기 전에 아점으로 먹을 계획이었습니다. 근데 앞서 얘기한대로 임시휴업이더군요.
그래서 근처에서 발견한 부촌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원래는 갈치정식을 먹으려고 했는데, 성게정식과 보말정식에 갈치조림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걸로 주문했습니다.
둘 다 만 원이었습니다. 성게미역국, 보말미역국에 갈치조림이 포함된 메뉴인데 만족하며 잘 먹었습니다.
갈치가 두툼한 건 아니었지만, 비린내 전혀 안 났구요, 생선조림을 그렇게 열심히 먹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2만 원으로 제주의 성게, 보말, 갈치를 맛있게 즐겼다는 게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우도땅콩
우도 땅콩. 육지에서는 왜 보기가 힘들죠? 가격만 괜찮으면 자주 사먹고 싶더군요.
우도봉과 서빈백사에서 맛 본 서로 다른 형태의 땅콩 아이스크림도 달콤고소하니 맛있었습니다.
땅콩 막걸리는 큰 감흥이 없었네요.
전복물회-순옥이네 명가
인터넷을 보며 여행 일정을 짤 때, 요리연구가 홍신애 씨가 추천한 것을 보고 정한 곳입니다.
얼마 전에 ‘수요미식회’에서도 소개된 곳입니다. 둘쩨 날 ‘돈사돈’을 실패하고, 이 곳에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제주시내에 다른 고기집도 많지만 우도랑 쇠소깍을 돌고나니 시원한 물회가 더 땡겼습니다.
손님 많더군요. 번호표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득찬 손님에 놀랐습니다.
손님이 많아서 걱정했지만, 전복물회가 나오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더군요. 기대를 가득 안고, 한 입 먹었습니다.
응? 제가 알던 물회 맛이 아닙니다. 새콤달콤 달짝지근한 맛이 아니더군요. 그건 상관없는데, 흠... 솔직히 좀 별로였습니다.
신선한 재료의 맛은 좋았는데, 국물에서 뭔가 아린 맛 같은 게 느껴지는데 그게 좀 별로였습니다.
그것만 아니라면 그런대로 괜찮았겠는데, 그게 아니라도 맛 자체가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재방문할 것 같진 않습니다.
고기국수-골막식당
고기국수의 첫 인상은 좋지 않았습니다. 제주가 아닌 저희 동네에서 몇 년 전에 처음 먹어봤는데, 왜 먹는지 모르겠더군요.
제대로 된 고기국수의 맛을 느껴보기 위해 제주의 고기국수집을 검색했습니다. 유명 고기국수집이 많더군요.
비스게를 통해 알게 된 골막식당에 가기로했습니다. 다른 곳보다 유명세가 덜한 게 오히려 더 끌렸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나오더군요. 고기국수의 안 좋았던 첫 인상을 말끔히 씻어주는 맛입니다.
구수하고 진한 국물에 반했고, 부드럽고 고소한 돼지고기는 놀라웠습니다. 그 동안 먹어왔던 수육과 차원이 다르더군요.
다음에는 수육만 따로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면이 아쉬웠습니다. 수유미식회에서 황교익 씨도 얘기를 했는데, 국물과 국수 면이 그리 조화롭진 않았습니다.
저는 밥이 자꾸 생각나더군요. 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제 입에 맞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국물과 수육은 죽여줬습니다.
다음에도 꼭 먹을 것 같습니다.
근고기-한림칠돈가
예전에 제주에서 흑돼지 근고기를 정말 맛있게 먹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 맛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예전에 갔던 그 식당이 생각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가장 유명한 ‘돈사돈’을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대로 ‘돈사돈’은 저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전에 근고기를 늦은 점심으로 먹기로 했는데, 대부분의 고기집이 4시에 문을 열더군요.
마침 협재해수욕장 근처에 ‘한림칠돈가’라는 가게가 점심부터 영업을 하길래 그 곳을 찾았습니다.
이 곳... 찾아가기기 어렵더군요. 좁은 골목 구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겨우겨우 찾아갔습니다.
손님은 저희 뿐이었고, 벽에 전시된 유명인들의 사인과 사진이 눈에 띄더군요.
어디선가 흑돼지와 일반돼지의 맛이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를 들어서 일반돼지 근고기를 시켰습니다.
주문과 함께 연탄이 들어오는데 아~ 정말 매캐하고 어지럽더군요;; 예전에 어떻게 연탄을 썼었는지 새삼 신기했습니다.
아무튼 기대하던 근고기를 멜젖에 찍어 먹었는데... 음... 평범합니다. 예전에 감명깊게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
흑돼지가 아니어서 그런가? 이 가게의 맛이 부족한가?
아무튼 다음에 제주를 오면 다시 흑돼지 근고기 맛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긴 찍어둔 사진이 없네요. 구글 이미지로 대신하겠습니다.
당근케이크-하우스레서피
얼마 전 방송으로 유명해진 곳입니다. 동생이 먹고싶어해서 찾아갔습니다. 전혀 케이크 전문점 같지 않은 외양입니다.
일반 가정집인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제가 예상했던 케이크의 비주얼이 아니더군요. 그냥 빵인 줄 알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간단한 저녁으로 맛을 봤습니다.
비주얼도 케이크 같지 않았는데, 맛도 케이크의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술빵의 촉촉한 촉감에 가까운...
원래 당근케이크이 이런 것인지...
맛은 좋았습니다. 케이크의 부드러운 달콤함만 기대하지 않는다면 맛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곳도 구글 이미지로 대신합니다.
한라봉이나 귤을 맛볼랬더니 비싸더군요. 포기했습니다;; 대신 각종 쥬스를 맛봤습니다.
천혜향, 망고, 애플망고 등.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재료의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좋았습니다. 맛있었어요.
총평: 제주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유명한 식당을 고집하지 않아도 왠만한 식당에서 만족할만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불운이 함께 했던 여행이었지만, 자꾸 제주의 바다가 아른거리고, 얼른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네요.
다음에는 남부와 방어를 공략!!
첫댓글 맛나식당 강추!
임시휴업...ㅠㅠ
제주도여행 계획중인데 참고하겠습니다 고생하셨네요
저도 비스게 참고 많이 했네요. 도움되셨으면 합니다~
작년에 제주 출신 친구한테 추천받아 제주시청 앞에 고기국수집 가서 고기국수랑 돔베고기 정말 맛있게 먹었네요. 건강 때문에 연말까지만 하신다고 했는데 혹시 아직 하고 계신다면 또 가보고 싶네요.
제주 고기는 정말 뭔가 다르더군요.
저도 지난달에 다녀왔는데, 쇠소깍 투명보트는 혼자 못탄다고 해서 배타고 왔네요. 근데 여자 3명 온팀의 한명은 안전요원이 같이 타더군요. 젠장
제가 안전요원 입장이었어도...^^;
잘봤습니다. 제대로 된 갈치집에가면 갈치가 두툼하니 좋긴 참 좋던데, 그만큼 가격도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저도 다음에는 맛나식당이나 가봐야겠습니다.
갈치가 참 비싸더라구요. 저도 맛나식당은 다시 노리고 있습니다ㅎ
제주도 여행 후기글 볼 때 마다 마다 간다 간다 하면서 아직 못 가고 있네요~언제 가려나 싶네요~ㅜ.ㅜ
짧게라도 다녀오세요. 제주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질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