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구병산 산행 때 마카님과 산새님이 이번주 목~금에 지리산 벽소령을 갈 예정인데 같이 갔음 좋겠다고 제의를 해 온다
아! 얼마만의 지리산 산행이며 얼마만에 해보는 산장에서의 일박인지..
벽소령대피소에서의 행복한 일박이일 산행을 상상해 보니 벌써 목요일이 기다려진다...
그러고 보니 몇해전 추석에 들불님, 마카님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하며 벽소령에서 일박을 한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30일 아침에 벽소령산장을 출발을 하며~
마카님의 능숙한 운전 솜씨로 이곳 작전도로 입구까지 차량을 올려놓고 벽소령을 향해 출발을 하며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여기서 벽소령까지는 임도길로 약6km 정도 올라가야 하는데. 배낭이 무거워 편안한 길을 따라 올라가고 대신 내일은
삼각고지에서 도솔암을 거쳐 이곳으로 하산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출발을 하며 마카님이 나보고 "대장님. 예약은 확실히 해놓으셨죠?" 하고 물어온다. 그래서 "예약을 하긴 했는데
돈을 송금 못했다" 고 하니 그러면 안된다고 하여 다시 쭈그리고 앉아서 폰을 열고 한참을 버벅 거린끝에 간신히 예약
성공을 한다. 휴~ 하마터면 쫒겨날 뻔 했구먼..
우리들이 보던 말던 열심히 제 할일에 열중인 다람쥐 선생~ 어이! 서선생~ 길 좀 비켜주면 안되겠나?
표지판을 보니 3분의2쯤 올라왔네~ 시간도 널널하고 여유로운 이런 산행이 난 참 좋다.
이끼폭포에서~ 야호~ 지리산의 청정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와폭이다.
아~ 이 지리산의 광활함... 숲이 주는 맑은 공기들 하며 이 아름다운 5월의 푸른 풍경에 취해본다.
6.25 전후 빨치산 토벌을 위해 만든 도로가 지금은 산꾼들의 이동 통로가 되고 있으니...
벽소령 산장에 도착을 하자마자 환영식이라도 하듯이 거친 폭풍우가 퍼붓기 시작 한다.
마지막 오르막길에 들어설 무렵 부터 하늘이 컴컴해 지며 우르릉~ 쾅! 하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고 이내 얼음 알갱이가
섞인 우박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진다.
헐! 조금만 늦었어도 물에 빠진 생쥐 신세가 될 뻔 하였다. 그래도 천만 다행이다.
산장의 처마를 타고 비와 얼음이 섞인 빗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우리야 다행히 소나기를 피했지만 지리산을 종주하는 분들은 비에 흠뻑 젖은채로 산장으로 마구 뛰어온다.
어떤분은 세석산장에 예약을 해 놓았는데 거기까지 못가겠다고 예약 변경을 하며 여기 벽소령에서 일박을 한다고 한다.
우리들도 시간 맞춰서 수속을 마치고 번호표를 들고 산장의 내부로 들어선다. 예전에는 남녀 구분이 없었지만 지금은
엄격하게 남녀 따로 숙박을 하게 되어있다. 산장의 내부가 아주 깨끗하고 정갈하게 보인다.
짐을 풀어놓고 아직 시간이 많아 남아있어서 세 사람이 내일 일출 장소도 답사를 할겸 산책 산행을 나선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고 하듯이 맑게 깨어나고 있고~ 푸른 오월의 지리산 녹음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다가온다...
나도 시커먼 얼굴을 내밀며 포즈를 잡아본다. 산 버리겠구먼.. ^^;; 잔차를 타며 하도 얼굴을 가리지 않은 결과다.
밝은 얼굴의 마카님.
미나리 아재비라고 그랬나?? 암튼 기억력 하곤.. 에고 듁으면 늙어야지.. ㅠ ㅠ
대피소 입구에서 포즈를 잡은 산새님~
자~ 이제부터 입을 즐겁게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짐을 풀어서 확인을 해보니 내가 가져온 삼겹살이 터무니 없이 적다고
두 분께 한 참 꾸사리를 듣는다. "에고 담에는 절대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다용~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를~~"
또 부족한건 코펠이다 원래 집에서 준비할 때 작은 티타늄 코펠을 챙겼다가 다시 빼버렸는데 후회가 막심하다.
대신 아쉬운대로 미니 프라이팬에 라면을 끓여보니 그런대로 써먹을만 하다. 하지만 겨우 한 개만 끓일수 있다.
그래도 각자 준비한 음식들로 맛있게 식사를 한다. 준비한 쥐약은 수통에 넣은채 눈치를 봐가며 홀짝 거리고.
그러면서 산장의 저녁은 점점 깊어만 간다...
요란한 소리가 들려 다시 나가보니 또 다시 한바탕 우박이 퍼붓는 중이다.
어허~ 이 얼음 알갱이들 좀 보소~ 얼마전 중국에선 계란 보다도 더 큰 우박이 내렸다던데 나라가 크니 스케일도 다른가 보네..
진짜 대단하다. 이런 폭풍우를 뚫고 오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찌할꼬...
음식 먹다 말다 우박 구경중이다.
와르릉~~ 콰꽝!! 다들 혼비백산하며 다시 취사장으로 피한다.
조금 있으니 내 언제 그랬냐고 하듯이 하늘이 조용하게 변해있다. 휴 암튼 시껍했네~
그새 못참고 또 산책길로~
이번에 제일 요긴하게 써먹은 경량 프라이팬, 국산 제품인데 브랜드 이름이 "페레그리너" 인데
마카님이 하나 구입했으면 해서 찾아보니 이 사이즈의 제품은 품절이라고 한다.
에고~ 회사가 망해 버렸나? 가격도 착하고 티타늄 코팅을 입힌 아주 잘만든 팬이었는데...
밤새 기관차 소음에 시달려 가며 선잠을 설친 후 맑게 개인 산장 앞에서 다시 포즈를 잡아본다.
해는 어김없이 오늘도 떠오르고.. 하지만 기대하였던 일출은 보지 못하였다.
바위위에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듯한 바위취~
5월의 찬란함. 그 속에서의 즐거운 한 때...
이 도마뱀을 두고 아무르 장지뱀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반갑데이~
맑게 개인 지리산의 아침 햇살을 받으며 암봉위에서 조망을 구경중인 두 분~
산도 넓고 골도 깊은 지리산..
연하천으로 이동중에 부자(아버지와 아들)바위라는 암봉에 올라가 본다.
멋진 조망을 구경하며~
아래쪽의 모습.
구불구불~ 뱀처럼 휘어져 가는 지리산의 능선들. 그 너머로 이어지는 장대한 산그리메...
V자 협곡에 선 산새님~
삼각고지 갈림길의 안내목. 우리는 연하천산장에서 늦은 아점을 먹고 다시 이곳으로 와서 음정마을 방면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그리고 음정마을 방면으로 가다가 도솔암으로 빠지는 삼거리 샛길을 따라 도솔암에 들른 후 음정마을로 내려설 계획이다,
연하천산장의 전경~
조용한 연하천산장 앞에서~
물맛이 기가 막히게 좋은 연하천의 샘~
바닥 아래가 반짝 거려서 뭔가 싶어서 내려다 봤더니 헐~ 어제 내렸던 우박과 썰려나간 나뭇잎들을 한데 모아 놓았다.
새삼 어제 오후에 내린 폭풍우의 위력을 실감하였다..
도솔암 가는길에 만난 작은 버섯의 유생~ 무슨 버섯인지는 모르겠으나 색깔이 이뻐서 찍어 보았다.
산죽밭 안에 은밀히 지어놓은 멧돼지 새끼들의 둥지~ 여기서 만약에 어미를 만났으면 난 듁었다..
흠~ 이건 딱다구리의 짓이 분명한데...
자연의 오묘함~ 고목 나무안에 작은 스머프들의 마을이 들어서도 될거 같다. ^^
오랜만에 다시 찾은 도솔암~ 높고 깊은 산속의 고저넉함이 느껴지는 사찰이다.
꽃잔디도 화사하게 피어나고...
스님들께서 어디 마실이라도 나가셨는지 사찰이 조용하다 ~ 우리들도 조용히 소곤 거리며 사찰 내부를 둘러본다.
나무통 속의 작은 정원~
통나무 홈통을 따라 흘러 내려가는 맑은 물을 바가지 한가득 떠서 마셔본다. 캬! 이 청량감이란...
부처님 감사합니다~~
도솔암의 맑은 물을 시식하는 마카님~
산새님도~
평화로운 한낮의 햇살 아래 포즈를 잡은 두 분~
웃고있는 저 시커먼 친구는 누규여?? ㅋ
도솔암에서 음정으로 내려서는 샛길을 따라 약 40여분 내려서니 음정마을에서 올라오는 작전도로와 만난다.
이제 고생은 끝난셈이다. 편안한 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작전도로의 입구가 나온다.
마지막 작별 인사라도 하듯이 길 바로 위쪽에서 맷돼지 한마리가 거친 포효를 터뜨리며 나타나더니 이내 사라진다.
산행코스=(29일)음정마을~작전도로~벽소령산장(1박~약6km)
(30일)벽소령산장~삼각고지~연하천산장~삼각고지(음정마을 코스)~도솔암 삼거리~도솔암~작전도로~음정마을(약10km)
어머님의 품처럼 푸근했던 지리산에서의 하룻밤이었다. 언제 또 오려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그리고 오늘 지리산에서
느꼈던 행복감은 아마 절대 잊을수 없을거 같다. 꿈같은 산행을 함께 해준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 어이~ 잊어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지리산아~ 내 다시 오리니..
첫댓글 완전 꽃밭에서 놀았구만!~ㅎ
시커먼스가 아직도 이쁜 아짐씨들 초대를 받을 정도라니!~ㅋㅋ
그날 대구도 비는 안오고 오만상 천둥 번개가 요란했드랬는데
지리산은 우박까지 내린 모양이네요!~^^
벽소령은 오래전 성삼재에 차를 새아노코 천왕봉까지 왕복 종주를 하다
벽소령 근처에서 쥐가나가 다리를 질질끌미
벽소령 산장 입구 빨래줄(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네요)에 다리를 걸어노코 한참
고통을 참았던 기억이!~ 그 넘의 기록이 뭔지!~ㅠ
즐거움이 묻어나는 지리산의 일박 여행 즐감함미다!~^&^
시커먼서가 아름다운 두 여성분을 모시고 아주 행복하게 지리산을 다녀왔습니다 ^^
벽소령 산장에서 경험한 폭풍은 색다른 경험이었네요.
하긴 산에서는 온갖 일이 다 일어 나니까요.
그게 자연과 산이 하는 일이죠. ㅎㅎ
전 예전부터 목적 산행을 거의 해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연과 더불어 관조하는 산행이 참 좋더군요..
벽소령 산장은 새로이 단장을 마쳐 아주 깨끗하고 아늑했습니다.
노고단 산장도 새로이 잘 지어 놓았다고 해서 담에 가볼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산장에서의 일박이 참 즐거웠고 가 보지 않은 미지의 산길을
따라가는 즐거움 또한 남달랐던 지리산 산행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