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2년 박정희 정권은 폭압으로 국민과 야당을 위협하고 유신헌법을 제정한다. 유신헌법은 영미헌법을 답습한 나라에서 유사한 사례 조차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독재헌법이었다. 한마디로 유신헌법은 자유민주정신을 철저히 유린하는 ‘개망나니’였다.
박정희식 '본때 정치'의 절정, '대통령긴급조치'
대통령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고 국회의원 3/1과 모든 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헌법을 고쳤다. 유신헌법은 광포한 독재자 박정희의 집권을 연장시켜 주는 도구에 불과했다. 결국 그는 ‘개망나니 헌법’을 통해 ‘절대군주’로 군림하게 되지만 그의 영화는 이후 7년도 채 연장되지 않고 결국 부하가 쏜 총에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서슬 퍼런 독재 칼날도 양심의 소리를 다 잘라낼 수는 없는 법이다. 목숨 걸고 민주와 독재타도를 외치는 ‘민주 양심’을 향해 박정희는 ‘대통령긴급조치’를 발동한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을 지켜내기 위해 동원된 악랄한 ‘조폭’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대통령긴급조치'는 유신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동원한 '조폭'이나 다름없었다.
1974년 1월 8일 오후 5시에 발동된 ‘긴급조치 1호’의 내용은 이러했다.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거나 반대하고 왜곡하는 행위를 일절 금하며,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행위를 불허하며, 이를 위반한 사람은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하고 구속, 수색할 수 있다.> ‘긴급조치’를 알아 듣기 쉽게 한마디로 얘기해 보면 <정권을 반대하고 비판하면 초법적 권한을 동원해 처벌하겠다> 뭐 이런 게 된다.
‘긴급조치’를 발동한 직후 박정희는 민주양심 세력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천인공노할 ‘음모’를 꾸민다. 이른바 ‘민청학련사건’. 이로 인해 수많은 ‘민주양심’이 빨갱이가 되고, 종북주의자가 되고, 북한체제를 찬양한 매국노가 되어 철창에 갇히고 만다. 김지하, 이철 선생 등 7명에게는 사형이 선고됐다.

'긴급조치'를 통해 박정희 정권이 민주양심 7명에게
사형을선고했다. 선고한 형량은 도합 1650년 이었다.
박정희 독재의 ‘본때 정치’ 상징인 긴급조치를 근거로 박정희가 민주양심에게 선고한 형량은 도합 1650년이었다. 긴급조치는 박정희가 비명횡사한 이후 발동 된지 5년 7개월이 지난1979년 12월 8일, ‘긴급조치 9호’를 끝으로 해제됐다.
영원히 역사의 ‘무덤’ 속으로 들어간 줄 알았던 ‘긴급조치’가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관속에 잠자던 ‘유신의 흡혈귀’가 다시 뚜껑을 열고 나오려 하고 있다.
무덤 속에 잠자던 '긴급조치 흡혈귀', 다시 부활하나?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 게시판이나 카페 등에 올라온 글을 정부 일방적으로 삭제할 수 있도록 방안을 추진중이란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한반도에 긴장상황이 발생하면 포털업체들로 하여금 게시판이나 카페·블로그에 올려진 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부기관이 허위라고 신고한 글은 방통심의위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정부가 인터넷 구글을 탄압하자 북경의 한
시민이 중국 구글지사 간판에 헌화하고 있다.
‘온라인’ 영역에 긴급조치’를 발동하겠다는 얘기다. 이미 실행단계까지 와 있단다. 인터넷자율정책기구, 포털업체 관계자들과의 협의도 끝낸 상태이고 대통령과도 이미 논의된 사안이란다. 방통위는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회교란 목적으로 인터넷에 유포되는 명백한 허위사실과 유언비어에 대한 민간 자율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긴장상황에서 사회교란을 목적으로 하는 글’을 삭제하겠다지만 ‘잣대’가 문제다.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까지 배제하고 ‘별도’의 심의기구를 만들겠다니 또 문제다. ‘긴장상황’, ‘사회교란’ 등을 판단하는 주체가 정부라니 이건 더 큰 문제다. 정권의 자의적 판단이 ‘잣대’가 될 게 뻔하다. 박정희 시절 ‘긴급조치’와 참 많이 닮아 있다.
이명박 정권, 인터넷 사전검열 무단삭제 제도화 추진
이런 ‘온라인 긴급조치’가 발동되면 예전의 ‘쇠고기 촛불집회’ 같은 경우, 정부에 의해 ‘긴장상황과 사회교란’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될 것이 분명할 것이고 따라서 온라인 상에 올라오는 비판적인 글은 얼마든지 무단삭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천안함, 연평사태, 한미FTA 중요 현안에 대해
'말 바꾸기', '밀실 회담'으로 국민 따돌려 놓고
정부 비판 글은 듣기 싫으니 삭제하겠다는 정부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명박 정권의 주관적 판단기준에 따라 온라인을 사전 검열하고 정권의 입장과 차이가 있는 글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겠다는 게 정부의 ‘꼼수’인데 절대 안될 얘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긴장상황 때 정부기관이 명백한 허위라고 신고한 글에 대해서만 심의 없이 삭제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단다. 웃기는 얘기다. 미국 쇠고기 협상, 천안함, 연평사태, 한미FTA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말 바꾸기’와 ‘밀실 회담’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묵살한 정부가 어찌 이런 말은 내뱉는지, 황당할 따름이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에게 모든 판단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래서 인터넷 공간이 필요한 거다.
'용납의 범주'가 어느 수준은 돼야 제대로 된 '민주사회'인데...
방통위 관계자는 또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사태 때 '예비군 동원령 발령'이란 허위 내용의 유언비어가 인터넷 게시판과 이동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퍼져 사회불안을 증폭시킨 사례”와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참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생각이다.
사회규범과 관습, 사회인식과 상식을 벗어나는 주장도 있기 마련인 게 민주사회다. ‘용납의 범위’가 어느 정도는 돼야 비로소 제대로 된 민주사회다.
세상과 사람은 보이는 우산 색깔 보다 더 다양하다
찢어졌어도, 모양이 흉해도 그냥 하나의 우산으로
인정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함부로 우산을 흔들어 옆 사람을 좀 불편하게 만드는
버릇이 있는 사람도 이해해줄 줄 아는 '관용'이 필요하다.
‘예비군 동원령 발령’ 해프닝이 약간의 혼란을 야기시켰다면 이번을 교훈삼아 군 당국이 예비군 동원관리 체계를 강화하면 될 일이다. 이쯤 가지고 ‘온라인 긴급조치’를 발동하겠다고 하다니, 침소봉대도 유분수라야 따질 가치라도 있는 법이다. ‘온라인 긴급조치’ 발동을 위해 찾고 찾은 구실이 겨우 ‘예비군 동원 해프닝’이란다.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바보들의 행진’이 정부 정책이라고 활개를 치려나 보다.
'바닥 민의'인 온라인 숨통 끊겠다? 정말 밴댕이 정권이다!
정권이 몰락기에 접어 들면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비판 의견에 대해 물리적인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현상이다. 이명박 정권 스스로가 이미 몰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온라인 긴급조치’라는 방식으로 대신 얘기해 주는 셈이다.
박정희식 ‘긴급조치’가 관 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온라인 사전검열과 무단삭제’라는 ‘긴급조치 10호’ 발동이 얼마 남지 않았단다. 박정희 ‘긴급조치’ 보다 덜 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고문 당하고 철창에는 갇히지 않는다해서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보다 덜 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정부를 견제하는 ‘바닥 민의의 장치’인 ‘온라인 비판’이 숨통 끊어지는 것 또한 매우 중차대한 일이다.
정말 고약한 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