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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연휴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일요일이지만, 완료할 때쯤에서는 새로운 한주의 시작이 되겠네요.
오늘은 그간 제가 가졌던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된 날입니다. 통신사의 전자책 마케팅을 담당한 협력업체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자책 시장에 대해서 통신사들은 이전부터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KT는 이미 먼저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했고, SKT는 텍스토어 플랫폼을 통한 간접 참가 형태, 혹은 여타 전자책 전용 단말기 업체와의 수 많은 미팅등 물밑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과거 텔레콤 시절에 인터파크의 비스킷 서비스를 위한 MVNO MOU를 서로 나누기도 했지요.
통신사들이 왜 이 시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현재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본래는 담당자 분께서 저에게 도움을 청하셨다고 하셨지만, 답변을 드리고 주고 받는 사이에 저 역시도 소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회를 주셨던 P님에게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글은 질문에 대해 제가 답변을 드리는 형식으로 기술하겠습니다.
이 글은 전적으로 한 출판사에 속한 사람의 시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과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1. 전자책 시장의 가능성?
- 상당히 광범위하고 스케일이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다만, 음반과 영화가 이미 디지털로 이양된 상황에서 책은 제외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책이 가지는 물질적 가치 즐거움(흔히 말하는 책의 손맛, 레이아웃 심미성 등)을 들어 디지털 화에 대한 부정(?)을 하실 수도 있지만, 이미 음반 시장이 LP에서 CD로 다시 MP3로 전환된 사례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저항성은 의외로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일부 고수하는 이들도 극한적인 매니아층에 한정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이것은 대중매체와 콘텐츠가 가지는 대량 소비적인 특성을 위한 효율화 추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콘텐츠가 가지는 본질에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게 현재의 트렌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전자책 시장의 가능성은 그렇기 때문에 크다고 봅니다.
2. 전자책 시장에서의 주 소비층은?
- 아마도 관계자분들이 초기에는 얼리어뎁터를 주 소비층으로 겨냥했던걸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그 분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전자책 단말기라는 디바이스였지, 전자책 콘텐츠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점은 네이버 이북카페의 과거 글들을 살펴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디바이스를 구입했으니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구입보다는 소위 어둠의 루트를 통한 공짜를 더 선호했습니다. 그리고, 그마저도 곧 관심이 시들해져서, 단말기를 팔고 떠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자책 시장에서의 주 소비층은 종이책 독서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자분들에게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발언이겠지만, 결국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전자책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구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이책의 감성을 재현하지 못한다는 단점은 분명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든 내용입니다.
한국에서 책을 많이 읽는 축에 드는 분들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읽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분들 개인이 구입하시는 책 수량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독서 인구는 얼마나 될까?
-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책 판매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독서 인구가 줄어 드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읽는 행위를 중단하거나 줄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리딩(reading)의 대상이 책에서 인터넷등의 다른 매체로 이동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지금도 우리는 포털의 기사나 인기 블로거의 글을 읽고 있습니다.(이 글 역시 그러한 리딩 행위로 받아 들여질 것입니다.) 그러한 것들을 기존 종이책과 함께 eBook이라는 교집합으로 묶을 수 있다면, 독서 인구는 적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앞서 말씀드린 책(종이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들이 구입하는 도서 구입량과 금액은 생각보다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자책이 지향해야 할 점은 바로 어떤 식으로든 읽는 사람들을 만족할 만한 콘텐츠 제공이 될거라고 봅니다.
4. 그럼에도 현재 웹은 글보다는 이미지와 멀티미디어 중심이다. 웹에서 리딩(Reading)의 요소가 사라졌다고 보는가?
- 말씀하신대로 상당수 블로그나 웹 게시 콘텐츠에서 글보다는 이미지, 동영상 중심으로 변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역이 줄었다고 해서 글 자체가 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걸 텍스트 요소가 사라졌다고 보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질문하신 부분과 합쳐서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읽는 행위를 줄였다기 보다는 읽는 방법과 트렌드가 변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어쩌면 전자책은 기존의 리딩요소 뿐만 아니라, 쇼잉(이미지, 멀티미디어 요소 포함)과 플레잉(SNS 연동을 통한 의견 교환을 유희적으로 시도)까지 아우르게 되었거나 가느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5. 전자책은 그러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왜 현재 제대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 세간의 평과 달리 성장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저희쪽 매출을 살펴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유통사인 교보의 경우는 전년대비 세자리 수(자세한 수치는 업체 사정상 밝히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를 기록했다고 담당자에게 들었습니다.
작은 시장이기에 성장률이 가파르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재 교보의 전자책 매출은 타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출판사에 지급되는 판매 정산 내역을 타사와 비교해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입니다.
일전에도 지속적으로 말씀드렸지만, 교보는 이 시장에서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해왔습니다. 여타 다른 업체들이 일단 뛰어 들고 보자는 것과는 다릅니다.
6. 교보의 이러한 성장 원동력은 무엇인가?
- 결국 콘텐츠입니다. 제가 회사에서 듣기로는 2008년도에 교보에 그 시절 신간까지 모두 제공했다고 들었습니다.(즉, 출판사가 신간 제공 의지가 없었다는 말은 적어도 길벗에서는 통용되지 않습니다. 현재는 교보와의 입장조절 상태로 콘텐츠는 KPC를 통해 타 유통사들에 제공됩니다.) 이렇게 제공된 콘텐츠량은 상당히 광범위한 롱테일 판매 현상을 보입니다. 종이책 매출이 뛰어나지 않았던 책들이 매출의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끝이 안보이는 롱테일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의외다. 전자책 매출의 상당수는 베스트 셀러나 신간에 있다는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다.
- 출판계에서 이런 말이 있더군요. 베스트 셀러를 낸 출판사는 반드시 망한다. 우스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베스트 셀러에 판매에 의한 손익 분기점을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전자책 뿐만 아니라 종이책 시장 역시 신간과 베스트 셀러 못지 않게 소위 스테디 셀러라는 구간 판매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자책은 그 특성상 재고와 제작 부담에 따른 절판 필요성이 줄기 때문에(단, 콘텐츠 수명에 따른 절판가능성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윈도98 무따기 전자책은 사실상 지금 필요가 없는 것처럼) 훨씬 더 긴 구간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롱테일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점에서는 한 종수의 판매량이 매우 미비해 보입니다. 그러나, 2008년까지 길벗에서 출간된 책들이 그런식으로 판매된다고 생각해 보면, 상당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전자책 시장은 종이책에 비해 1%정도에 불과합니다. 얼마전 브리다의 전자책 판매부수가5,000부라는 발표가 있었는데, 종이책은 무려 10만부가 팔린 것으로 압니다. 종이책 판매 부수 대비 5%를 기록한 셈입니다. 아울러, 이제까지 가장 많이 전자책 타이틀로 기록될 정도로 이 시장이 작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신간이나 베스트 셀러의 의한 매출 점유율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8. 그럼, 현재 서비스되는 전자책이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 통신사가 이 시장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전자책 콘텐츠를 수급할 수 있는가?
- 복제 가능성, DRM 비호환성, 정산 문제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제 생각에는 단 하나입니다. 출판사의 권익을 보장해 준 서점은 한 곳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여러 서점들이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출판사에 제시한 조건들은 상당히 받아 들이기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또한, 그러한 수치 제시가 과학적이고 데이터적인 산출 근거는 전무한 상태로 일방적인 통고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은 많은 부분 바뀌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콘텐츠 제공자인 출판사를 납득시킬 만한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깜냥인지 모르겠지만 출판사들에게 종이책 정가 대비 60% 공급가를 보장해 준다면, 그 유통사는 다른 서점들을 컨텐츠 량에서 압도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출판사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9. 60%라는 수치의 의미는 무엇인가?
- 통상 종이책들은 정가 대비 60%의 공급가를 가진다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10,000원에 판매되는 종이책을 출판사는 6,000원에 서점에 납품하는 셈입니다. 물론, 최근 할인율에 의해서 이 공급가는 더 낮춰질 수 있습니다. 판매가를 낮추기 위해서 유통사는 마진율을 보장받기 위해 출판사에 낮은 공급가를 권고합니다.
그리고, 현재 전자책 시장에서 유통사가 제시하는 전자책 정가는 종이책 대비 60%선이며, 공급가는 40%선입니다. 즉, 6,000원 짜리 전자책을 출판사는 4,000원에 공급하는 셈입니다. 유통사들 입장은 정가는 그 정도 선을 유지해야 독자들이 구입할 것이며, 자신들은 20% 마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에 옳은지 아닌지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유통사에서 일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6,000원이 보장되지 않으면, 전자책 제작과 공급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전에도 제 블로그에 밝혔다시피 전자책의 디자인과 편집은 종이책과 또 별도로 인력이 투입되는데, 이것은 종이책 작업에 거의 비견되거나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전자책 판매 부수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그 이하의 공급가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다 시피 1%의 시장에서 그러한 공급가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추후 콘텐츠 수명에 따른 판매 정가의 할인율이 적용될텐데, 그에 따라서 공급가 하락 협의는 출판사도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황입니다.
러프하게 말씀드리자면 유통사가 요구하는 4,000원 공급가를 가질 경우 우선 저자 인세비가 종이책 정가 대비 10%인 1,000원 정도 제하고 시작하면 이미 그 선에서 게임이 끝난다는 점입니다.
10. 전자책의 저자 인세비가 그 정도로 높은가?
-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그리고 저 역시 출판사로 들어오기 전에 걱정하고 의문을 가졌던 부분입니다.) 것중 하나는 저자 인세가 전자책에서는 줄 거라는 우려입니다.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판매량이 적기 때문에 맞는 말이지만, 권당 인세는 종이책과 거의 비슷합니다.
왜냐하면 표준 출판 계약서 상에 전자책에 대한 명시 사항(표준 전송권 계약)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행된지는 꽤 되는 걸로 들었습니다. 세간의 평과 달리 출판사는 이전부터 준비했던 부분입니다. 출판사에 따라서는 저자에게 %관계없이 종이책과 동일한 인세 지급이라고 계약하는 곳도 있습니다.
11. 다시 전자책 가격 이야기를 하자. 현재 유통사는 7:3으로 출판사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가?
- 7:3은 맞는데,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 정가 대비 7:3입니다. 다시 10,000원짜리 종이책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유통사가 권고하는 6,000원짜리 전자책 정가에 7:3을 적용해 보면, 공급가는 4,200원이 됩니다. 종이책 대비 42%선입니다. 먼저 제시한 40%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상당수 유통사들이 전자책 정가를 출판사에게 위임한다고 하지만, 종이책 대비 60% 선으로 유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60% 공급가를 보장해 주는 업체가 여러 출판사의 호의를 얻고, 종국에는 콘텐츠 수급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할 것이라 봅니다.
참고로 출판사에서 제시한 전자책 정가는 종이책 대비 70%~80%입니다. 유통마진 10~20%선입니다.
12. 그러나, 그렇게 비싼 가격에 전자책을 사 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종이책을 더 볼 것 같다. 종이책 할인율도 그 정도 선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 단권으로 봤을 때 그렇습니다. 그러나, 책 한권이 아닌 여러 권을 사게 될 경우 세이브 되는 금액은 상당할 것입니다. 할인율을 들 수도 있겠지만, 도서 정가제에 의해서 일정 기간 동안 (14개월인지 16개워인지 제가 잊었네요...-_-a)책 할인율은 10%를 넘을 수 없습니다. 또한, 출판사의 의지에 따라서 할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은 책을 비롯해서 콘텐츠는 TV나 MP3플레이어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는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LG나 삼성이나 품질이나 기술에서 큰 차이를 내기 힘든 공산품과 다르다는 점입니다. 같은 소재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마다 아이덴티가 확실합니다. 실제로 저희 회사의 콘텐츠 중 하나인 "소설로 배우는 주식투자"는 이 가격 정책에 의해 판매되는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전자책 정가가 9,000원이지만 매달 꾸준히 판매되고 있습니다. 즉, 가격이 싸다고 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아예 무시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닙니다만. 저렴한 가격에 의한 판매 급상승이 도움이 된다면 500원짜리 전자책(실제로 있습니다.)이 베스트 셀러에 올라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브리다가 5,000부 판매한 시장입니다. 만약, 그 판매 부수를 넘은 싼 가격 콘텐츠가 있다면 유통사는 한 번 공개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실제 판매 부수에 의한 수익을 가늠한다는 측면에서도, 시장에서 독자들이 생각하는 가격 저항선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도 말이지요.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현재 이루어지는 책 전반의 할인율은 결국 서점과 출판사 모두에게 힘든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 인터넷 서점 MD는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누군가 하나(서점)는 죽어야 한다."
많은 서점 유통사들이 킨들 모델을 운운합니다. 9.99달라 전자책이라서 잘팔린다고. 많은 것을 간과한 말입니다.
첫 번째, 현재 9.99달라 정책은 사실상 명목을 상실했습니다. 킨들 전자책 가격 상당수가 기존보다 높게 책정되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9.99달라 시절. 지금도 그럴지 모르지만 출판사에서 거의 기존 종이책 출고가(공급가)에 받아서 손해 보면서 판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었습니다. 만약, 국내 업체들이 킨들 모델을 주장한다면, 그렇게 했어야 합니다.
세 번째, 킨들의 강점은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보다 쉬운 전자책 구입 방법 제시와 N스크린을 통한 여러 단말기에서 봤던 페이지를 그대로 이어볼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의 제공이었습니다.
국내업체들(유통사 출판사 모두 포함)들이 가격 할인, 저렴한 가격 외에 별다른 콘텐츠 차별성과 판매 프로모션 전략을 개발하지 못한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3. 결국 욕심을 줄이는 유통사가 유리할 것이라는 입장인가?
- 그렇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 기존 공급가를 보장해 준다는 것은 상당히 솔깃한 제한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판매 프로모션에 대한 개발도 시급합니다. 현재 전자책 판매를 위한 서점들의 프로모션 방법은 기존 종이책과 별 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규모 면에서도 종이책에 비할 수가 없습니다.
텍스토어는 조선일보라는 언론 매체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여러가지 흥미로운 마케팅 방법들을 제시해 준적이 있습니다. 상당히 인상 깊었고, 솔깃한 구석이 많았습니다. 그에 비해 다른 유통사들은 이러한 마케팅이나 판매 전략에 대한 대안이 많이 부족합니다.
유통사가 제안하는 판매가와 공급가가 현실화 되려면, 결국 전자책이 많이 팔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마케팅과 판매 전략이 필요한데, 이러한 뒷받침없이 우격다짐으로 숫자를 제시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판매 정가를 임으로 높게 올린다거나(종이책 가격과 동일하게) 공급한 전자책을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전자책 시장이 작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부분이지만,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14. 말씀한 이유들 때문에 일부 대형 출판사는 독자적인 전자책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희도 고려는 해 봤지만, 예를 들어 길벗의 콘텐츠만 있는 전자책 서점에만 오려는 독자가 얼마나 될까요? 그보다는 다른 출판사 콘텐츠도 모두 제공하는 서점 유통사 사이트나 App.을 이용하는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아니, 그보다 그렇게 각자 출판사 마다 독립적인 전자책 판매 플랫폼을 만들 경우 독자들의 불편함은 너무도 큽니다.
그것은 유통사와 출판사를 대립 관계로만 보기 때문에 나온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서로 도와야만 하는 시점입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출판사는 그런 이들과 함께 책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유통은 유통을 하는 회사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15. 다른 이야기를 하자. 전자책 시장이 본격화 된다면 신문, 잡지는 어떻게 될까?
- 기존 서점들과 함께 매우 어두운 길을 걷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 포털에서 디지털화된 신문, 잡지 기사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별도의 디지틀 매체인 전자책이나 App.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신문이나 잡지는 콘텐츠의 집적도에서는 포털과 같은 인터넷에 비해 앞서지만, 단행본 출판물에 비해서는 뒤집니다. 속보성에서도 이미 인터넷에 뒤진지 오래입니다.
서점들은 앞서 말씀하신 출판사 독단의 플랫폼 구축이 가능할 정도로 유통 시스템 구축 진입 장벽이 낮아 졌습니다. 물론, 실제 판매를 위한 제반사항과 운영은 별도입니다만. 이 말은 출판사 외에 예컨대 귀사의 의뢰사인 통신 업체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애플이라는 제조업체는 이미 아이북스 스토어를 가지고 있고, 킨들의 점유율을 부쩍 따라 잡고 있습니다.
서점들이 판매 전략을 시급하게 개발해야 한다는 건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만약이라는 가정에 불과하지만, KT나 SKT, LGU+들이 앞서 말씀드린 공급가 보장을 출판사에 약속한다면, 콘텐츠 수급에서 분명 우의를 점할 것이고, 그에 따라서 판세가 크게 변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들은 전자책 시대가 빠르던 늦던 분명 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작년까지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만 있었다면, 금년에는 대다수가 분명 온다. 고로 생존을 위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게 맞물린다면 저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16. 1인 출판, 전자책 오픈 마켓이 활성화 된다면 출판사는 어떻게 될까? 통신사 내부적으로는 1인 출판을 기반으로 한 오픈 마켓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과 보다 많은 출판사를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통신사가 선택할 부분은 어디라고 보는가?
-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이거 아니면 저거. 꼭 단일 선택지만 골라야 한다는 점. 제가 보기에는 양자 모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 버는데 이 방법 저 방법 따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오픈 마켓, 1인 출판, 인디 출판사들은 독립 영화와 같다고 봅니다. 그에 반해, 기존 출판사들은 메인 스트림 영화사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메인 스트림 영화사들은 흔히 블록 버스터 혹은 네임밸류 높은 배우나 감독을 기용하는 비교적 규모 있고 짜임새 있는 기획력으로 갑니다. 반면에 독립 영화는 메인 스트림이 할 수 없는 기획 소재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없이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독립 영화의 시각이 직간접적으로 메인 스트림 영화계에 영향을 주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니까요.
책 시장... 전자책 시장도 같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사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봅니다. 특히나 전자책 시장은 기존 종이책 시장에 비해서 그러한 풍부한 스펙트럼과 분야 생성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는 교보 문고에서 DVD를 구입했습니다. 아이다호와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 달콤한 인생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혜택은 이렇게 잊혀졌거나 소수 취향인 콘텐츠 접근성을 이전시대보다 높혀 줬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무한대에 가까운 롱테일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콘텐츠 축적량이 필요하고, 그것들이 한권 한권 판매된 총 수량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17. 그러고 보니 회사 웹진 기고글 프로필에 프로레슬링과 TRPG에 관한 책을 내고 싶다고 적었다. 이것도 관계있는 것인가?
- 맞습니다. 두 분야는 사실 굉장히 마이너하고 세분화된 독자층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기존 종이책 수단으로는 접근이 매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손익 분기점을 지금보다 끌어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전자책으로의 접근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종이책 시장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전자책이 보조적인 수단이며, 이에 따라서 제작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적습니다. 그러나, 전자책이 그 위치를 벗어나는 시점에서는 가격이나 제작 방법, 접근성은 달라 질것이라 봅니다.
18. 다른 이야기지만, 상당히 흥미롭다. 프로레슬링을 책으로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또, 관심가지는 이유는?
- 야구나 축구를 재미있게 즐기려면 규칙이나 기술등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프로레슬링은 현재 그러한 것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기술은 상당히 다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가지 복잡한 룰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알려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프로레슬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 봅니다.
또한, 다음에 컬럼을 쓰시는 성민수 해설위원(케이블에서 WWE 해설을 맡고 있음)의 글은 매우 이례적이고 유니크합니다. 예전에 한창 프라이드 단체와 여러 단체가 잘 나가는 시절에, 여러가지 경제 지표나 데이터등을 들어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으셨는데, 그게 현재 대부분 맞았습니다.
한국내 프로레슬링의 문제는 이러한 사업적인 시각에 대한 분석이 이제까지 전문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엔터테인먼트(프로레슬링은 쇼 맞습니다. 그러나, 유치한 쇼가 아니라 인생의 축소판과 같습니다.)의 사업성, 전망, 발전사에 대해서 다른 분야에서도 참고할 만한 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맺으면서...
출판사에 소속된 입장이라서 그에 대변되는 이야기가 주로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아울러, 제가 출판사에 입사한 경력이 짧다 보니,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은 받아 들이겠습니다.
다른 부분엣 활동하시는 분들의 입장은 또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게시된 글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언제라도 건전한 비판과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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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탐정 이광희
1. 블로그: http://blog.daum.net/jijabella
: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jijabella
: http://redmangel.tistory.com/
2. 트위터 : http://twitter.com/RedmAngel
3. 페이스 북 : http://www.facebook.com/redmangel
4. eBook (슬플때면... 그래서, 가끔 나는 하늘을 본다.)(Under the Rain)
- 스매시워드 (2.99USD) : http://www.smashwords.com/books/view/18446
첫댓글 헐~~ 이광희 대리님 글이~~~ ㅡㅡ;
헉 ~!! 그냥 눈팅하다가 퍼왔는데 ~!! 차장님이 아시는 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