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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別歲)
묵은 해(歲)를 정성스레 전별 보내려는 것(別)으로, 한 해를 보낸다는 말이다. 전하여 사람의 죽음을 말하기도 한다.
別 : 헤어질 별(刂/5)
歲 : 해 세(止/9)
(유의어)
경신수야(庚申守夜)
수세(守歲)
출전 : 쇄쇄록(瑣碎錄),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外
한 해를 보낸다는 말이다. 섣달 그믐날 밤에 집안 곳곳에 불을 밝히고 잠을 자지 않는 풍속이다. 섣달 그믐밤을 날밤으로 새우는 풍속은 묵은 해를 지키기 위한 것(守)이라 했고, 또는 묵은해를 정성스레 전별 보내려는 것(別)이라 했다. 또한 사람의 죽음(別世)을 말하기도 한다.
중국 송(宋)나라 때 온혁(溫革)의 쇄쇄록(瑣碎錄)에 “섣달 그믐날 밤에는 신불(神佛) 앞이나 마루, 방, 변소 등에 새벽까지 불을 밝혀 집안에 광명을 주었다.”라고 하였고,
맹원로(孟元老)의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에는 “섣달 그믐날 밤 사람들이 집에서 화롯가에 둘러앉아 아침이 되도록 자지 않는데, 이를 수세(守歲)라 하였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중국 촉(蜀)나라 풍속을 기록한 대목에 섣달 그믐날 잔치를 베풀어 술과 음식으로 서로 맞이하는 것을 별세(別歲)라 했고, 밤에 불을 밝히고 자지 않는 것을 수세(守歲)라 하여 이 풍속이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였다.
관련 속담으로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굼벵이가 된다',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 등이 있다.
송(宋)나라 때 대문장가 소동파(蘇東坡; 蘇軾)는 촉(蜀)땅의 풍속인 별세(別歲)를 이렇게 노래했다.
별세(別歲) / 소식(蘇軾)
故人適千里, 臨別尚遲遲.
오랜 친구가 천리 길 떠나려 할 때,
이별을 하려하니 차마 발길 떨어지지 않네.
人行猶可復, 歲行那可追.
사람이야 갔다가도 다시 돌아 올 수 있지만, 가는 세월은 어찌 쫓아 갈 수 있는 가.
問歲安所之, 遠在天一涯.
세월에게 물어보세! 어디로 가느냐고, 거기는 멀리 저 하늘 끝이라네.
已逐東流水, 赴海歸無時.
이미 동으로 흐르는 물을 따라가니, 바다로 들어가면 돌아오는 때를 모른다네.
東鄰酒初熟, 西舍彘亦肥.
동쪽 이웃집 술도 잘 익었고, 서쪽 집에 돼지도 살이 토실토실 해졌다네.
且為一日歡, 慰此窮年悲.
잠시 오늘 하루라도 즐기면서, 다 지나가려는 이 해의 슬픔을 위로하세.
勿嗟舊歲別, 行與新歲辭.
묵은 해 가는 것 탄식하지 말게나, 새 해가 와도 이별 할 날 또 오는 것이네.
去去勿回顧, 還君老與衰.
가고 가면서 뒤돌아보지 말게, 그대에게 노쇠(老衰)만 주니 어서어서 가시게.
별세(別歲)
人行猶可復 歲行那可追(인행유가복 세행나가추)
사람은 떠나도 다시 돌아올 수 있지만, 세월은 떠나면 어찌 쫓아갈 수 있으랴?
송대(宋代) 소식(蘇軾)의 ‘별세(別歲)’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의 고향 촉 지방에는 연말이면 가까운 사람끼리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궤세(饋歲), 술자리를 벌여 한 해와 작별하는 별세, 제야를 지새우는 수세(守歲) 풍습이 있었다.
막 과거에 급제해 멀리 지방관으로 근무하던 소식은 연말이 되자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궤세’, ‘별세’, ‘수세’ 세 편의 시를 지어 동생 소철에게 보냈다.
시인은 노래한다. 먼 길 가는 친구는 아쉬움 때문에 작별할 때는 걸음이 더욱 더뎌지는데 세월은 그렇지가 않다. 게다가 사람은 멀리 떠나도 다시 돌아올 기약이나 있지만, 세월은 한번 가고 나면 끝이다. 어디 가는지 물어보아도 저 멀리 하늘가라고 답할 뿐, 물결 따라 바다로 가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냥 오늘 하루 즐겁게 술이나 마시며 한 해를 위로하자. 묵은해 보낸다고 탄식하지 말고 새해를 맞아 새 인사 나누자. 세월을 의인화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명시다.
어릴 때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는데 지금은 시간이 왜 이리 빨리 흘러가는 것일까. 새해를 맞으며 희망찬 계획을 짤 때가 엊그제 같은데 특별히 이룬 것도 없이 올 한 해도 저물어간다.
내 나이도 이제 남은 날이 지나간 날보다 훨씬 적은데… 이런 생각들이 밀려올 때는 아쉬움과 더불어 조급함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 나는 술로 달래기 보다는 차분히 눈을 감고 명상한다. 그래, 강물이 밤낮없이 흘러가듯이 시간도 매 순간 흘러가는 것이니 연말이라고 해서 특별히 아쉬워할 것은 없다.
그보다는 오늘 하루에,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지금 여기 나에게 주어진 행복을 만끽하자.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별세(別歲)
높은 사람의 죽음을 별세(別世)라 하는 것이 익어서인지 한 해와 이별하는 별세(別歲)는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모두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이라 경건해야 마땅한데 연초 새해를 맞으면서 거창한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일수록 성취도 없이 벌써 열두 달을 모두 보냈는지 허탈해한다.
섣달그믐날 밤, 제야(除夜)가 지나는 것을 안타까워 하며 우리 선조들은 여러 가지 행사를 가졌다. 집안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가족이 둘러앉아 밤을 새우는 수세(守歲)가 그것이다.
묵은해를 지키는 것이 수세(守歲)이면 지나온 해를 정성스레 이별하는 것이 별세(別歲)이니 결국 같은 말이다. 순우리말로는 해 지킴이다.
속담에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거나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굼벵이가 된다'란 말이 있다.
섣달 마지막 밤을 부엌이나 곳간, 장독대 등에 불을 밝히고 가족끼리 둘러앉아 밤을 새우는 것은 부엌귀신인 조왕(竈王)이나 몸속의 삼시충(三尸蟲)이란 벌레의 해코지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조선 후기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지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이러한 세시풍속이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여기에는 섣달그믐 밤의 여러 행사가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왔다고 하고, 연원은 중국 촉(蜀)나라 풍속에서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서로 맞이하는 것을 별세(別歲), 밤에 불을 밝히는 것을 수세(守歲)라 한다는 데서 찾는다.
송(宋)나라의 대문장가 소식(蘇軾)은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삼소(三蘇)로 불린다. 그가 고향 촉 땅의 연말 선물을 주고받고, 술자리를 벌이는 풍속에 대해 '별세(別歲)'란 제목의 시를 남겼다.
막 과거에 급제하여 먼 지방에서 근무하던 때라 더욱 고향 생각이 났다. 첫 연에는 '사람이야 갔다가도 다시 돌아 올 수 있지만, 가는 세월은 어찌 쫓아갈 수 있으랴(人行猶可復 歲行那可追)'라는 구절이 있다.
마지막 연에 할 말을 한다.
勿嗟舊歲別, 行與新歲辭.
묵은 해 가는 것 탄식하지 말게나, 새 해가 와도 이별은 또 오네.
去去勿回顧, 還君老與衰.
가고 가면서 뒤돌아보지 말게, 그대에게 노쇠만 주니 어서 가시게.
외국에는 연말 크리스마스에 이어 들뜬 분위기가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자정의 카운트다운까지 계속된다. 우리의 제야 풍습은 거의 사라졌지만 폭죽을 터뜨리고, 사랑의 종 타종 행사는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지나가는 돼지해에 이룩하겠다고 품은 꿈은 이룬 사람보다 허탈해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모두들 소득은 줄어드는데 부동산 값은 오르고 빚만 늘어난다고 아우성이다.
지난해의 좋지 않은 기억들일랑 씻은 듯이 가시고 쥐띠 해에는 차곡차곡 실적을 쌓는 한해가 되도록 기원했으면 한다.
▶️ 別(나눌 별/다를 별)은 ❶회의문자로 冎(과; 另령)와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의 합자(合字)이다. 살과 뼈를 나누는 일, 나중에 살에 한하지 않고 사물을 구분하는 뜻으로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別자는 ‘나누다’나 ‘헤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別자는 另(헤어질 령)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另자는 冎(뼈 발라낼 과)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뼈와 살을 발라낸다는 뜻이 있다. 別자의 갑골문을 보면 뼛조각과 칼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뼈와 살이 나누어졌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뼈와 살이 나누어졌다는 것은 사람이 죽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別자는 ‘헤어지다’나 ‘나누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別(별)은 (1)어떤 말 앞에 붙어서 보통과 달리 독특함을 나타내는 말 (2)별의 별의 뜻을 나타내는 말 (3)명사(名詞) 다음에 붙어서 그 명사를 같은 종류로 구별(區別)할 때에 쓰는 말 등의 뜻으로 ①나누다 ②몇 부분(部分)으로 가르다 ③헤어지다 ④따로 떨어지다 ⑤떠나다 ⑥다르다 ⑦틀리다 ⑧갈래, 계통(系統) ⑨구별(區別) ⑩차별(差別) ⑪이별, 헤어짐 ⑫따로 달리 ⑬특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타(他), 구분할 구(區), 다를 차(差), 다를 수(殊), 다를 리(異), 떠날 리(離)이다. 용례로는 딴 방면이나 방도를 별도(別途), 세상을 떠난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죽음을 별세(別世), 관련성이 없어서 구별되는 딴 것을 별개(別個), 살림집 밖에 경치 좋은 곳에 따로 지어 놓고 때때로 묵으면서 쉬는 집을 별장(別莊), 본관 밖에 따로 지어 놓은 건물을 별관(別館), 유달리 좋은 맛으로 늘 먹는 것과는 다르게 만든 좋은 음식을 별미(別味), 달리 일컫는 이름을 별칭(別稱), 두드러진 다른 차이를 별차(別差), 따로 떨어져서 살음을 별거(別居), 보통의 것과는 달리함을 별반(別般), 보통과 다름을 특별(特別), 차등이 있게 구별함을 차별(差別), 하나 하나 낱낱이 따로 나눔을 개별(個別), 특별함을 각별(各別), 종류에 따라 갈라 놓음 구별(區別), 서로 구별을 지어 가르는 것을 분별(分別), 서로 갈려 떼어짐을 이별(離別), 기약 없는 이별을 결별(訣別), 서로 헤어짐을 작별(作別), 서로 떨어지기를 서운하게 여김을 석별(惜別), 이별을 알림을 고별(告別), 헤어지거나 멀리 떠나는 사람을 보냄을 송별(送別), 가려서 따로 나눔을 선별(選別), 속계를 떠난 특별한 경지에 있다는 뜻으로 별세계를 말함을 별유천지(別有天地),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아주 좋은 세상 또는 딴 세상을 별유건곤(別有乾坤), 보통 볼 수 없는 특별히 좋은 풍경을 별유풍경(別有風景), 남자와 여자와는 분별이 있다의 남녀유별(男女有別), 남편과 아내는 분별이 있어야 한다는 부부유별(夫婦有別), 여러 가지 사물이 모두 차이가 있고 구별이 있다의 천차만별(千差萬別), 어른과 아이와의 구별을 관동지별(冠童之別), 우레처럼 만났다가 번개처럼 헤어진다는 뇌봉전별(雷逢電別) 등에 쓰인다.
▶️ 歲(해 세)는 ❶형성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岁(세)는 통자(通字), 亗(세), 嵗(세)와 동자(同字)이다. 음(音)을 나타내는 戌(술, 세)와 돌아 다닌다는(步) 뜻을 합(合)하여 순환하는 한 해를 뜻한다. 본디 戉(월; 큰 도끼)과 비슷한 무기(武器)로, 수확(收穫) 때마다 희생물을 죽여 제사 지내는 뜻을 나타냈었다. ❷회의문자로 歲자는 '세월'이나 '나이', '한평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歲자는 戉(도끼 월)자와 步(걸음 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戌자는 도끼 모양의 고대 무기를 그린 것이다. 그런데 도끼와 걸음을 함께 그린 歲자가 어떻게 '세월'이나 '나이'를 뜻하게 된 것일까?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고대에는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사람들이 많았다. 歲자는 그러한 의미를 담은 글자로 '창(戌)을 들고 싸우면서 보낸(步) 시간'이라는 뜻이다. 歲자에 '한평생'이라는 뜻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歲(세)는 한자로 된 숫자 다음에 쓰이어 나이를 나타내는 말의 뜻으로 ①해 ②나이 ③세월(歲月) ④새해 ⑤일생(一生) ⑥한평생 ⑦결실(結實) ⑧수확(收穫) ⑨목성(木星: 별의 이름) ⑩제사(祭祀)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해 년(年), 해 년(秊)이다. 용례로는 해나 달을 단위로 하여 한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세월(歲月), 섣달 그믐이나 정초에 웃어른께 인사로 하는 절을 세배(歲拜), 세배를 하러 온 사람에게 대접하는 음식을 세찬(歲饌), 해의 첫머리를 세수(歲首), 그 해가 저무는 때를 세모(歲暮), 세밑으로 한 해가 끝날 무렵을 세만(歲晩), 해마다 바치는 곡물을 세공(歲貢), 섣달 그믐날 밤을 세제(歲除), 일년 남짓한 동안을 세여(歲餘), 세월의 현실 상태나 형편을 세색(歲色), 설 전후 추위라는 뜻으로 몹시 추운 한 겨울의 추위를 일컫는 말을 세한(歲寒), 사람이나 생물이 세상에 난 뒤에 살아온 횟수를 연세(年歲), 해의 처음을 수세(首歲), 지나간 해를 객세(客歲), 경축하거나 환호하여 외치는 말을 만세(萬歲), 지난해를 거세(去歲), 설을 쇰이나 해를 보냄을 과세(過歲), 수확이 많은 해를 영세(寧歲), 곡식이 잘 여묾 또는 그런 해를 등세(登歲), 풍년이 들어 태평하고 즐거운 해를 낙세(樂歲), 여러 해를 지냄 또는 그 햇수를 역세(歷歲), 섣달 그믐이 바싹 다가옴을 박세(迫歲), 이름과 나이를 명세(名歲), 나이가 어림 또는 어린 나이를 약세(弱歲), 추운 계절에도 혼자 푸르른 대나무를 일컫는 말을 세한고절(歲寒孤節), 추운 겨울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 겨울철 관상용의 세 가지 나무로 소나무와 대나무와 매화나무를 이르는 말을 세한삼우(歲寒三友), 추운 계절에도 소나무와 잣나무는 잎이 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역경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굳은 절개를 일컫는 말을 세한송백(歲寒松柏), 해마다 달마다 늘어남을 일컫는 말을 세가월증(歲加月增),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으로 세월의 지나감이 몹시 빠르다는 말을 세월여류(歲月如流), 해가 바뀌도록 오래 만나지 못한 얼굴이라는 뜻으로 오래 만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격세안면(隔歲顔面), 오랜 세월 또는 세월이 오램을 일컫는 말을 연구세심(年久歲深), 세월 가는 줄을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부지세월(不知歲月)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