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초산장 이야기 1344회 ) 폭우가 날려버린 더위
2024년 9월 22일, 일요일, 흐리고 비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된 비가 토요일 밤 늦게까지 쏟아졌다.
그냥 비가 아니라 엄청난 폭우였다.
이틀간 내린 강우량이 400밀리미터가 넘으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 정도라면 산장으로 들어가는 시멘트 다리가
무너졌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닌데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몇 년 전에 큰비가 쏟아져서 콘크리트 흉관 다섯 개가
떠내려간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접합 부위를 시멘트로 잘 발랐고
다리 위에 구멍이 생길 때마다 잘 때워 놓았더니
이제는 튼튼해졌는지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이
흉관 위로 넘쳐 흘렀는데도 이상이 없었다.
역시 철저한 대비는 사고를 막아준다.
그런데 문제는 폭우가 내리면 콘크리트 흉관에
온갖 나뭇가지들이 걸려서 송두리째 떠내려갈 수 있다.
구멍에 나무들이 걸리고 그 위에 다른 쓰레기들이 겹쳐서
물의 흐름을 막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있다.
폭우가 쏟아질 때 나가보니 큰 나무들이 걸려 있었지만
물속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비를 맞으며 쇠스랑으로 일부만 빼내었다.
비가 그친 일요일 아침에 물속으로 들어가
아직도 걸려있는 나무들을 제거했다.
힘은 들었지만 덕분에 땔감을 두 수레나 얻었다.
아이고 고마워라!
폭우가 선사한 선물이다.
비가 많이 올 때는 꼼짝도 못하고
하우스 안에 갇혀 있었지만
날씨가 개니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동안 몹시 가물었는데 폭우 덕분에
당분간 물 걱정은 덜었다.
비가 자주 조금씩 오면 제일 바람직하지만
이런 폭우라도 감사하다.
반밖에 없던 계곡물이 가득 채워졌다.
또 한 가지!
올해는 추석날까지 몹시 무더웠는데
비가 온 뒤부터 기온이 뚝 떨어져 선선한 가을 날씨가 되었다.
참 고마운 폭우다.
배추 모종이 잘 크고 있다.
벌레가 좀 먹긴 했지만
올 때마다 약을 쳐주니 견디고 있다.
무는 비닐에 구멍을 너무 작게 뚫어주어서
발아가 되지 않았다.
다음에는 더 크게 뚫어야겠다.
비가 온다고 해서
쪽파를 심었더니
파릇파릇 돋아났다.
초록색이라 관상용으로도 멋지다.
대파는 폭우에 몸살을 했는지
아직은 누워 있다.
해가 비치면 고개를 들 것이다.
상추가 폭염으로 다 녹아버려서
새로 모종을 사다 심었더니
반 정도가 살아났다.
이제 쌈을 싸 먹을 수 있겠다.
추석날 아들 가족은 아침을 먹고 갔고
딸과 사위가 오후에 와서
저녁은 ‘수궁이랑 해물’에 가서 먹었다.
사위가 회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와 식성이 비슷하다.
금화규 씨앗이 여물고 있어서
내년을 위해 씨를 모으고 있다.
금화규는 꽃은 꽃차로 마시고
술에도 넣을 수 있다.
잎은 썰어서 샐러드로 먹으면 좋다.
산행을 하다가
율리에 있는 바위그늘 유적을 보았다.
오랜 옛날에 여기서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다.
주위에 먹고 버린 조개껍질 무더기가 있다니 희한하다.
아마 가까운 낙동강에서 잡은 조개일 것이다.
영화 <대정전의 밤에>를 보았다.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볼 만한 한국 영화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본 영화를 본다.
좋은 한국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 영화도 생각할 점이 많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인공위성 잔해가 송전선에 떨어져
불이 나는 바람에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된다.
좀처럼 보기 힘든 날이라 사람들은
가슴속에 꽁꽁 담아두었던 고민과 아픔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아내와 애인 사이에서 흔들리는 회사원,
사연을 가진 임산부,
남편과 이혼을 생각하는 아내,
유방암으로 삶의 의욕을 잃은 모델, 등
여러 가지 사연들이 나오다가
결말에 가서 하나씩 수습이 된다.
살면서 후회될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출처: 글나라 동화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凡草
첫댓글 비그치니 제법 쌀쌀해졌어요 낮엔 얼마나 더울지가 문제네요 기온차가 확연히 달라졌어요
배추는 잘 크고 있나요?
@범초 벌레가 많네요
@사루비아 올해는 더워서 유달리 많답니다
첫댓글 비그치니 제법 쌀쌀해졌어요
낮엔 얼마나 더울지가 문제네요
기온차가 확연히 달라졌어요
배추는 잘 크고 있나요?
@범초 벌레가 많네요
@사루비아 올해는 더워서 유달리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