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추는 웃으면서 주머니를 열었다. 그러자, 밝지만, 따갑지는 않은 붉은 광채가 흘러나오면서 주먹만한 보주寶珠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만추는 희열에 몸을 떨면서 그것을 쥐었다. 그러자, 뜨거운 용암과 같은 기운이 솟구쳐서 그의 몸 안으로 유입되었다.
"크크크, 그래, 바로 이거야. 이화보주離火寶珠!!"
이화보주!
혁씨오형제가 남긴 환원오보주의 하나로서 화의 기운을 지니고 있다. 전설의 존재인 화룡火龍의 뼈를 깍아서 만들었다고 하며, 그 보주를 지니고 있다면 열양공熱陽功을 익힌 무인이나 화염의 마법과 영법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강력한 힘을 준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이화보주의 기운은 실로 강력하다. 무인이나 마법사, 영법사라면 천금을 주고서라도 사려고 할 것이다. 아니, 살인을 저질러서라도 얻으려고 할 것이다.
강만추는 자신이 익힌 삼양신공三陽神功의 기운이 증폭되는 것을 느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크크크, 엄청난 힘이군. 이 정도 힘이라면 능히 십대고수의 반열에 오를,"
"이런, 이런. 겨우 십대고수가 목표인가요? 꿈을 좀 더 높게 잡으시지 않겠어요?"
""...!!!!"
강만추는 눈을 부릅떴다. 아무리 자신이 흥분했다지만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다니!! 강만추는 황급히 공력을 끌어올리면서 주위를 살폈다.
"누, 누구냐!!"
"아, 너무 그렇게 당황하지는 마십시오."
웃음을 띈 선한 얼굴. 어느 시골마을의 평범한 선한 남자와 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강만추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비명을 지를 뻔하였다.
흰 와이셔츠에 검은 양복바지....그리고, 오른손의 네 손가락에 낀 정교한 세공의 반지들. 그리고.....황금을 녹인 듯한 금발.
"이...이익!!"
강만추는 급히 도를 휘둘러서 갑자기 나타난 남자에게 도기를 날려보냈다. 그리고, 급히 몸을 달려서 도주하였다. 지금 나타난 사람은 그가 당해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도망치시는 건가요? 아, 섭섭하군요."
남자는 오른손을 들어서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반지들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면서 4가지 마법이 구현되었다.
2종류의 실드가 생성되면서 강만추의 도기를 막아내는 것과 동시에 강만추의 몸을 무형의 밧줄이 휘감았다. 그리고, 5개의 빛의 구체가 무형의 밧줄을 찢어버리느라 멈칫한 강만추의 등에 명중하였다.
"퍼퍼퍼퍼펑!"
"크아아악!!!"
호신진기를 극한까지 돋구었지만, 빛의 구체는 하나하나가 도기를 응축한 도강刀剛과 맞먹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그 쾌속함이라니.
강만추는 척추뼈가 으스러지고, 등이 터져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비명을 질렀다.
남자는 고개를 저으면서 안쓰러운 얼굴로 말하였다.
"이런, 이런. 설마 겨우 <아란타의 구슬> 정도에 그 꼴이 되시다니.... 흐음, 실망이군요. 이화보주의 능력을 제대로만 사용했다면 저와 한번 자웅을 가려볼 수도 있었을 텐데..... 하하하, 너무 소심하셨군요."
"크, 크으으..... 파, 파토리아......"
파토리아는 오른손을 다시 한번 더 내밀었다. 그러자, 파토리아는 블링크Blink로 순식간에 강만추의 옆에 나타났다. 강만추는 파토리아가 나타나자 황급히 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파토리아는 이미 2개의 실드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왜 그러시죠? 불만이신 가요? 음, 그러면 어쩔 수가 없군요. 그냥 가져갈 수 밖군요."
"콰드득!"
파토리아는 강만추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염念을 가하였다. 강만추는 비명도 못 지르고 목이 부러져버렸다. 혈성마도라고 불리는 초절정고수 강만추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파토리아는 강만추의 품속에서 이화보주를 끄집어냈다.
"역시...강력한 힘이군. 이 정도면 능히 2급 마법기의 수준에 들겠어."
대륙의 십대마법사에 속하는 파토리아 레이니어에게 2급 마법기魔法器는 그렇게 흥미를 끌 물건이 아니었다. 은거하고 있는 이름 없는 강자를 제외하고 십대마법사이지만, 그래도 파토리아의 능력은 능히 한 지방을 다스리는 그것이었다. 그렇기에 2급 마법기를 구하려고 올 필요는 없는 것이다.
"후후, 하지만....하하, 환원오보주가 모두 모이면 능히 근원으로 돌아갈 수가 있지."
혁씨오형제의 맏형과 친우였다는 우환宇環이라는 학자는 자신의 자서전에 환원오보주에 대한 글을 남겼고, 그것은 동방대륙이 소멸되면서 사라졌다. 그 대신에 서방대륙의 베셀르만이라는 학자가 그 글을 보고나서 자신이 서술하던 <마법적 물건의 대사전大辭典>이라는 책에 이러한 글을 남겼다.
<혁씨오형제가 우화등선羽化登仙 하기 전에 남긴 환원오보주는 말 그대로 환원-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근원이라고 하는 것은 곧 우주의 근본-우주적 대질서를 뜻함이니, 이는 곧 우주의 대질서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주의 대질서, 우주의 근원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우주의 대질서에 들어가 있는 존재인 신神과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혁씨오형제가 우화등선-신선이 된 것은 환원오보주의 힘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들의 비밀이 환원오보주에 남겨진 것일지도. 우화등선.....그것은 데미갓Demi God-반신半神을 의미하는 동방의 용어인 신선神仙이 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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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타의 구슬
강기剛氣-기를 압축한 것과 같은 파괴력을 지닌 에너지체를 날리는 것입니다.
2급 마법기
급수가 붙는 마법물건은 희귀합니다. 하지만, 위에 나오는 파토리아 정도의 마법사라면 어느정도의 수고를 들여서 2급마법기까지는 만들 수가 있습니다. 다만, 안 만들뿐이지요.
가장 급수가 낮은 3급 마법기에 속하는 검은 강기剛氣와 동급의 강도와 예리함을 지니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마법이 담겨져 있다. 그 정도로 급수가 붙은 마법기는 뛰어난 물건이다.
현재 대륙에 존재하는 1급 마법기는 12개 뿐이다. 1급 마법기는 신도 베어버릴 정도의 물건이다.
데미갓
반신이다. 보통 신화나 전설에서 영웅이나 성자들이 하늘나라로 가서 신이 된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데미갓은 바로 그러한 존재들이다. 신선=데미갓이라고 봐도 좋다.
데미갓은 일국이 덤벼도 승부를 점치기 어려울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