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주적 대한민국 초토화”… 전술핵 80발 타격력 과시
‘북한판 에이태큼스’ 발사車 공장서
“전쟁 피할 생각 없어… 무력 강화”
‘4월 총선전 대형 대남도발’ 가능성
군수공장을 둘러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뒤에 대남 전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미사일의 차륜형 이동식발사대(TEL)들이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 족속들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 족속들은 우리의 주적”이라며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 우리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한다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해 12월 말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며 대남 노선 방향 전환을 선언한 이후 한반도 긴장 수위를 더욱 끌어올린 것. 북한이 이를 명분으로 4월 총선에 앞서 대형 대남 도발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8, 9일 중요 군수공장 현지지도를 하면서 “대한민국이란 실체를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해야 할 역사적 시기가 도래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10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을 초토화할) 의지와 역량, 능력이 있으며 계속 확대·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붙일 것임을 시사한 것. 그러면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진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2021년 10월 “우리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등 특정한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역시 “미국과 남조선은 주적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한국을 겨냥해 처음 “주적”이라고 분명히 밝힌 건 의도적으로 남북 대결 구도를 명확히 해 긴장감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10일 김 위원장의 주적 발언 등에 대해 “체제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한편 우리 사회를 흔들어보려는 구태의연한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8, 9일 시찰한 군수공장은 대남 전술 핵무기 탑재 가능 미사일인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의 차륜형 이동식발사대(TEL)를 제작하는 시설인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 KN-24는 북한의 ‘대남 타격무기 3종’ 가운데 하나다. KN-24의 차륜형 TEL은 지난해 7월 전승절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당시엔 발사관이 2개(2연장)였지만 이번에 공개된 차륜형 TEL을 보면 발사관이 4개(4연장)로 늘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공장 내부에서만 차륜형 TEL이 15대 이상 포착됐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포함하면 20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4연장 발사관을 모두 장착할 경우 한 번에 80발의 전술핵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 군 관계자는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한 것은 유사시 한국 전역에 대량으로 핵을 퍼붓겠다는 협박”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