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청 소속 8급 기능직 공무원 안모씨의 정부 지원금 횡령사고는 결국 터지게 돼 있던 불씨였다. 횡령, 유용 등 사건이 발생하면 장본인의 배짱과 대담성에 혀를 내두르곤 하지만 간파해야 할 부분은 범죄가 가능한 환경일 것이다. 길을 가다가 뭉칫돈을 발견했을 경우 십중팔구 탐욕이 발동하듯이 공금 횡령도 보는 사람이 없으면 부정한 손을 타게 돼 있다. 양천구청 사고도 업무환경이 범죄를 유발한 것에 비유된다.
문제의 양천구청 공무원이 돈을 가로 챌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은 정부 보조금 지원업무의 나 홀로 처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이 사람은 한번 재미 붙인 손버릇을 자제하지 못함으로써 40개월간 26억여 원을 제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특정 재원의 성격 따위가 안중에 있었을 리 만무다. 관내 장애인 1천 300여명의 입이 달린 업무임에도 불구, 금액을 부풀린 만큼 챙길 수 있는 손쉬운 현실에 쾌재를 불렀을지 모른다.
두 번째는 범죄가 탄로 나기까지 결재라인에서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련 재원이 적법한 경로와 절차를 거쳐 수급자에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감시·감독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상식 밖이다. 장애인 보조금 운영이 이런 식이라면 다른 형태의 지원금내지는 보조금 관리업무는 별수 있겠는가.
양천구청 사고는 비뚤어진 공무원 한사람의 과실이 컸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허술한 보조금 관리운영에도 구멍이 나 있음이 확인됐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번 사고는 장애인 지원금 집행 쪽에서 일어났지만 일선 시·군·구에서 공적 부조 성격으로 대집행하는 예산은 즐비하다. 다시 말해 정부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중계’하는 과정에서 방심하면 사고가 또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일은 터졌지만 잘 수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씨가 횡령한 돈을 전액 회수조치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발방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또, 비수도권 지자체들도 차제에 등잔 밑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약자층을 위해 써야할 정부 재정을 축내는 황당 사고가 움틀 여지를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