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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금년 한 해도 6월의 절반이 지나고 있다. 금년 신년 산행지였던 북한산 백화사 의상봉 능선을 다시 찾았다. 1월 초하루에 올랐던 잔설 분분턴 겨울 산은 온통 짙은 푸르름을 휘감고 있었다.
달포 전까지만 해도 아카시아 꽃이 봄의 마지막을 장식했지만 이제사 피어나는 밤 꽃과 대추 꽃은 봄꽃들의 화려함에 비하면 피었는 듯 마는 듯 제 자태를 보란 듯이 내 비치지 않는다. 밤나무 대추나무도 지대가 낮은 구릉이나 평지에 자라는 나무들이니 이맘때 산행에서는 그만큼 꽃 보기가 어렵다.
의상봉을 넘고 용혈봉을 지나 증취봉을 향하는 산길의 허물어진 옛성 돌무지 사이에 피어난 참나리 꽃 한 송이가 보석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짙은 녹음 속에 홀로 붉은 꽃에 반하지 않을 자 누구 있으랴!
주변을 살펴보니 허물어져 가는 옛 성터 여기저기에 또 다른 나리꽃이 점점이 박혀 있다. 아! 나리꽃뿐인가? 석성에 비켜 서 있는 나무위에 하얀 꽃이 눈처럼 덮여 있다.
그랬었구나! 그래... 산딸나무구나! 어쩌면 까맣게 잊고 있던 지난 겨울 산을 생각하라는 듯 흰눈을 덮고 선 산딸나무가 잠시 쉬어가라 반색을 한다. 나리 꽃 , 산딸나무 꽃에 시샘이라도 하는 듯 키 작은 싸리나무도 연보라 꽃잎을 선보이고 나선다.
문득 황진이와 벽계수가 떠오른다. "일도창해하면 다시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황망히 오르던 산 길을 멈추고 땀을 식힌다.
사람들은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반갑다 했는데 여름 산에 든 삼척동자 오뉴월에 꽃을 보고 언감생심 벽계수가 되었다. 벽계수 아니라 해도 언제 또 다시 이 산 찾을 수 있을는지 기약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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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동행의 즐거움을 주시지 그랬읍니까? 하기는 혼자서 하는 꽃감상이야 은근하고 여유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