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2]는 나쁘지 않다. 제대로 이름값을 하는 영화다. 영화보려고 집에서 극장까지 왕복하는 시간에 영화보는 시간까지 합하면 얼마나 엄청난 시간을 우리는 한 편의 영화에 투자하고 있는가. 그런데 극장 안에 들어가서 후회하면 이미 늦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쁜 녀석들]은 적어도 7천원 본전 생각은 나지 않는다. 이 어찌 대단한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
[나쁜 녀석들]로 데뷔한 후 [더 록][[아마겟돈][진주만] 등을 흥행 성공시킨 감독의 마이클 베이, 할리우드 마이더스의 손으로 성장한 제작의 제리 브룩하이머, 그리고 주인공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는 할리우드 속편의 법칙답게 전편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작품으로 무려 8년만에 돌아왔다.
이런 오락 액션영화는 그냥 즐기면서 보면 된다. 관객들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하품을 하며 시계를 자주 보거나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날린다면, 실패한 거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2]는 그 뻔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2시간 23분의 긴 런닝타임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마이애미 경찰의 마약단속반 콤비 마이크(윌 스미스 분)와 마커스(마틴 로렌스 분)는 마약 카르텔의 배후 세력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마약 보스 역시 전형적 캐릭터이다. 영화 어디에도 눈 씻고 찾아도 새로움은 없다. 상식적 이야기에 전형적인 캐릭터, 결망이 예측가능한 서사구조다.
그러나 8년전에는 모두 애송이에 불과했던 배우와 스텝들은, 이제 그동안의 성공으로 올 여름 최대 제작비를 쏟아부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이애미 도시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폭발음과 화려한 자동차 추격신 등 볼만한 장면들이 도처에 박혀 있어서 지루하다고 투정거릴 틈도 없다.
1편에서 파트너의 부인과 위장부부로 역할을 바꾸면서 잔재미를 주었다면, 2편의 잔재미는 마커스의 여동생이며 특수사사대의 위장 수사요원인 시드(가브리엘 유니온 분)와 마이크 사이에 로맨스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중심 자체를 뒤흔들 로맨스는 아니다. 즉 기둥 줄거리에 변형을 가하는 핵심 모티프가 아니라, 주변부의 곁가지 양념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우리가 할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에서 확인한 공식대로 진행된다. 의표를 찌르는 이야기 전개나 놀라운 복선같은 것은 아디에도 숨어 있지 않으니 안심하시라. 주인공이 죽을 염려가 절대 없는 이런 오락영화에서 관객들이 눈여겨 살펴볼 것은, 범인이 어떻게 최후를 맞느냐 하는 것 정도이다.
사실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성공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주인공들이 모두 흑인이기 때문이다. 흑인 배우들을 기용해서 흑인 관객들을 겨냥해 만들어지는 영화블랙스플로네이션 영화라면 당연히 저예산으로 B급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인들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백인 관객의 상당수가 그런 영화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쁜 녀석들2]는 경찰 버디 무비로서 두 명 모두 흑인이다. 대개 이런 버디 무비에서는 흑백을 섞어 놓는 것이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 흑백 모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 시리즈는 모두 새까만 흑인으로 간다. 주인공과 연애를 하는 여자까지 흑인으로 만들어 놓는다. 더구나 그들이 잡아야 할 악당, 마약상의 대부가 오히려 백인이다.
이렇게 유심히 살펴보면, [나쁜 녀석들]은 전통적인 할리우드 흥행 법칙을 교묘하게 뒤집으면서 반란을 시도하고 있다.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세력이 옮아가고 있는 최근 영화계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일등공신은, 감독인 마이클 베이다.
성공한 CF 감독에서 영화계로 진출한 그는, 짧게 끊어치고 가는 감각적이고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액션 영화 연출의 한 장을 열었다. 그의 감각적 연출이 거대물량의 지원을 받아 마음껏 날개를 펼친 신나는 오락 액션 영화가 [나쁜 녀석들2]이다. 뻔한 줄거리에 두 주인공의 티격태격하는 버디 무비 공식도 이제는 신물이 난다고 불평하는 똑똑한 관객들도, 어느덧 화면에 집중하면서 불평을 거두어버린다. 여운이 있는 영화라고는 추호도 말할 생각이 없지만, 적어도 본전 생각은 안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