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먹을까 말까?
글_박준홍 원장(청주 함소아한의원)
봄을 영어로 “spring”이라고 합니다. 봄에는 스프링이 ‘통통’ 튀어 오르듯 아이들은 위로 자라려는 기운을 받아 키가 쑥쑥 크게 됩니다. 사계절 중 시작의 계절인 봄은 사람에 비유하면 ‘생성’의 시기입니다. 한방에서는 이 시기의 아이를 소양체라 하는데, ‘봄과 같이 생성하는 기운이 강한 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때문에 봄은 성장과 건강이라는 일년 농사의 기반을 다지는 계절입니다.
성장 에너지가 부족할 때, 보약 한 첩잘 먹고 몸을 활발하게 움직여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기운이 부족하면 잘 자랄 수 없습니다. 아이가 입맛 없어하며 음식을 잘 먹지 않거나, 유난히 피곤해하며 기운없어 한다면 보약을 통해 기운을 돋워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있어 성장은 키가 자라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피부를 충실히 하고, 뼈와 근육을 기르고 오장 육부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성장입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데 있어 드는 에너지는 어른에게 필요한 에너지보다 결코 적지 않습니다.
내 아이에게 맞는 보약은?
환절기가 되면 유독 장염이나 소화불량으로 자주 체하거나 감기와 더불어 무릎이나 고관절에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봄 기운인 목(木)의 기운이 왕성해지니 반대로 위장 기운인 토(土)의 기운이 약해지는 것이 원인입니다. 토(土)의 기운이 약해지면서 인체의 노폐물이 활발하게 배출되지 못하니 몸속에 독소의 잔여물이 남아있기 쉽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양위진식탕’이나 ‘평위산’과 같이 위장의 소화기를 강화하고, 몸 노폐물 대사를 활성화하여 신진 대사를 돕는 처방을 합니다.
아토피나 비염과 같이 알러지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봄철 황사 바람이나 꽃가루에 심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알러지성 질환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상태이므로 ‘익위승양탕’이나 ‘보중익기탕’을 처방하여 봉의 생기를 더해주듯이 인체의 기운을 북돋워줍니다.
체질적으로 신장이 약한 아이들은 열이 많아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얼굴이 검고 피부가 건조한 편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봄의 뿌리가 되는 신장의 기운을 보충해주는 ‘육미지황탕’이나 ‘신기환’을 처방합니다.
보약에 관한 ‘허’와 ‘실’
하나, “아이가 열이 많은데 녹용 먹어도 되나요?”
보약을 처방하다보면 엄마들 중에 “우리 아이는 열이 많은데 녹용을 쓰면 안 되겠지요?”라는 질문을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열이 많다’는 것은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열이 많은 경우도 있기도 하거니와 에너지원이 부족해져서 열이 오르는 ‘허열’도 있습니다. 상당수의 아이들은 ‘허열’이 많은데, 이럴 경우에는 오히려 녹용을 통해 혈기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 ‘어릴 때 보약을 먹이면 머리가 나빠진다?’
흔히 어른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어릴 때 보약을 먹이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근거없는 속설일 뿐입니다. 아이는 생후 12개월에서 24개월까지를 제 1차 급성장기라 하여, 1년에 키가 평균 15cm 정도 자랍니다. 이 시기에 기운이 부족해 대책이 필요한데도 마냥 바라보기만 한다면 아이는 제대로 자라날 수 없습니다. 특히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 24개월에서 30개월까지 따라잡기 성장을 해내지 못하면 아이가 작달막한 키에서 멈추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셋, “보약은 언제부터 먹이는 것이 좋아요?”
일반적으로 생후 6개월이 지나면 모유를 끊게 됩니다. 모유 속에 들어있는 면역 물질이 중단되므로 이때부터 아이는 잔병치레를 하기 시작합니다. 감기에도 자주 걸리고 걸렸다 하면 이런저런 합병증까지 나타나 엄마를 바짝바짝 마르게 합니다. 이 시기에 잦은 감기로 고생을 한다면 한번쯤 보약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에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면 12개월이 지난 후에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생후 24개월까지가 아이 성장에 아주 중요한 시기이므로, 이 시기에 아이의 특성에 맞는 보약을 먹이면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