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부터 지난 월요일까지 음악을 찾아 제법? 긴 여정을 떠났었습니다.
3일간의 여정으로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가슴속에 무언가 충만해져서 돌아왔습니다.
음악이라는 온탕에서 한껏 몸을 풀고 나온 느낌이랄까요? *^^*
토요일은 광주문예회관에서 12년전 처음 저에게 첼로를 가르치셨던 선생님이 속하신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 선생님께 인사도 드렸습니다. 저보다도 많이 좋아하시더군요. 못 뵌지 10년만이었던가?..
공연은 청소년들을 위한 공연이라서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지만 나름 뜻깊었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째즈모음곡은 인상에 깊이 남았습니다. 이젠 지역의 공연도 하나씩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날 25일 일요일은 르 콩세르 드 나시옹의 공연이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고 26일 월요일은 영산
아트홀에서 조르디 사발의 독주공연이 있었습니다. 25일 공연을 위해서 차를 가지고 광주에가서 버스를
타고 서울길에 올랐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시간이 너무 늦어 기차나 버스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광주는
늦은 시간까지 심야버스가 있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늦지 않게 도착해 예당 음악당의 로비에 서 있는데
고음악하시는 분들을 많이 볼수가 있었습니다. 카메라타 안티쿠아의 단원들을 다 알아보니까 강효정님이
신기해 하시더군요. ^^ 티켓을 정명숙선생님이 좋은 자리로 바꾸어 주셔서 좋았는데... 바로크첼리스트
이현정씨와 전, 후반부에 자리를 바꾸어가면서 들었습니다. 전반부 자리가 정말 좋았는데.... 후반부는
너무 앞인데다 오른쪽이어서 오케스트레이션의 균형이 조금 이지러져 들렸습니다. 하지만 조르디 사발
옹의 차분한 지휘를 가까이서 볼수 있는 좋은 기회이였죠. 옆자리는 쳄발리스트 김희정님이 계셨는데
이런분들하고 자리를 같이 할수 있다는 것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곡중에 제가 아는 곡이라고는 헨델의
수상음악과 마레의 알시온느가 전부였지만 처음 듣는 순간부터 모두 좋아질 것만 같은 느낌의 곡들이었
습니다. 륄리와 라모의 곡들도 음반을 구해서 들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앵콜곡도 꽤 많았는데요.
사발옹께선 오케스트라와 관객들의 박수로 호흡을 맞추도록 하는 센스도 발휘... 앵콜내내 박수가 끊이지
않자 네번째엔 '마지막곡'이라고 우리말로 말해 청중을 웃겼습니다. ^^ 네번의 앵콜 이후에도 당췌 관객들이
자리를 뜰지를 모르자 아예 연주자를 데리고 나가더군요. ㅎㅎ
참. 공연장에 박찬욱감독도 보였습니다. 박감독의 영화음악을 미루어 짐작컨데 이쪽에 꽤 관심있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공연 후엔 왠지 모를 뿌듯함과 벅참을 가지고 발을 돌릴수 있었습니다.
양재역 근처에 자리를 잡고 하루를 묶고나서 박준배님이 계시는 막홀드에 들러서 강효정선생의 악기도
보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박준배님의 그날 오후일을 망쳐놓은 것 같았습니다. 쩝..
26일 영산아트홀의 독주공연의 좌석은 정말 좋았습니다. 앞에서 두번째.. 가운데에 가까운 자리였죠.
피아니시모마저 아주 잘 들릴 정도였으니까요. 곡도 이미 귀에 익은 것들이 많아 공연내내 흥겨웠습니다.
반주자 없는 독주이고 음반에서의 음향과 무척 달라 당황스런 곡도 있었지만 비올의 달인의 연주를 바로
앞에서 볼수 있다는 과분한 행복을 누렸습니다. 표현력이나 다양한 연주기법들은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볼수
밖에 없었죠. 비올을 배우고 있는 사람으로써 연주기법에 신경이 쓰였지만 나중엔 음악에만 몰입했습니다.
앵콜곡들도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곡들로 연주되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구요. 그날은 인터미션없이
계속 연주가 이루어졌는데 마에스트로께서 그날 '필'을 받으셨던 걸까요? ^^ 사발은 바로크첼로에서나
엿 볼수 있는 인토네이션으로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비올의 운궁으로도 잘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도 내내 귓속에서 비올의 울림이 떠나질 않더군요. 많은 사람들을 비올의 매력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공연이었습니다. 사발옹은 언제나 또 방한 할런지..?? 예전처럼 또 긴 시간들을 기다려야겠지요?
첫댓글 너무나 좋은 공연을 ... 마치 눈 앞에서 보는듯 하네요. 저도 보고싶었던 공연이었는데... 아쉬움...
아쿠아리스님! 댁에 계실때 KBS 라디오에서 실황중계 해주던 25일 공연을 한번 들어보세요. 아쉬움을 조금은 더실수 있을거예요. 방법은 '연주게시판'에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꼭 가려고 표까지 샀는데 결국은 못 가고....흑흑.. 저 대신 표 쥐고 간 사람은 내내 졸았다는 말로 저를 화나게 만들었습니닷! 으으으!! 분합니닷.
소규모편성의 오케스트라였고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던 곡이 아니었지만 대신 오신분이 '졸았다'면 표를 건내주신 분으로선 정말 화가 날만도 하네요. 사비나님을 한번 더 뵐뻔 했었군요. 오셨더라면 같이 식사라도 할수 있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