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 인권의 발명, 린 헌트, 2007, 전진성 옮김, 2022, 총315쪽
인권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인간이 발명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은 inventing human rights이다.
1740년 새뮤얼 리처드슨의 서한소설 [파멜라]와 1747년의 [클라리사], 그리고 1761년 장 자크 루소의 서한소설 [신 엘로이즈]를 필두로 하여 자율성과 공감이라는 정서적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공감을 통해 사람들은 인권이라는 단어를 비로소 사용할 준비가 되었다. 남들도 나와 동등하게 뼈와 살로 이루어져 나처럼 아픔과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공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인간의 권리"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은 [신 엘로이즈]로 여성의 자율성을 강력하게 제시한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1762)에 처음 등장한 후 프랑스 사회에서 통용되었다고 한다. 소설 작품의 힘은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내가 이토록 인권의 기원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금 내가 이렇게 나의 인권을 주장해도 될 만큼 발전한 사회에 살면서 이 인권을 더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려면 인권의 기원과 발전 경로를 추적하여 인권의 미래 진로를 예측하고 실천하기 위해서 이다. 그리고 과거에 성립한 인권의 개념과 정의를 바탕으로 하여 지금 우리 시대에서 인권의 적용과 확산 방안을 각 분야와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해나갈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학교 사회는 인권의 최첨단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 곳은 인권의 생산지이자 인권 판단의 바로 그 자리이다. 나의 말 한 마디와 학생의 한 마디가 바로 인권 그 자체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처음 인권의 발생은 개인이 처한 재판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이 잔인한 형벌을 받는 것을 보고 일부 지식인들이 고문의 폐해를 지적했다고 한다. 어떤 사건에서 불합리성을 발견했을 때 관습과 전통을 깨고 발상의 전환을 수락하느냐 아니면 전통을 고수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인권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고 우리가 모르던 권리가 새로 발명되는 수도 있다. 나는 어느 편에 서야 할지 순간순간 판단하고 결정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음 사람을 위해 명문화시켜야 한다.
1776년 [미국독립선언문]에서 비롯된 인권을 보면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특정 권리들을 부여받았는데 그 중에서 삶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인류는 정부를 조직했으며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피통치자의 동의에서 나온다."
그리고 1789년 프랑스 혁명의 결과물인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문)은 다음과 같이 인권을 선언했다.
"국민의회를 구성하는 프랑스 인민의 대표자들은 인간의 권리에 대해 무지, 소홀, 또는 멸시야말로 공공의 불행과 정부의 부패를 낳는 유일한 원인이라고 생각함에 따라, 엄중한 선언을 통해 인간의 자연적이고 양도할 수 없으며 신성한 인간의 권리를 밝히기로 정의하였다.
제1조 인간은 자유롭게, 그리고 권리에 있어 평등하게 태어나 존재한다.
그 다음 1948년 [세계 인권 선언문]까지 살펴보면서 인권의 발명과 발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세계 인권 선언문]의 인권은 다음과 같다.
"인류 가족 모두의 타고난 존엄성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를 일구는 토대인바, 보통 사람들의 지고한 열망은 언론과 신념의 자유, 공포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의 도래를 천명했다."
이 세 가지 선언문에 의해 우리의 인권은 발명의 꽃을 피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종교적 소수파, 무산자, 유대인, 흑인, 노예, 미성년자보다 여성의 권리가 더욱 늦게까지 등한시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의 심각한 현상은 아직도 인권은 발명 중이라고 해야만 하고 인권의 발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발명은 덧븉이고 수정하고 대체하고 뒤집거나 거꾸로 해서 새로운 것을 찾아 더 좋게 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