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3 < 충남 청양고운수목원 – 서천 장항송림산림욕장 – 고창 석정온천>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가 시작 되면서부터 수시로 날씨검색을 해본다. 특히 주말과 주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데 매주 떠나는 여행이지만 마치 어릴 적 소풍가는 아이처럼 조마조마 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아침은 여전히 비가 내릴 듯 말 듯, 툭 털고 나서자니 옹색하다. 몇 번의 생각을 거듭하다 우비를 챙겨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충남 청양에 있는 고운식물원이다. 청양군 투어는 서너 차례 다녀온 터라 익숙한 곳이지만 지나치면서도 들어가 보지 못했던 고운식물원을 다녀올 참이다. 약 3시간이 소요되는 그곳은 동양최대의 야외 식물원으로 약 8,800여종의 다양한 수목과 풀꽃들이 식재된 곳이라 한다. 향토식물자원의 보존과 생태관람 및 자연학습과 학술연구도 병행 할 수 있도록 꾸며진 산림문화 공간이라는 인터넷으로 하여금 기본 정보를 들고 찾았다. 입장료가 어른 8,000원인데 그만한 볼거리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크나큰 기대로 입장을 하였다. 입구에서는 관람코스를 일일이 설명해주시고 계셨다. 식물원은 대략 누구나 걷기 좋은 산책길로 되어있었다. 다행이 비도 참아주는 시원한 날씨에 전망대까지 올라 숲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뷰를 감상하고 내려오는 길은 연장형 롤러 슬라이드를 타보기로 하였다. 날씨가 눅눅하다보니 잘 미끄러지지 않아 우리는 중간에서 포기하고 걷기로 한다. 그렇게 내려오는 길은 험하지는 않지만 답답함이랄까? 마치 낯선 산행 중에 길을 찾아 헤매는 듯 안내판이 드물고, 지워지고, 낡아 떨어지고 하여 어디로 내려가야 할지를 몰라 서성거리기도 하였다. 이런 수목원 관람은 처음이라는 생각과 함께 3시간을 달려온 실망감으로 어렵게 원점회기 하였다. 특별함을 즐기려 떠나온 여행 중에 가끔은 내가 사는 동네 뒷동산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차마 그보다 못한 곳일 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와보지 않으면 영원히 이곳은 미지의 여행지로 남아있을 뻔했다. 고운 식물원은 환경부의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또한 다양한 멸종식물이 보전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행객들이 찾았을 때 비단 입장료뿐만이 아니라 찾아온 시간과 열정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향하는 경유지인 장항 송림산림욕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서천 장항 송림산림욕장은 맥문동 꽃이 만발하던 어느 해 혼자 찾았던 기억이 있다. 장항 솔숲은 하늘을 가린 울창한 소나무 숲이 해안을 따라 이어져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고즈넉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로지 바다와 백사장만 존재하는 해안 풍경이 여행자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물하는 곳이다. 특히 맥문동이 필 때면 온통 보랏빛 물결로 소나무가 뿜어내는 향기와 숲과 바다가 어우러져 그늘과 바람뿐인 이곳을 언젠가는 가족과 함께 다시 찾으리라 했었는데 마치 오늘 남편과 함께 들러보게 된 것이다. 서천을 대표하는 자연경관으로 손꼽으며 2020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여러 식물의 생태기를 잘 알고 있는 남편은 맥문동은 모래밭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라며 이모저모 꼼꼼하게 살펴보는 모습에 여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으로 흡족하다. 금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하구에 위치하여 해송이 우거진 숲으로 해변을 따라 길이 약 1.5km에 이르니 수려함을 만끽하는 산책은 비로소 청양에서의 아쉬움을 씻어 줄 충분한 힐링이었으며 오늘의 운동량을 채워주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다만 이렇게 좋은 곳에 오는데 하필이면 오늘 아들아이가 함께하지 못해서 꼭 이곳을 추천하고 싶은 마음으로 또 한 번 인상 깊게 걸어본 송림산림욕장이었다. 이곳 송림산림욕장에서 1만보의 걸음을 채운 우리는 오늘의 마지막 경유지인 고창 석정온천으로 향했다. 고창은 누구나 가장먼저 떠오르는 곳이 선운사일 것이다. 사실 겨울 동백과 상사화가 필 때쯤이나 가을 단풍을 구경하러 선운사에 오면 오롯이 그곳에만 머물다 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처음의 고창은 남편과 함께 운곡람사르습지 트레킹을 위해 찾았었다. 운곡람사르습지는 운곡저수지 주변의 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면서 얻게 된 이름이다. 그때는 남편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이곳저곳 자연 속을 다니면서 회복기를 갖던 중이었기에 사실 주변을 감상하고 느끼기 보다는 건강을 회복해야하는 염원이었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걸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여행을 시작하면서 올 때마다 고창의 매력에 흠씬 빠져들고 돌아간다. 특히 고창에는 천연기념물 자연유산이 굉장히 많다. 천년고찰 선운사 동백나무숲과 삼인리 송악 그리고 도솔암 장사송이 있으며 그밖에도 여러 건의 자연유산이 즐비하다. 물론 작은 지자체라는 걸 감안하면 서해안 고속도로와 이어진 톨게이트가 4곳이나 있으니 자연유산과 주변 환경이 얼마나 풍요로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니 고창읍성을 비롯하여 당일 코스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관광지가 사실 어마어마하다. 오늘은 귀가하는 길목이라 잠시 온천욕을 목적으로 들렀건만 역시 또 다른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소소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고창군의 소나무 가로수를 본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고창군에 들어설 때에 만나게 되는 도로변의 소나무 가로수에서부터 이곳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수식이 필요 없었다. 그저 마음이 푸근해진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여러 차례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고창군 전체를 돌아본 것도 아니며 목적해 두었다가 그곳만 오롯이 다녀간 정도였으나 오늘은 이 아름답고 편안한 소나무 가로수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오후 해질녘 시간인데 석정온천 주차장에는 자리가 없을 만큼 복잡했다. 아름다운 고장이니 이 시간 쯤 관광객들로 북적이겠거니 했으나 막상 입장해보니 대부분 이곳 주민분들이었다. 사우사실에 들어가 서슴없이 고창을 칭찬했다. 그런데 주민들 역시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고창에 대하여 대단한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이 있었다. 특히 지자체장들을 칭찬하는 훈훈함을 느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군수님이 정말 잘하고 계신다는 자랑이었다. 또한 소나무 가로수는 고창군의 군목이 소나무란다. 그래서 10여 년 전, 당시 군수님께서 군 가로수로 소나무심기를 하여 오늘에 이르렀는데 물론 어디나 마찬가지로 그때는 많은 군민들이 반대와 함께 말도 많았지만 지금 이토록 명품 거리가 되었다고 말한다. 요즘 지자체나 나라거나 누가 누구를 막론하고 잘한다는 박수를 보내는 정서가 얼마나 귀하던가 말이다. 전임 군수가 시작하여 못 다 이룬 사업을 이어서 보충하고 더 성실하게 해낸 결과로 고창은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보기 드문 정서와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역민들의 선택을 받아 지역을 이끌어 가는 대부분의 지차체장은 직전 지자체장이 마무리 하지 못한 공사를 포기하거나 멀쩡한 시설과 도로를 파헤치는 형태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큰 공사를 시작하면 마치 일 잘하는 리더가 되는가 하면 그러한 공사를 맡으려 지자체장의 주변에서 맴도는 업자들의 진실은 무엇이던가 말이다. 제발 임기 동안 지역민들의 피 같은 세금으로 생색내기와 자신의 이익을 접고 대대로 잘했었다는 훈훈한 칭찬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지자체장이 간절하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여름 밤 시원한 불고기냉면 한 그릇으로 아름다운 고창에서 알뜰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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