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 10.26 서울시장 보선 당일 중앙선관위 홈피가 디도스(일시적으로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시켜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해킹) 공격을 받은 데 대해 12월 2일, 강 모씨 등 사이버도박회사 직원 3인과 최구식 의원실 9급 비서 겸 운전기사 공 모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여기까진 좋다. 그런데 경찰이 밝힌 직접 범인 3인은 자백을 하고 있어 발표 가능한 범죄라고 볼 수 있지만, 이들에게 디도스 공격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공 모 씨는 아직 자백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물증이 나온 것도 없다. 게다가 대질신문에서 범인들은 앞서 공 씨의 지시를 받았다는 자신들의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은 범인들의 주장만 믿고 마치 공 기사가 모든 일을 주도하고 지시한 것처럼 발표했다. 물론 지금은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가 나중에 물증이 나오면 그때 자백할런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 해도 현재 이 시점에서 공 씨가 디도스 공격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또한 물증으로 뒷받침할 근거가 없는데도 마치 공 씨가 범행을 지시했다고 언론에 발표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그걸도 수사 결과라면서 발표하는 건 명예훼손 등의 또다른 2차 범죄행위이다.
내가 어제 저녁까지 확인하기로 공 모 기사와 범인들간에 디도스 공격 지시를 뒷받침할 증거가 하나도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돈이 오갔다거나 녹취가 있다거나 기타 증거 역시 하나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유일한 단서는 범인들과 공 모 기사간에 오간 전화 통화 기록 뿐이다. 심지어 공 모 기사는 경상대 축산과를 1년 다니던 제적생으로 비서실 내에서도 컴퓨터를 잘하지 못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공 모씨가 마치 주범인 듯 발표하였고, 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최구식 의원은 마치 이 사건을 총지휘한 책임자인 것처럼 야당이 들고 일어났다. 경찰이 그렇게 발표했으므로 사실상 야당은 잘못이 없다. 만일 민주당 비서가 그런 일에 연루됐다면 한나라당도 그렇게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구식 의원은 작은 글 한 쪽도 꼭 주위 사람들과 의논하여 검토하고 발표하는 그의 신중한 성격으로 볼 때 이 엄청난 일을 아무도 모르게 했을 리가 없다고 믿는다. 그는 지난 20년 이상 그렇게 생활해왔다. 따라서 그가 공 모 비서겸 운전기사와 공모했다는 건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주범으로 경찰에게 찍힌 공 모 기사는 아직 범죄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 그 개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온 인물인지는 잘 모른다. 나도 그가 운전하는 최 의원 차에 동석한 일이 있어 얼굴은 잘 알지만 내가 그를 보증할만한 공동 경험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실제 집행되나 안되나, 혹은 그의 지시로 이루어진 사건인가 아닌가 법원 판결을 지켜보는 중이다.
따라서 경찰은 공 모씨가 과연 주범인지 아닌지 가린 다음에 수사결과를 발표했어야 했다. 시간에 쫓겨 굳이 어제 발표해야 했다면 범인 3명을 검거했으며, 공 모 씨가 연관돼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만 발표했어야 한다. 공 모 비서겸 운전기사가 만일 이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경찰 수사권 독립은 유보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실력과 양심으로 언론에 대고 우쭐거리기나 하는 경찰수사력으로는 법집행을 맡기기가 두렵다. 만일 공 모씨가 범인이라고 발표하게 되면 이 불똥이 최구식 의원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전체에 불붙을 것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이런 엄청난 발표를 단지 범인들의 진술만으로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발표한 것은 또 하나의 중대 범죄다. 이렇게 경거망동하는 경찰을 어떻게 믿고 의지한단 말인가. 사법권이란 아무나 휘둘러서는 안되는 살벌한 무기다. 정제되고 정제돼야만 사용이 가능한 날카로운 무기다.
분명히 말해서 최구식 의원은 그런 짓을 해가지고는 선거결과를 뒤바꿀 수도 없고, 그럴만한 가치도 없을 뿐더러 그 후폭풍이 어떻다는 사실쯤은 충분히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할 사람은 적어도 국회의원 중에는 없을 것이다. 혹시 국회본회의장에 최루탄 터뜨리거나 해머 들고 난동 부리고, 전기톱 들고 설치거나 공중부양할 정도의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모르겠다.
언론들까지 마치 공 모씨가 범인이고 따라서 최구식 의원이 지시한 듯이 기사 제목을 뽑고 있다. 실제 범인 3명 따위는 관심도 없다. 오늘 아침 신문에 난 기사 제목들이다.
----------------------------- 또한 경찰은 아마도 이번에 검찰더러 보란 듯이 우리도 한다, 이런 마음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한 듯한데 내가 보기에 미진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이들 범인 3인의 범행 동기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돈을 원한 건지, 해커 본능대로 실력과시를 위한 건지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경찰이 그려 배표한 범행 조직도를 보면 더 의심스럽다.
이 그림을 보면 논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 이 엄청난 디도스 공격을 결국 27세의 한 사이버도박회사 직원이 해냈다는 것이다. 그림만 요란하지 결국 저 노트북 두드리는 범인 하나 외에는 뚜렷한 연관성도 없다. 그것도 전날 밤의 전화 한 통으로 이런 국가적인 대범죄가 실행될 수 있단 말인가. 사실이라면 노트북 두 대로 이런 일을 해낸 저 시커먼 청년의 기술이 감탄스럽다. 그렇다면 전에 벌어진 디도스 공격도 이런 하찮은 도박회사 직원들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그런데도 안철수연구소든 민간기관이든 국가 기관이든 이런 정도의 범죄를 막지도 못했단 말인가. 이런 실력으로 사이버대응팀을 운영하는 경찰과 검찰, 국정원은 또 뭔가.
한편으로 경찰의 부실한 수사 결과만으로 일제히 최구식 의원 이름을 대서특필하는 언론을 보고 나는 큰 환멸을 느낀다. 발표문을 읽어보면 어디에도 최구식 의원이 연루된 사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단 치고 보는 그 용감함에 언론 역시 경찰 수사권만큼이나 큰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또한번 뼈저리게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그 비서가 범행을 벌였을 한 가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체 왜 그런 사람을 채용했느냐고 최 의원에게 따져물었다. 미안하지만 나도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그는 풀이 죽어 채용할 때 신원조회를 실시했지만 어떤 범죄기록도 나타나지 않았고, 믿을만한 사람들의 추천이 있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어제 사건 발표가 있자마자 박원순 측도 아닌, 후보조차 내지 못한 민주당은 국회의원 세 명이 경찰청을 찾아가 정치 쇼를 벌였다. 최구식 의원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당연하고 그 윗선까지 철저히 파헤치라는 요구였다. 난 그 정도 야당의 정치 공세는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공 기사가 범행을 시인하지도 증거가 나오지도 않고, 범인들과 대질신문에서 이 범인들이 공 모 기사의 지시가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데도 불구하고, 이런 정황이 분명히 알려진 상황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찰청에 항의방문하거나 최구식 의원을 두둔하는 이가 잘 안보인다. 어떻게 하면 자기들에게 불똥이 안튀나 걱정하는 듯 엄살이다. 피해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조차 최 의원이 관련돼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발언하고, 민주당에서조차 아직 나오지 않은 말인데 "최구식 의원은 사퇴해야 한다"고 등에 칼 찌르는 당직자도 있다고 한다. 난 이런 비겁한 한나라당에 환멸을 느낀다. 최구식 의원이 이 사건에 손톱만큼이라도 암시를 주거나 지시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 사퇴하라고 안해도 최구식 의원은 스스로 물러날 사람이다. 동료의원을 모욕해도 이렇게 모욕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한나라당에 미래가 없다. |
출처: 알타이하우스 원문보기 글쓴이: 알타이하우스
첫댓글 진보: 과정마저 중요하다고 믿는 이상주의 경향 있음. 보수: 대의를 위해선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적 하자는 용인할 수 있다는 경향 있음. 제가 생각하는 좌파와 우파의 성향입니다. 선거당일 선관위 홈피가 공격으로 다운됐는데 보수의 비판 글은 보지 못했습니다. MB 정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매일 언론에 공개해도 보수는 침묵. 그판에 이제 자기들도 휩쓸려 보면 얼마나 비열하고 반인권적인 작태인지 알리라 봅니다. 여론심판은 사라져야할 구태!